강마을에서 책읽기-내가 네 친구가 되어 줄게

2019.07.17 12:35:59

샬롯의 거미줄

남쪽의 소도시에 있는 사범대학에 내가 입학한 것은 1984년이다. 84학번으로 불리는 우리들은 학교 가장 높은 곳에 자리 잡은 교육관 강의실에서 바다 풍경을 더 많이 보았다. 영리한 눈빛의 여학생들과 순수한 남학생들이 동기라는 이름으로 함께 공부하고 학과행사를 준비하였고 기차를 타고 야유회도 갔었다.

 

삼십 년을 더 지나서 옛 벗들을 바다를 바라보던 그 도시에서 다시 만났다. 스무 살의 머루빛 눈동자의 소년은 중년의 시인이 되어 있었고 유머 넘치는 동기는 중후한 공업도시의 교사로 무게감이 느껴졌다. 웃음이 사랑스럽던 그 아이는 여학교에서 문학을 가르친다며 마알간 그 시절 미소를 보였다.

 

벗들을 만나고 돌아와서 풋풋하고 서툰 그 시절의 나를 생각하였다. 왜 그렇게도 고민이 많았는지 지금 생각하면 우습지만 그래도 내 삶에 위안이 있었다면 벗들과 나눈 대화들이다. 나와 같은 영혼을 가진 벗은 나를 보며 젊은 날의 나를 질책한다. “그 때 너는 왜 그렇게 사람을 보는 눈이 없었니?” 현재의 내가 답한다. 그런 어리석음이 우리의 젊은 날을 더 보석처럼 아름답고 소중하게 만들었다고. ^^

 

책 『샬롯의 거미줄』은 내가 근무하는 교육청에서 주관하는 비경쟁독서토론회 대상 도서이다. 지도 교사로 책 한 권을 받았다. 감성 풍부하고 돼지 윌버와 사색적이고도 영리한 회색 거미 샬롯의 우정을 다룬 이야기는 읽는 동안 내 마음을 간질간질하고 기분이 좋아지게 만들었다.

 

“친구를 원하니, 윌버? 내가 네 친구가 되어 줄게. 하루 종일 너를 지켜봤는데 네가 마음에 들었어.”

월버가 벌떡 일어나서 말했다.

“그런데 난 네가 보이지 않아. 어디 있는 거야? 그리고 넌 누구야?”

그 목소리가 말했다.

“난 여기, 바로 위에 있어. 잠을 자 둬. 아침에는 나를 보게 될 거야.”

 

친구는 내 영혼이 불러온 반쪽이라고 생각한다. 나와 같은 영혼을 가진 벗은 나이와 성별에 관계없이 대화가 통한다. 오래 만나도 좋지만 금방 보아도 오래 만난 것처럼 깊이 이해하고, 멀리 있어도 늘 가까이 있듯 생각되는 사람이 친구가 아닐까? 크리스마스 요리가 될 예정이었던 돼지와 회색 거미는 친구가 되었고 서로가 서로를 구하는 이야기가 동화가 아닐 것이라 믿는다.

 

『샬롯의 거미줄』, 엘윈브룩스 화이트 글, 가스 윌리엄즈 그림, 김화곤 옮김, 2019(개정판)

 

이선애 수필가, 경남 지정중 교사 sosodang@naver.com
ⓒ 한국교육신문 www.hangyo.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 문의 : 02) 570-5341~2 광고 문의: sigmund@tobeunicorn.kr ,TEL 042-824-9139, FAX : 042-824-9140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 등록번호 : 서울 아04243 | 등록일(발행일) : 2016. 11. 29 | 발행인 : 문태혁 | 편집인 : 문태혁 | 주소 : 서울 서초구 태봉로 114 | 창간일 : 1961년 5월 15일 | 전화번호 : 02-570-5500 | 사업자등록번호 : 229-82-00096 | 통신판매번호 : 2006-08876 한국교육신문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