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명감만으로 근무하는 벽지 교원들 고통 없어야”

2019.09.26 14:22:04

서영교 민주당 의원 교원지위법 개정에 앞장

교원의 안전한 보호는 관할청 의무
중대 교권침해 장관이 챙겨야 효과적
“국감에서 취약한 교육환경 살피겠다”

 

 

[한국교육신문 김예람 기자] “2016년 섬마을 여교사 집단 성폭행 사건을 보고 정말 가슴이 아팠습니다. 연고도 없는 섬마을 관사에서 홀로 지내는 것도 힘들었을 텐데, 그런 험한 일까지 당하다니요. 아이들 교육을 위해 사명감을 안고 간 선생님들께 더 이상 이런 일이 발생해서는 안 됩니다.”
 

도서벽지 교원들의 교권을 보호하고 중대한 교권침해에 대한 장관 보고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이 24일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관할청이 3년마다 도서벽지 교원의 근무환경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대한 교육활동 침해 행위에 대해서는 교육감이 교육부장관에게 즉시 보고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법안을 발의하고 통과를 이끌어낸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3일 한국교육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학생과 교사의 안전 확보는 물론 지역사회 구성원과의 관계성, 마을공동체 회복까지 전반적으로 살펴보고 지원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법안 발의 계기는.
 

“우선 2016년에 발의한 법안이 이제야 상정돼 송구하다. 오지에서 귀한 일을 해 주는 분인데 너무나 심한 고통을 겪으셨다. 섬마을에 있는 아이들도 모두 평등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책임감을 갖고 가셨을 것이다. 교육활동 외에도 혼자서 낯선 주민들과 관계도 맺고 적응도 하려면 얼마나 힘들었겠나. 교원들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것은 관할청의 의무다. 도서벽지에서 근무하는 교원들의 실태는 책임을 지고 살펴봐야 한다.” 
 

-교육감의 교육부 장관 보고 부분도 눈에 띈다.
 

“교육부 장관이 모든 일을 다 알아야 하느냐는 지적이 있을 수 있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대한 사항의 경우로 한정했다. 중대한 사안은 교육부 장관이 직접 살피면서 그만큼 정부가 빠른 대처를 할 수 있도록 한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어떤 변화가 생기기를 기대하나.
 

“사고 예방이라는 목적도 있지만 실태조사를 하면 도서벽지 지역의 교육환경이 전반적으로 개선될 것이라고 본다. 관할청이 교사들만 체크하겠나. 학생들의 교육환경도 함께 보게 되고 지역사회의 상황도 살피면서 위아래도 지원할 것이 없는지, 더 보호해줘야 할 부분이 있는지 훑어보고 개선하게 될 것이다. 특히 선생님들이 지역에서 고립되기보다 주민들과 잘 어우러질 수 있도록 지원해 주면 좋겠다.”
 

-실태조사 이후 실제 도움이 필요한 부분까지 연계가 필요할 것 같다.
 

“발상의 전환을 하면 고통스럽고 외로운 곳이 아니라 오히려 교사들의 헌신이 더 빛날 수 있는 환경이 될 수 있다. 선생님과 지역 어른들이 공동체를 잘 이루면 지역균형발전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아이들을 소수정예로 가르치니 어떻게 보면 특별 과외를 받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뛰어난 아이들을 발굴하고 키워내는데 선생님들의 역량을 더욱 잘 발휘할 수 있고 이런 부분이 지역사회와 연계되면 대도시 못지않은 환경에서 좋은 교육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실제 도서벽지 지역의 안전실태가 미흡했다. 도서벽지의 CCTV 설치율은 8%에 불과했고 25년 이상 된 노후 관사가 30%에 달했다. 
 

“그래서 이번 국정감사 때 이 부분도 질의할 생각이다. 도서벽지의 관사 현황이라든지 CCTV와 각종 안전장치에 대한 현황은 물론 도서벽지에서 근무하는 교원들의 선발 기준, 연령대, 평균 근무기간, 학생들의 진학률은 어떤지 등을 전반적으로 살펴보면 의미 있겠다는 생각이다.” 

 

“교원들 불안감 여전”
 교총 안전대책 촉구

 

교총도 교원의 안전한 근무환경 마련에 나섰다. 지난 10일 열린 교총-교육부 본교섭‧협의위원회 개회식에서도 도서벽지 교원의 근무환경 개선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한현식(조직강화 위원) 서울 문일고 교감은 “2016년 섬마을 여교사 성폭행 사건으로 도서벽지 교원의 안전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됐고 교육부에서 교원의 근무환경 종합대책과 인사제도 개선방안 등을 마련했지만 취약한 관사시설에 대한 불안감은 여전히 가시지 않고 있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 같은 불안감은 실제 지난 3월 1일자 신규교원 임용에서도 나타났다. 도서벽지가 많은 전남, 강원, 경북 등의 시‧도에서 임용 미달사태가 발생한 것. 생활여건 등에 대한 불편과 불안으로 교원수급에 차질이 벌어져 지역 간 교육격차 심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 자리에서 교총은 “교육부가 ‘도서벽지 근무 안전 종합대책’ 상 초‧중‧고 통합관사 신축에 대한 이행실태를 점검해 부족한 부분을 즉시 보완해 달라”고 요청했다. 교총은 이밖에도 2018~2019 교섭 과제로 현재 월 3~6만원 수준으로 20년 째 동결 중인 도서벽지 수당을 인상해줄 것과 취약지역 관사시설에 대한 점검 및 개선 추진 권고도 요구했다.

김예람 기자 yrkim@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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