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라봤다! 이렇게 좋은 학교인 줄” 취업률 1위 강서공고의 매직

2019.08.06 10:30:00

서울강서공업고등학교

 

 

“솔직히 처음엔 조금 불안했어요. 그런데 한 학기 만에 애가 달라지더라고요. 학교 가는 게 즐겁대요. 그 어렵다던 CAD 자격증도 거뜬히 따내고. 이젠 애 아빠도 네 꿈을 맘껏 펼쳐보라며 토닥여줍니다.”

 

서울 강서공고가 운영하는 학부모 평생교육프로그램에서 만난 우종선씨(50)는 “특성화고를 선택하기를 참 잘했다”며 이렇게 말했다. 우 씨는 자녀가 일반고에 진학해 대학생이 되기를 바랐다. 그러나 어찌 된 일인지 아이는 자꾸만 특성화고를 고집했다. 아빠까지 나서 만류해 봤지만 소용 없었다. 대학 졸업장보다 미래를 밝혀주는 자격증을 더 갖고 싶다는 당당한 소신에 결국 두 손 들 수밖에 없었다. 우 씨는 그러면서 자신도 생각을 고쳐먹었다고 했다. “4차 산업혁명이다 뭐다 하는데, 이제는 학력보다 능력이 우선인 시대가 오는 거 아닌가요. 대졸 백수가 넘쳐나는 세상이고 실력으로 승부하는 시대라는데 교육을 보는 가치관도 달라져야죠.”

 

특성화고에 대한 일반의 인식은 아직도 후진성을 띄고 있다. 대학 간판을 중시하는 학벌주의가 여전한 탓이다. 기성세대에게는 실업고란 단어에 더 익숙하다. 70~80년대 산업화 시대, 가난하고 공부 못하는 학생들이 가는 학교로 이미지가 남아있는 것도 한몫한다. 하지만 세월이 변하고 시대가 달라졌다. 이제는 특성화고로 우수한 학생들이 몰린다. 일찌감치 진로를 정하고 자신의 인생을 개척하려는 청춘들이 늘었다. 기회의 폭이 넓다 보니 직업 선택도 다양하다. 일반 기업체는 물론 공무원이나 공기업으로 진출도 활발하다. 대학 진학도 일반고보다 유리하다. 마음만 먹으면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게 특성화고의 매력이다.

 

서울 강서구 방화대로 47길 강서공업고등학교. 건축과, 친환경에너지화학과, 정보통신과, VR콘텐츠디자인과 등 모두 4개과 600여 명 학생들이 자신의 꿈을 찾아 미래를 개척하는 직업교육의 산실이다. 내년에는 4차 산업혁명에 맞춰 학과 재구조화를 추진, 친환경에너지화학과를 스마트케미컬과로 개편한다. 새로운 산업수요에 능동적으로 대응, 직업선택의 폭을 넓히기 위함이다.

 

 

학생·학부모 만족도 최우수 … 학생들 자격증 3개는 기본

서울 외곽에 자리 잡은 작은 학교지만 성공한 특성화고로 정평이 나있다. 학생과 학부모의 만족도는 수치로 확인된다. 1년에 한 번씩 하는 학교운영만족도 평가는 5.0 만점에 학생은 4,15, 학부모는 4.32, 교직원 4.66점을 각각 기록했다. 대부분 학교가 3점대에 머무르는 것과 비교하면 월등한 수치다.

 

입학 당시 가졌던 학부모의 불안은 3년 만에 신뢰와 만족으로 변했다. 가장 큰 원동력은 학생들의 변화였다.

 

“교사들도 놀라요. 졸업 때 의젓해진 모습을 보면 저 아이들이 정말 우리가 가르친 애들이 맞는지 감탄하곤 하죠.” 이주암 교장은 학생 한 명 한 명에게 모든 교사들이 지극정성을 쏟는다고 했다. 직업인으로서 갖춰야 할 기능은 물론 인성교육과 기초소양교육까지, 시쳇말로 끼고 앉아 가르친다. 이 교장은 한 아이도 놓치지 않겠다는 교사들의 희생과 헌신을 강서공고의 최대 강점으로 꼽았다. “조금 더 감싸주고, 챙겨주고, 인정하고, 공감하면서 교사와 학생이 동행하는 교육, 그것이 강서공고”라고 말했다.

 

사실이다. 이 학교는 신입생이 들어오면 일주일 정도 단축 수업을 해가며 교사들이 적극적으로 학생 상담에 나선다. 한시라도 빨리 학생을 파악, 각자의 특성에 맞는 교육을 실시하기 위해서다. 교사 1명 당 3~5명의 학생을 묶어 수시로 영화 보고 운동하고 밥도 같이 먹으며 진로 상담을 통해 고민도 들어준다. 진로가 명확해야 목표의식이 생겨 공부도 열심히 한다는 생각에 교사들은 학생들과 교감을 무척 중시한다. 정관용 교사는 “우리나라를 떠받치는 산업역군을 길러낸다는 사명감도 있지만 그보다는 그들이 사회에 나가 행복한 생활을 누리도록 해주고 싶은 마음이 더 간절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아침마다 반가운 인사 건네는 ‘등교맞이’ … 행복한 학교로 탈바꿈

사랑과 재채기는 숨길 수 없다고 했던가. 제자들을 향한 교사들의 마음으로 고스란히 전해진다. 대표적인 게 등교맞이 행사다. 아침마다 교장, 교감 및 교사들이 교문앞에서 학생들에게 반가운 인사를 건네며 간식을 제공한다. 지적하고 지적받는 아침등교 대신 교사와 학생이 반가운 인사를 주고받으며 서로를 격려하는 시간으로 탈바꿈 했다. 김민용 교감은 “학생들에게 행복이 넘치는 학교, 등교하고 싶은 학교, 함께하는 학교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어 마련했는데 효과는 기대 이상”이라고 귀띔했다.

