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든 도전해봐, 그래야 지치지 않고 가르칠 수 있어"

2019.10.04 10:30:00

어느 신참교사의 현장연구대회 비망록

교사는 전문가인가? 전통적으로 교사의 전문성은 교사 업무의 특성상 가져야 할 전문적 지식, 자율성과 책무성, 윤리관 등으로 개념화되어 왔으며, 이를 통해 교사를 전문가라고 답할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교사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상대적으로 낮아지면서 과거보다 교사의 전문성에 대한 인식이 약화되고 모호해지고 있다. 때문에 교직을 둘러싼 급격한 사회 변화에 맞춰 교사의 전문성을 재개념화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지식 전문가’이자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교사 정체성은 ‘연구자로서의 교사’, ‘평생 학습자로서의 교사’ 등으로 새로운 면모를 요구받고 있는 셈이다.

 

이 과정에서 연구하는 교사상은 4차 산업혁명 시대 급변하는 교육환경에서 교사들의 전문지식과 역량을 갖추는 가장 중요한 조건으로 꼽힌다. 이는 교사가 개혁의 대상이 될지, 아니면 주체가 될지 여부를 판가름하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탄탄한 이론이 뒷받침 될 때만이 수업과 생활지도, 학교 행정까지 전문성있게 수행할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론적 전문성은 때때로 현장 역량과의 연관성이 떨어질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교육현장에서 연구와 이론 활동을 외면하는 것은 악화가 양화를 구촉하는 우를 범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연구없는 실천은 없다’는 말처럼 충실한 연구를 통해 습득한 이론을 학교 현장에서 실천하는 교사가 많아질수록 우리 교육의 새로운 진보를 기대할수 있다.

 

이번 호는 연구하는 교사, 실천하는 교사를 주제로 잡았다. 치열하고 지난한 연구를 통해 전문성을 높이는 교사, 새로운 교수법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교사, 그들이 교육현장을 어떻게 바꿔나가고 있는지 진솔한 이야기를 담았다. 또 교사들 스스로 연구하는 풍토가 우리 교육발전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도 조명해 본다. 교육은 연구다.

 

“아니 이렇게 어린 선생님이 벌써 연구대회야?”라는 말씀을 종종 듣던 해에 운이 좋게 대통령상의 영예를 안게 되었다. 물론 노력을 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연구대회를 준비하면서 많은 고민과 어려움을 겪었지만, 아이들과 하루하루를 보내며 함께 지내는 이야기를 담아보자는 다짐으로 연구보고서를 완성할 수 있었다.

 

그렇게 한 해를 보내고 나니 이제는 교사에게 있어서 연구란 ‘교육 전문가’로 입지를 다지는 도약이라는 생각으로 매년 아이들과 프로그램을 하나씩 완성하고 있다.

 

물론 연구대회를 시작하는 계기는 교사마다 다를 수 있다.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승진 점수를 염두에 두고 시작하는 교사도 있을 것이고, 또 일부는 ‘교사 전문성’의 객관적 인정을 위해 도전하는 교사도 있을 것이다.

 

매년 똑같이 반복되는 무미건조한 학급 경영 및 수업에 신선한 변화를 주고자 현장연구대회의 문을 두드리는 교사들도 있다. 필자의 경우 연구대회에 참가하면서 내가 한 층 성장한 거 같은 기쁨을 누린 기억이 있다. 그래서 짧은 교직경력이지만 아이들에게 부담이 가지 않는 선에서 1년에 1가지 이상의 연구 프로젝트를 수행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첫 도전은 ‘충청페스티벌 독도 플래시몹 대회’ 참가였다. 플래시몹 대회에 참가하게 된다면 활동적인 수업을 진행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아이들과 의미 있는 추억도 쌓을 수 있다는 막연한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결과는 대박이었다. 처음 출전한 연구대회에서 은상을 수상하는 예상 밖 실적을 올렸다. 비록 상금을 받는 것은 아니었지만 값진 경험을 했다. 함께 참여한 아이들도 잊지 못할 추억이었다며 즐거워했다.

 

사실 우리는 정말 열심히 대회를 준비했다. 플래시몹 경연이지만 아이들은 단순한 플래시몹 동작만을 외우지 않았다. 수업과 연계한 일종의 재구성 학습이었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나는 문제없어’라는 노래를 ‘독도는 문제없어’로 개사하고, 뮤직비디오도 제작했다. 대회 당일 우리는 관중에게 ‘독도는 우리 땅!’임을 열심히 알렸다. 대회를 준비하면서 너무 무모한 도전이 아닐까 후회도 했었다. 시간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 하는 생각도 수없이 했다. 하지만 대회 당일 막상 아이들이 무대에 올라간 순간 나도 모르게 울음이 터져 나왔다. 아직도 그때의 모습을 촬영한 유튜브 영상을 볼 때면 마음이 찡하다. 가끔 교사로서 초심이 흔들릴 때면 당시 촬영했던 장면을 다시 보곤 한다.

