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 중 교사 발언 무단 녹취도 교권침해로”

2020.01.06 11:00:00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교권침해 신고 건수는 2018년 2,244건, 최근 5년간(2014~2018) 1만 5103건 이라고 한다. 교권침해를 떳떳하게 드러내지 못하는 학교현장의 정서를 고려하면 통계상의 수치는 빙산의 일각일 것이다. 다행히 2019년 4월 16일 개정된「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이하 ‘교원지위법’이라고 함)이 2019년 10월 17일부터 시행되었다. 교원지위법에 따르면 교육활동 침해학생에 대하여 학교폭력 가해학생과 마찬가지로 기간제한이 없는 출석정지, 학급교체, 전학 등의 조치를 할 수 있다. 처벌을 강하게 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지만 피해교원이 병가를 내거나, 전보를 가는 일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교권보호 또는 교육활동 보호를 학생·학부모·교사들의 자발적인 노력과 의식 변화에만 맡겨두기는 어려운 현실이며, 이제는 법과 제도를 개선하여 교권과 교육활동을 적극적으로 보호해야 한다.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지극히 주관적인) 개선 방안을 살펴보자.

 

1. 교권 개념의 확립

흔히 ‘교권’이란 용어를 사용하고 있지만 법률에서는 교권의 개념을 정의하거나 구체화하지 않고 있어 교권이 무엇을 의미하는지가 불분명하다.

 

따라서 교권을 교사의 특수한 지위에서 인정되는 교사의 권리로 인정하기 위해서는 부모에게 인정되는 친권처럼 법률로 교사는 교권을 가지며, 교권의 내용과 범위는 이러이러하다고 명확히 정의할 필요가 있다. 더 나아가 가능하다면 향후 개정되는 헌법 조항에 명시되면 더욱 좋다.

 

 

2. 학교 현장에 맞는 ‘교육활동 침해행위’의 구체화

교원지위법 제15조는 교육활동 침해행위를「형법」의 상해와 폭행의 죄, 협박의 죄, 명예에 관한 죄, 손괴의 죄,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른 성폭력범죄 행위,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조 제1항에 따른 성폭력범죄 행위,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른 불법정보 유통 행위, 그 밖에 교육부 장관이 정하여 고시하는 행위로서 교육활동을 부당하게 간섭하거나 제한하는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교육부 장관은 「교육활동 침해 행위 고시」를 통하여 형법의 공무방해에 관한 죄 또는 업무방해에 해당하는 범죄, 교원에게 성적 언동 등으로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행위, 교원의 정당한 교육활동에 대해 반복적으로 부당하게 간섭하는 행위, 그 밖에 학교장이 위반한다고 판단하는 행위를 교육활동 침해행위라고 고시하였다.

 

교원지위법 및 교육부 고시에 의한 교육활동 침해행위는 형법상의 범죄 행위가 대부분이며 학교에서 빈번히 발생하는 교육활동 침해행위를 구체화하지 못하고 있다. 교원지위법 및 교육부 고시에서 형법상 범죄에 해당하지 않는 교육활동 침해행위는 ①교원에게 성적 언동 등으로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행위, ②교원의 정당한 교육활동에 대해 반복적으로 부당하게 간섭하는 행위, ③그 밖에 학교장이 위반한다고 판단하는 행위인데 ①성희롱을 제외한 ②, ③의 행위는 추상적이고 포괄적이어서 예방적 효과 및 실효성이 전혀 없다. 따라서 학교현장에서 빈번히 발생하는 교육활동 침해의 유형인 ①동일한 내용으로 수회 민원을 제기하는 행위, ②업무시간 이외에 유선이나 SNS로 연락하는 행위, ③사전에 약속을 잡지 않고 학교를 방문하여 일방적으로 면담을 요구하는 행위, ④학생에게 녹음기를 들여보내서 교육활동을 무단으로 녹음하는 행위 등을 교육부 고시에 추가할 필요가 있다.

