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외 활동 안전, 교사 아닌 시스템으로 관리

2026.05.06 11:11:26

현장체험학습 해외 사례
사전 승인·위험평가·면책 체계 구축
전담 인력 기반 책임 분산 구조

현장체험학습 안전을 둘러싼 논쟁이 이어지는 가운데, 해외 주요국은 교사 개인이 아닌 제도와 조직을 중심으로 안전을 관리하는 구조를 구축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안전하고 교육적인 현장체험학습 운영·지원을 위한 법적 제도화 방안 연구’에 따르면 영국, 미국, 호주, 일본 등은 체험학습을 사전 관리 체계와 책임 분산 구조로 운영하고 있다.

 

영국은 학교 내 ‘교육방문코디네이터(EVC)’를 중심으로 운영된다. 체험학습을 실시하려면 교사가 계획서를 작성해 EVC에게 제출하고, EVC는 활동 목적, 이동 경로, 숙박 여부, 참여 인원, 응급 대응 계획 등을 포함한 위험평가서(Risk Assessment)를 검토한다. 위험도가 높은 활동의 경우 교장 승인뿐 아니라 교육청 단계 승인까지 요구된다.

 

또한 활동 전에는 학부모에게 일정·위험요인·비상연락체계를 포함한 안내문이 제공되고, 활동 중에는 사전에 정해진 학생-교사 비율(예: 초등 1:6 내외)을 유지해야 한다. 이처럼 승인–평가–운영–사후보고까지 전 과정이 매뉴얼화돼 있으며, 교사는 교육활동에 집중하고 안전관리 책임은 조직이 분담하는 구조다.

 

미국은 법적 책임을 사전에 조정하는 구조가 특징이다. 체험학습 참여 전 학부모는 책임 동의서(Consent & Liability Waiver)에 서명하며, 활동 성격에 따라 위험을 인지하고 참여한다는 내용을 포함한다. 동시에 학교와 교육구는 ‘합리적 주의 의무(reasonable care)’를 충족했는지를 기준으로 책임이 판단된다.

 

즉, 사전 안전교육 실시, 적정 인솔 인력 배치, 위험요소 안내 등이 이뤄졌다면 사고 발생 시 교사 개인에게 형사책임이 바로 귀속되지 않는다. 일부 주에서는 교육활동에 대해 공무원 면책 원칙을 적용해 교사의 법적 부담을 제한하고 있다.

 

 

호주는 ‘위험관리 계획서’가 운영의 핵심이다. 모든 체험학습은 활동별로 위험요인 식별–위험도 평가–대응 조치 설계 순으로 문서화된다. 예를 들어 수상활동의 경우 구명장비 준비, 안전요원 배치, 기상 조건 확인 등이 필수 항목으로 포함된다.

 

위험 등급에 따라 인솔 교사 수, 추가 안전 인력, 보험 조건이 달라지며, 고위험 활동은 별도의 전문기관과 협력하거나 제한되기도 한다. 모든 과정은 체크리스트 기반으로 점검되며, 사고 발생 시 계획서 준수 여부가 책임 판단의 기준이 된다.

 

일본은 행정 중심 관리 체계를 갖추고 있다. 체험학습은 교육과정 내 공식 활동으로 규정되며, 문부과학성 지침에 따라 운영 기준이 전국적으로 적용된다. 학교는 사전에 활동계획서와 안전대책서를 작성하고, 교육위원회에 보고하는 절차를 거친다.

 

특히 사고 발생 시에는 보고서가 표준 양식으로 제출되고, 해당 사례는 데이터로 축적돼 이후 지침 개정과 안전 기준 강화에 활용된다. 이처럼 개별 학교가 아닌 교육행정 시스템 차원에서 운영과 책임을 관리하는 구조다.

 

이들 국가의 공통점은 안전을 ‘사고 이후 책임’이 아니라 ‘사전 설계된 관리 체계’로 다룬다는 점이다. 승인 절차, 위험평가 문서, 면책 기준, 데이터 관리 등 다양한 장치를 통해 책임을 개인이 아닌 시스템에 분산시키고 있다.

 

보고서는 이러한 구조가 국내 제도 개선 논의에 시사점을 제공한다고 분석했다. 교사의 역할을 교육활동 중심으로 재정립하고, 안전관리와 행정은 별도 체계로 분리하는 방향으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해외 주요국은 체험학습을 공적 관리 체계 속에서 운영하고 있다”며 “국내 역시 책임 분산과 사전 관리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밝혔다.

 

 

 

 

 

백승호 기자 10004ok@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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