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가 경로당인가요? 학교인가요?”

2019.08.21 09:06:48

19일 오후 4시 30분, 초등학교 학생들이 거실로 들어오고 있다. 신발을 벗어 가지런히 정돈해 놓는다. 그리고 선생님께 공수배 인사를 한다. 거실 소파에는 초등학교 1학년부터 4학년까지 22명이 앉아 사자소학(四字小學)을 낭송한다. 그리고 선생님 지휘에 맞추어 동요 ‘서로서로 도와가며’를 부른다.

 

여기는 광교2차 e편한세상아파트 경로당이다. 경로당하면 65세 이상 어르신들이 이용하는 곳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오늘 여기는 어린이가 주인공이다. 또 10일 동안 교육을 도와준 경로당 회원 32명을 비롯해 학부모인 젊은 엄마 7명, 격려차 방문한 대한노인회 수원시영통구지회 임원, 이웃 경로당에서도 참관을 왔다.

 

오늘 여기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있는 것일까? 광교2차 e편한세상아파트 경로당(회장 박상철)은 ‘얘들아 놀자, 할아버지 할머니랑’ 캠프를 지난 5일부터 19일까지 오후 시간을 이용해 총 30시간 프로그램을 전개했다. 참가자들은 자기 수준에 맞는 급수한자(8급에서 5급)를 익히고 부모 공경, 형제 우애를 공부했다. 바른생활 습관을 익히고 지혜로운 삶 10가지를 공부했다.

그러고 보니 이건 경로당이 아니라 초등학교 풍경이다. 옛날 서당 분위기 모습도 보인다. 경로당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이곳 회원들은 나이 들어 할 수 있는 일 중 가장 행복한 것은 교육봉사라는 데 뜻을 모았다. 그리하여 지난 겨울방학 때부터 처음으로 교육봉사를 실천했다. 어린이와 주민으로부터 뜨거운 환영을 받았다. 대성공을 거둔 것.

 

그러니까 이번 캠프는 두 번째다. 첫 캠프는 당일 프로그램이었지만 이번엔 10일간 지속되었다. 딱딱한 공부만 있는 것이 아니다. 프로그램을 보니 첫 날 밤에는 천체망원경으로 밤하늘을 관찰했다. 세계의 민속춤도 배웠다. 간식으로 김밥과 샌드위치, 수박화채를 만들었다. 클레이 아트 놀이, 줄넘기와 훌라 후프, 색종이 접기, 우리의 민속놀이 시간도 있다. 어린이들이 재미에 푹 빠질 체험 프로그램이다.

 

참가자들이 가장 좋아한 프로그램은 ‘우주 구경 가자’. 천체망원경으로 우주를 관찰하는 것인데 부모님과 함께 광교하늘의 별자리를 관찰하고 토성, 목성, 달 표면, 국제우주정거장으로 보았다. 참가자들은 천체의 신비로움에 빠져들었고 감탄사를 연발하면서 우주의 경외감을 느끼며 밤이 깊어가는 줄 몰랐다.

할머니 회원 15명은 캠프 기간 중 간식을 직접 만들어 제공했다. 어묵 떡볶이, 찐 옥수수, 김밥, 찐 감자, 샌드위치, 찐 고구마, 단호박죽, 야채전, 팥찐빵, 영양떡 등. 무더위를 이겨내며 캠프 참가 어린이들에게 힘을 북돋아주기 위해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위생에도 무척 신경을 썼다. 모든 식기는 매일 끓는 물로 소독하고 매일 보리차를 끓였다.

 

어린이들에게 어떤 변화가 왔을까? 눈에 띄는 변화로는 경로당 회원들과 아이들이 가까워졌다. 자전거를 타다가도, 공놀이를 하다가도 회원들을 만나면 달려와 공수배 인사를 한다. 학부모인 젊은 엄마들도 여름방학을 이용한 알찬 캠프 운영에 고마움을 표하고 있다. 시니어 회원들은 힘은 들었지만 행복했다고 입을 모은다.

 

광교2차 e편한세상아파트 경로당의 특색은 무엇일까? 3세대가 함께하는 시니어 숲속교실 운영이다. 회원들의 목표는 웃고 운동하고 봉사하자. 이번 캠프의 목적도 손주와 함께하는 놀이교실, 한자 충효교실 운영으로 마을 어린이들이 건강하고 바르고 당당한 어린이로 자라는데 도움을 주자는 것이었다. 박상철 회장은 “건강이 허락하는한 방학 때마다 어린이 캠프를 열어 3대가 행복한 우리 아파트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yyg9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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