 

 

실제로 취재 과정에서 만난 학생들은 학교 가는 게 즐겁다고 입을 모았다. 자신들을 믿고 맡겨주는 학교, 자치활동을 충분히 보장해주는 학교이기에 더욱 그렇다고 했다. 지난 3월 4일 강서공고 입학식은 순전히 학생들이 기획하고 진행하면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이날 행사에는 이례적으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까지 참석, 학생들을 멋진 솜씨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에너지 전문가가 꿈이라는 김민영 양(고3)은 “학생들이 하고 싶은 것을 학교가 충분히 뒷 받침 해 주고 있다”며 “이런 활동들이 사회에 나가 어려움을 만나더라도 극복해 내는 ‘마음의 근육’을 키울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겼다”고 말했다.

 

작지만 강한 학교 강서공고의 또 다른 강점은 내실 있는 교육이다. 학생들의 졸업 후 진로 실적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작년 취업률은 자그마치 61%, 대학 진학률은 30% 가까이 된다.

 

비공식 집계이기는 하지만 취업률은 서울시내 1위다. 교사들의 열정과 학교의 전폭적 지원, 그리고 학생들 수준에 맞춰 기초부터 탄탄히 다져가는 체계적인 교육과정이 삼위일체를 이룬 결과다. 이뿐 아니다. 이 학교 졸업생들의 자격증 취득률은 300%. 학생 한 명 당 3개의 자격증을 가진 셈이다.

 

비결이 뭘까? 강서공고는 매력적인 직업계고 육성사업 즉, 매직 프로그램은 드론 레이싱 대회를 비롯 50여 개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영미문화체험, 인문학 아카데미, 화장품 만들기, 인성캠프 등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들이 가득하다.

 

그렇다고 공부만 시킨다고 생각하면 오산. 매직 프로그램에는 학생들의 마음껏 끼를 발산할 수 있도록 취미 활동도 골고루 담겨있다. 체력 향상을 위한 배드민턴반부터 1인 1악기 다루기, 동아리 밴드 활동, 사랑의 하모니란 이름의 합창대회까지 풍성하다. 학교 본관 건물엔 학생들이 언제든 공연할 수 있는 쉼터라운지가 설치돼 있다. 점심시간을 이용, 각종 댄스와 노래, 랩, 그룹사운드 공연이 펼쳐진다.

 

눈여겨볼 만한 것 중에는 FDA 프로그램이란 것도 있다. 학생들의 기초역량을 탄탄히 다진 후 자격증 취득과 취업까지 연계시키는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시스템이다. 가장 역점을 두는 것은 영어와 수학에 대한 기초학력 다지기. 학생들 눈높이에 맞춰 교사들이 자체 제작한 교재를 이용, 인증제를 통해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간다. 졸업할 때쯤이면 웬만한 ‘생존영어’는 구사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 학교 측의 설명이다. 이 같은 노력이 알려지면서 강서공고는 교육부 지정, 특성화고 영어 시범학교로 운영되기도 했다.

 

 

다양한 전공동아리 활동도 학생들의 취업과 진학에 결정적 도움을 준다. 전문교과의 프로젝트 수업 활성화로 발표수업, 협동학습 등 자기주도적인 전문능력을 배양해 나가는 것이 특징. 취업에 성공한 학생들은 특히 전공동아리 활동이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서울 서대문구청에 근무하고 있는 강민우 씨. 그는 2학년 때 공무원 대비반에 들어가 공부한 덕에 명문대 출신도 어렵다던 공무원 시험에 합격했다. “방과후에 한두 시간씩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한 것이 효과가 컸어요. 무엇보다 학교에서 배운 내용이 시험에 그대로 출제되는 바람에 깜짝 놀랐죠” 그는 “시험장에서 강서공고 선생님들의 실력을 눈으로 직접 확인했다”며 “참 대단한 분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중학교 졸업성적이 내신 60%대였다는 강 씨. 그는 특히 중3과 고1 담임선생님 두 분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고교시절 공부가 힘들어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민우야 넌 잘 할 거야”라며 늘 격려해주던 고 1학년 담임선생님. 그리고 고등학교 선택을 놓고 고민할 때 자신의 손을 잡고 강서공고까지 직접 데려다준 중학교 선생님의 은혜를 잊을 수 없다고 털어놨다.

 

지난해 삼성전자에 입사한 송하명 씨. 그 역시 중학교 땐 공부에 흥미가 없는 중하위권 학생이었지만 강서공고에 진학해 완전히 새사람이 된 케이스다. 송 씨는 공부에 대한 의지가 흔들릴 때마다 “미래의 너를 상상하라”는 선생님 말씀을 새기며 마음을 다잡았다고 한다. 매일 학교에 20분씩 일찍 오는 성실한 자세로 학창시절을 보낸 그는 지금 국내 최고 기업에서 근무하고 있다.

 

서울 변두리 작은 학교에서 신흥 명문 특성화고로 성장할 수 있었던 데에는 이처럼 제자 사랑에 전력투구한 88명의 교직원들이 열정이 밑거름됐다. 이 교장은 지구를 떠받치는 아틀라스처럼 헌신적인 선생님들이 있기에 늘 든든하다고 했다.

 

“학생들이 꿈을 이룰 수 있도록 최대한 밀어주는 게 학교의 역할이죠. 저희에게 아이를 맡겨주시면 우리 학교에 들어온 것을 후회하지 않게 해드릴 자신이 있습니다.” 이 교장은 “학생들의 능력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3년이면 충분한 시간”이라고 했다. 그는 “특성화고가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 줄 수 있는지 확인하고 싶으면 언제든 강서공고를 찾아 달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장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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