 

첫 경험은 나에게 자신감과 도전 정신을 일깨워줬다. 이듬해 나는 한국교총이 주관하는 현장연구대회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우연히 쓰기 시작한 ‘교단일기’가 발단이 됐다.

 

첫 발령을 모교로 받고 나서 무엇인가 기록을 남겨야 하겠다는 생각에서 하루에 있었던 일들은 일기 형식으로 쓰기 시작했다. 무심코 노트에 일기를 적어나가는데 두 달 정도 쓰고 나서 보니 거의 아이들 개인에 대한 평가뿐이었다.

 

수업에 대한 성찰보다는 ‘행동발달기록부’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뭔가 변화가 필요했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게 ‘교실 일상 모음집’이었다. 나와 아이들의 일 년간 이야기를 한 편의 일기로 남겨보면 어떨까? 신참 교사에게 필요한 생활지도를 토대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면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 간의 문제로 고민이 많았던 아이들의 마음을 시원하게 뚫어줄 수 있는 생활지도를 위해 ‘소(통)·화(합)·(축)제’의 이름을 붙여 일 년의 활동을 프로그램으로 엮어냈다. 물론 어려움도 많았다. 하지만 첫 도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전국에서 2등급을 받게 되었다. 등급이 주는 순위는 중요하지 않았다. 교사로서 잘해보고 싶다는 의욕은 더 충만해졌다.

 

다음 해 다시 현장연구대회에 다시 도전했다. 이번엔 교육대학교에서 심화전공으로 공부했던 ‘과학교과’에 대한 연구였다. 아이들에게는 재미없고 어려운 과목으로 인식되는 ‘과학’을 흥미있는 프로그램으로 구성해 주면 어떨까? 하는 작은 생각에서 출발했다. ‘과학의 재미있는 변신’을 목표로 잡고 지난 연구에서 부족했던 구조적·내용적 부분을 보충해 나갔다.

 

그렇게 탄생하게 된 보고서의 제목이 ‘R(read)-E(exercise)-D(double up) 과학체험활동 프로그램을 통한 과학적 태도 및 탐구력 신장’의 과학 분과 보고서였다. 제법 보고서 다운 구색이 갖춰졌다. 연구계획서를 제출하기 전에 현장연구대회 전국 대회 발표에서 입상한 선생님들의 보고서들을 많이 읽고 연구했던 것이 큰 도움이 됐다.

 

그리고 결과 발표 날, 대통령상이라는 과분한 상을 받았다. 함께 RED 활동을 했던 우리 반 아이들이 달려와 “이거 우리 다 같이 받는 거잖아요? 그쵸?”라며 환호성을 질렀다. 연구대회가 나만을 위한 대회가 아니었다는 것에 더 벅찬 감동을 느꼈다. 돌이켜 보면 당시 연구대회는 입상실적보다 교사로서 나 자신을 좀 더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하고 한 단계 발전시키는 자극제가 되지 않았나 싶다.

 

이 일을 계기로 이후 대학원에 진학하게 되었고 또 최근에는 과학 영재를 주제로 석사 논문 작성에 몰두하고 있다. 또 전문적 학습공동체를 하는 선생님들과 함께 좋아하는 과목을 더 재미있게 잘해보기 위한 공동연구로 진화 중이다. 물론 혼자 하는 것과는 달리 신경 써야 하는 것들도 많지만, 아이들과 동료선생님들 모두에게서 즐거움을 배로 느끼기 때문에 훨씬 유익하고 뿌듯하다.

 

비록 짧은 경험이었지만 교총의 현장연구대회는 고경력 교사보다는 이제 막 학급 세우기를 시작하는 저경력 교사에게 더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아직도 신규교사 임용 연수시간에 들었던 한 베테랑 선생님의 이야기가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처음 교직 10년간은 뭐든지 도전해봐! 그래야 40년 동안 아이들과 지치지 않고 함께 할 수 있어.”

 

지금의 내가 부끄럽지 않은 교사로 서 있을 수 있는 것은 교총의 현장연구대회가 결정적 계기가 됐다. 교실수업부터 행정업무까지 광범위한 영역을 다루는 현장 연구대회는 교사라면 누구든 도전해 볼 만한, 또 그만큼의 가치를 얻을 수 있는 최고의 기회라고 생각한다. 특히 전 과목을 지도하는 초등교사 입장에서는 ‘한해살이’를 어디에 초점을 두는지에 따라 어떠한 분과라도 부담 없이 출전해 볼 수 있는 기회의 장이기도 하다.

 

솔직히 연구대회의 참된 가치와 맛을 모른 채 일방적으로 매도하는 것을 보면 안타깝고 속상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연구과정에서 느끼는 아이들과의 래포 형성, 프로그램 마무리 후 느끼는 성장의 결과를 경험한 교사라면 연구대회의 무한한 가치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다. 처음 시작할 때 한 걸음 내딛는 것이 힘든 법. ‘교육 일기장’에 나만의 특색 수업 또는 생활지도 비법을 정리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보면 어떨까?

장예슬 충북 경덕초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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