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학군 인기 자사고 따라 요동

2019.07.20 08:54:44

초·중학교 순전입 추이
정책 변화 그대로 반영

[한국교육신문 정은수 기자] 교육부가 자사고 폐지로 인한 강남 8학군 부활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강남·서초 전입 추이통계를 제시했지만, 더 자세히 살피면 이마저도 자사고의 영향을 받는 것으로 드러났다.

 

교육부 학교혁신정책과는 15일 예정에 없던 기자간담회를 급히 열고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 시 ‘강남 8학군 부활’ 우려가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강남·서초구의 5~14세 학령인구 전입이 전출보다 늘 많았고, 서울지역에서 타 학군의 학교를 지원하는 비중은 감소 추세이며, 강남 8학군 배정 비율도 미미하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 통계를 학교급별로, 연도별로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어떨까. 지난 10년 간 자사고 정책과 무관하게 5~14세 학령인구 총 전입이 늘 총 전출보다 많았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가장 민감한 집단인 중학생의 전입에서 전출을 뺀 순전입 인원을 비교해보면 분명한 변화가 보인다. 강남 8학군 순전입은 자사고를 확대한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2008년부터 뚜렷하게 감소한다. 2007년 1157명에서 2008년 871명, 2009년 711명으로 줄었다.

 

자사고 폐지를 내세운 진보교육감들이 대거 당선된 2010년에는 1144명으로 늘었지만, 자사고 폐지가 실제로 추진되지 못하자 다음 해부터 다시 675명, 345명, 260명으로 감소한다. 교육감 후보들이 자사고 폐지를 주장한 2014년에는 589명으로 다소 늘었다가, 그 해 하반기 이어진 첫 번째 자사고 재지정 논란으로 이듬해까지 605명으로 상승세를 유지한다. 이후 다시 394명, 146명, 108명으로 줄었다. 자사고 확대와 폐지의 추세와 강남 8학군의 인기가 일치하는 것이다.

 

자사고 폐지를 내세운 진보교육감들이 대거 당선된 2010년에는 2172명으로 늘었지만, 자사고 폐지가 실제로 추진되지 못하자 다음 해부터 다시 1606명, 1502명, 1124명으로 감소한다. 교육감 후보들이 자사고 폐지를 주장한 2014년에는 1371으로 다소 늘었다가, 이후부터 1187명, 1097명, 776명, 737명으로 줄었다. 올해 자사고 재지정 평가 논란이 본격화되자 감소세가 멈추고 772명으로 늘기 시작했다. 자사고 확대와 폐지의 추세와 강남 8학군의 인기가 일치하는 것이다. <그래픽 참조>

 

 

교육부는 “2017년 자사고 관련 고입동시실시 정책 발표 후에도 고입 단계에서 강남 지역 선호 현상은 나타나지 않는다”고 했지만, 이는 2018년에 위헌소송이 제기되면서 자사고 고입동시실시의 영향이 늦게 나타났을 뿐이다. 헌재의 자사고 동시선발 합헌 결정은 올해 4월 나왔다. 재지정 평가 논란까지 더해진 올해는 171명으로 증가세로 돌아섰다.

 

초등학교는 그 추세의 진폭이 조금 더 클 뿐 거의 동일한 흐름이다. 진폭이 큰 것은 전학에 대한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고, 상대적으로 수시와 정시 등 입시정책의 영향을 적게 받기 때문이다. 2007년 3425명이던 순전입은 2008년 1882명, 2009년 1669명으로 줄었다가 2010년 1824명으로 늘어난다. 2011년부터는 다시 1824명, 1575명, 1444명으로 매해 줄다가 2014년 1707명, 2015년 2378명으로 늘었다. 다시 2016년부터는 1392명, 959명, 942명으로 줄고, 올해 재지정 평가의 영향으로 1064명으로 다시 늘기 시작했다.

 

타 학군 지원 감소 추세에 대해서도 반론이 제기된다. 공정사회를 위한 국민모임은 16일 교육부의 설명에 대한 반박자료를 내고 “강남 8학군에 지원하더라도 배정받을 확률이 낮고, 어렸을 때 미리 이사를 해 정착한 측면이 있기 때문에 지원 비율이 낮은 것”이라고 했다. 이어 “무엇보다 자사고가 강남8학군 역할을 해왔기 때문에 강남8학군 수요가 자사고로 분산돼 강남 8학군 지원이 감소한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교육부는 강남지역 자사고 지원율의 하락세가 타 지역 자사고보다 더 뚜렷한 것을 근거로 제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전체적인 하락은 정시확대 논란으로 학생부종합전형에 강한 것으로 인식되는 자사고 지원율이 감소한 것이고, 상대적으로 강남의 하락세가 더 뚜렷한 것은 입시 수요를 흡수할 일반고가 많기 때문이라는 반론도 제기된다.

정은수 기자 jus@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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