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호 기적의 놀이터 ‘작전을 시작하∼지’는 순천시 해룡면 신대지구에 위치해 있다. 2017년 5월 2일 개장한 5000여㎡ 규모인 놀이터는 세계적 권위자인 독일의 귄터 벨치히와 총괄 디자이너 편해문 선생이 어린이들의 의견을 듣고 협업 설계했다.
1호 놀이터 ‘엉뚱발뚱’이 아파트단지 사이 산에서 내려오는 경사지형에 자연소재인 돌, 통나무, 언덕, 잔디 등을 이용해 만들어졌다면, 2호 놀이터는 도심지구의 평지를 활용해 스페이스 네트, 워터 슬라이드, 잔디 미끄럼틀 등 어린이들의 도전과 모험정신을 기를 수 있는 놀이시설을 갖췄다. 그 중에서도 대표적인 것이 약 11m 높이의 스페이스 네트일 것이다. 에펠탑과 비슷한 모양으로 아이들이 오르고 내리며 전신 근육을 사용할 수 있도록 고안된 놀이기구라고 한다.
단, 상징성을 더하기 위해서인지 거대한 11m 높이와 규모는 아이들에게 다소 위압감과 위험성을 느끼게 할 수도 있다. 이때에는 옆에 있는 작은 규모의 스페이스 네트에서 활동하고 난 후 익숙해지면 높은 단계의 스페이스 네트에 도전하면 좋을 것이다. 1호 놀이터는 경사가 있거나 산악지형에 있는 학교들이 벤치마킹하기 좋다면, 2호 놀이터는 도심 속에 있는 평지지형의 학교들이 벤치마킹하기 좋아 보인다.
가족이 함께하는 놀이 공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노는 놀이터인 제3호 기적의 놀이터 ‘시가모노’는 2018년 4월 6일 개장했으며 순천시 서면 선평리 강청수변공원에 위치해 있다. 3호는 유아부터 청소년까지 모든 연령대가 즐길 수 있는 통합놀이터를 목표로 만들어진 만큼 8000여㎡의 넓은 강변부지에 위치한 가장 큰 규모의 놀이터다.
강이나 지류천을 따라 이어지는 산책길을 기적의 놀이터로 꾸며놓았다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단순히 성인들의 산책로나 자전거 도로가 아니라 가족이 나와 아이들과 함께 어울릴 수 있는 놀이공간으로 탄생시킨 점이 의미 있다. 아스팔트 바닥에는 각양각색의 모양들이 그려져 있어 아이들의 호기심과 놀이욕구를 불러일으킨다. 아직 놀이기구를 사용하기 어려운 유아들은 부모와 손을 잡고 완만한 언덕길을 산책한다. 무더위에 지친 아이들은 바닥 분수대에서 물과 함께 뛰어놀며 더위를 식힌다.
3호의 대표 격인 그물놀이터는 밧줄놀이를 기반으로 한 여러 가지 기구들이 부드러운 여과사가 깔려있는 공간 안에 비치돼 있는 곳이다. 이 밧줄놀이 기구들은 서로 연결돼 있어 ‘한번 시작하면 완주를 해야 한다’는 아이들의 모험심을 자극한다. 3호 놀이터에는 공간이 넓은 만큼 다양한 그네가 배치돼 있는데,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1인용 그네뿐만 아니라 2인 이상이 올라갈 수 있는 바구니형 그네도 설치돼 있다. 또, 짚라인과 비슷한 밸런스바이크장이 있으며 성인이 옆에서 안전지도를 할 때 아이들이 더 즐겁게 활동할 수 있는 놀이기구다.
제4호 기적의 놀이터인 ‘올라올라’는 순천시 용당동 업동호수공원에 위치해 있으며, 올해 5월 1일에 개장했다. 4호 놀이터는 자작나무원, 수림대 등 생태공원의 성격을 더하고, 1, 2, 3호 놀이터들의 장점을 합쳐놓은 종합선물세트 같은 느낌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1호에 있는 20m 길이의 긴 미끄럼틀을 설치해 놨고 혼자서만 타야 하는 원통형 미끄럼틀의 단점을 극복한 대형 단체 평미끄럼틀을 설치한 점도 눈길을 끈다.
또 높은 곳으로 올라가려고만 하다보면 다소 위험할 수 있는 2호의 타워형 스페이스 네트를 크기와 높이를 낮추고 모양도 두 개의 기둥에 걸쳐놓은 그물형 침대와 같은 지반형 스페이스 네트로 설치해 안전성을 높였다. 8월의 무더위를 피하기 위한 햇빛가림막이 놀이기구 곳곳에 설치돼 있어 아이들에 대한 세심한 배려가 느껴졌다.
전국 최초 ‘안전 지킴이’ 상주
각 놀이터에는 ‘공원놀이터 활동가(Park player)’가 1명씩 상시 근무하고 있다. 이들은 기적의 놀이터에 어린이들뿐만 아니라 방문객이 날로 늘어남에 따라 어린이들이 마음껏 뛰놀고 놀이에 집중할 수 있도록 ‘안전지킴이’ 역할을 하고, 각 놀이터의 건설취지와 과정을 자세하게 설명해주는 ‘안전·홍보’ 전문가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이는 순천시가 일자리 창출의 일환으로 공개 모집을 통해 전국 최초로 놀이터에 배치한 새로운 직업이라고 한다.
이처럼 ‘아이들이 스스로 몸을 돌보며 마음껏 뛰어놀자’는 주제를 가지고 시민들과 함께하는 정책사업인 기적의 놀이터는 현재 5호, 6호가 준공 중이다. 5호 기적의 놀이터에는 짚라인, 암벽등반 놀이대, 광폭슬라이드, 다인그네, 쉼터가 들어서게 된다고 한다. 특히, 5호부터는 놀이터 명칭을 ‘기적의 안심놀이터’로 바꾸고 안전한 놀이문화, 배우고 체험하는 공간으로 조성한다고 한다. 또 장애 어린이들까지 이용할 수 있는 기구를 설치해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놀이터로 만들 계획이라고 한다. 이런 기적의 놀이터는 많은 시군구 자치단체의 롤모델이 되었으며, 앞으로 ‘기적의 안심놀이터’가 그 역할을 계속해 나갈 것이다.
어린이 감리단 의견 들어야
최근 학교 현장에서도 화장실, 다목적실, 운동장, 체육관 등의 시설을 리모델링하는데 있어 설계자, 교사, 학부모, 학생들이 모여 사업을 진행하는 등 학교의 주인인 어린이들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공사기한이 정해져 있고 설계와 시공에 있어 전문지식이 부족한 어린이들의 의견이 쉽게 반영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준공과 개장 일정이 늦춰지더라도 어린이 감리단의 의견을 끝까지 반영해 어른들의 놀이터가 아닌 아이들을 위한 놀이터를 만들겠다는 방향을 굳게 지켜나가는 기적의 놀이터 프로젝트처럼 학교놀이터를 살리기 위한 노력도 그 맥을 같이 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