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우, 내가 발레를 직접 보다니? 도대체 이게 얼마만인가? 기억을 더듬어보니 현직에 있을 때 교직원과 함께 안산문화예술의 전당에서 차이코프스키의 ‘백조의 호수’를 본 적이 있다. 당시 아쉬웠던 점은 관현악단의 생음악 반주에 러시아 발레단의 연기를 기대했는데 녹음 반주였던 것.
나의 발레 공연 관람은 몇 차례 되지 않지만 주로 세종문화회관이나 예술의 전당 등 서울지역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내가 살고 있는 수원에도 발레축제가 있고 거기에서 발레의 진수를 만끽할 수 있음에도 관심 부족과 게으름으로 접하지 못했다. 바로 수원발레축제를 말하는 것이다. 2015년 시작되어 올해 5회를 맞이하는데 나는 이번 관람이 처음이다.
특히 올해부터는 축제 명칭이 ‘수원국제발레축제’다. 지역축제에서 전국축제가 되더니 올해부터는 세계적인 축제로 발돋움하는 것이다. 23일 밤 8시, 메인축제장인 제1야외음악당을 찾았다. 이 늦은 시각에 관객이 모였을까? 나의 우려는 좌석은 물론 잔디밭까지 꽉 채운 인파로 입을 다물 수 없었다. 수원시민들의 발레 문화 수준이 이렇게 높다니?
간신히 중앙 뒷좌석의 빈자리에 앉았다. 오른쪽은 카메라를 든 사진작가, 왼쪽엔 학창시절 발레를 전공했다는 50대 여성이 앉았다. 공연 시작 전에 잠시 이야기를 나누어 보니 이 두 분은 발레가 너무 좋아 3년 전부터 발레축제를 함께 하고 있었다. 작가는 본인이 직접 찍은 사진 몇 장을 보여 주는데 완전 작품사진이다.
사진작품은 흑백도 있고 칼라 사진도 있는데 순간포착을 잘 한 장면이다. 발레리나가 점프해서 공중에 뜬 장면을 정확히 잡은 것이다. 사진을 보고 작가 이야기를 들으니 수원발레축제 홍보대사다. 첫째, 수준 높은 발레를 관람료 없이 누구나 맘껏 즐길 수 있다. 둘째, 실내공연은 사진 촬영 금지인데 여기서는 자유롭게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셋째, 지자체에서 이런 축제를 운영하는 수원시가 고맙다.
옆자리 여성 분은 멋진 장면이 나올 때마다 박수와 환호를 보낸다. 본인이 발레를 직접했으니 난이도가 높은 장면은 잘 아신다. 주위에는 브라보를 외치는 관객도 많다. 관람을 제대로 하는 분들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좋은 공연을 2015년부터 보았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큰 것이다. 한교닷컴 리포터 자격으로 기사도 쓰면 금상첨화인 것을….
첫 무대에 오른 것은 어린이들. 장구 페스티벌인데 하는 동작이 귀엽고 앙증맞다. 의상이나 소품이 완전 우리 분위기다. 발레가 서양인의 전유물이 아닌 것이다. 또 어린이들 발레공연을 보니 발레 인구가 저변확대 되었음을 알 수 있다. 마지막 장면에서는 출연자가 파도를 표현하는데 박수가 쏟아진다.
기억에 남는 것은 이원국발레단의 이원국 단장. 진행자가 소개를 하는데 “이원국 발레를 안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본 사람은 없다”고 한다. 그런데 나는 이원국 발레를 처음 본다. 발레리노의 굵은 다리와 튼튼한 허리를 보았다. 또 파트너인 발레리나를 들어올리는 힘이란! 다음에 이원국 발레를 다시 보아야겠다고 생각한다.
또 유니버셜 발레단 ‘잠자는 숲속의 미녀’에서 여자 주인공. 우리는 발레리나 하면 하얀 피부에 가느다란 허리, 가녀린 여성을 떠올린다. 그런데 오늘 주인공은 그게 아니다. 피부도 갈색이고 상체가 연약하게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연기력은 뛰어나다. 7명의 발레리노는 익살스럽게 줄거리를 표현한다.
2019 발레, 아름다운 나눔 수원국제발레축제는 수원시가 주최하고 STP 발레협동조합이 주관하고 있다. 협동조합 김인희 이사장은 인사말에서 “수원국제발레축제를 세계 유명 페스티벌로 만들어 수원의 대표축제로 만들고 싶다”며 “수원시민들의 발레에 대한 관심과 애정, 그리고 참여로 성원해 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축제는 25일까지 계속된다. 수원시민들 관람을 적극 권유한다. 멋지고 수준 높은 예술축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