 

3. 교권보호위원회 결정의 실효성(강제력) 확보

학교교권보호위원회는 1. 교육활동 침해 기준 마련 및 예방 대책 수립, 2. 교육활동 침해 학생에 대한 조치, 3. 교원의 교육활동과 관련된 분쟁의 조정, 4. 그 밖에 학교규칙으로 정하는 사항을 심의한다(교원지위법 제19조 제2항). 그런데 ‘3. 교원의 교육활동과 관련된 분쟁의 조정’은 법적구속력이 없고 권고적 효력에 그쳐서 실효성이 없다. 이에 교권보호위원회 결정을 위반하였을 때 제재조항을 마련하여 강제력(구속력)을 부여하여야 한다. 교권보호위원회가 교육활동 침해로 결정하였을 때 교육활동 침해자에게 학교 출입 금지, 교원에게 정보통신망을 통한 메시지 전송, 전화 발신 금지 등의 의무사항을 부과하고 이를 위반하면 교육감에게 요청하여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어야 한다. 이와 반대로 심의 결과 교사에게 귀책 사유가 있다면 담임(교과)교체, 교사의 지도방법 변경 등의 조치도 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4. 교실 내 CCTV 설치

학교의 복도, 출입문에는 학교폭력예방을 위하여 영상정보처리기기(CCTV)가 설치되어 있으나 교실 내에는 아직까지 CCTV가 설치되어 있지 않다. 개인정보보호법 제25조는 1. 법령에서 구체적으로 허용하고 있는 경우, 2. 범죄의 예방 및 수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 3. 시설안전 및 화재 예방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 4. 교통단속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 5. 교통정보의 수집·분석 및 제공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공개된 장소에 CCTV를 설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교실은 학교폭력이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는 장소라는 점에서 사회적으로 합의되거나 학교 내 구성원이 합의한다면 현행 법령하에서도 교실 내 CCTV 설치가 가능하다.

 

하지만 인권침해, 교사의 자율성, 표현의 자유 등을 이유로 교실 내에는 CCTV 설치하지 않는다는 불문율이 존재한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12년 2월 23일 서울특별시교육감에게 교실 내 폐쇄회로 텔레비전(CCTV) 설치행위는 학교폭력을 예방하기 위하여 설치한다고 하더라도 CCTV로 인하여 교실 내에서 생활하는 모든 학생과 교사들의 행동이 모두 촬영되고, 지속적 감시에 의하여 개인의 초상권과 프라이버시권, 학생들의 행동자유권, 표현의 자유 등 개인의 기본권이 제한되어 인권침해소지가 있는 만큼 교실 내에는 CCTV를 설치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표명하였다.

 

2018년 기준 공공기관에 설치된 CCTV는 103만 2879대일 정도로 대한민국은 CCTV의 사각지대가 거의 없는 나라이며, 거의 모든 자동차에 블랙박스에 설치되어 원하든 원하지 않든 도로에서 하루에도 수백 대의 자동차 블랙박스에 나의 모습이 녹화되고 있다. 학교가 아닌 학원·도서관·백화점·카페·식당 등 우리가 생활하는 실내 공간 대부분은 이미 CCTV가 설치되어 있다. 교실 내 CCTV는 교사가 억울하게 체벌·아동학대 가해자가 되었을 때 교사를 보호해 줄 수 있는 강력한 보호 수단이 될 수 있고 학교폭력과 교육활동 침해를 예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교실 내 CCTV 설치를 이제는 마냥 반대만 할 것은 아니라고 본다.

 

5. 아동학대 규정의 구체화

아동학대범죄는 아동을 양육하는 부모(양부모)의 반인륜적인 행위를 대상으로 하였는데 요즘에는 교사의 일회적이고 우발적인 신체접촉·훈육·생활지도가 신체학대·정서학대·방임 등의 아동학대로 처벌되고 있다. 아동복지법상의 금지행위는 금지행위의 추상성·광범위성 등이 명확성의 원칙, 형법의 보충성의 원칙과 관련하여 많은 지적을 받고 있다. 아동복지법상의 학대가 형법상의 학대보다 법정형이 높음에도 법원은 “아동의 경우 완전하고 조화로운 인격발달을 위하여 사회적으로 보호받을 필요성이 있어 성인에 비하여 보호가치가 크다고 할 것이므로, 아동복지법상 학대의 개념을 형법상 학대의 개념보다 넓게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시하여(인천지법 2015고단612 판결) 아동복지법상의 학대를 형법상의 학대보다 넓게 인정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지침에 따르면 방임은 ‘행위의 반복성’과 ‘결과적 기준’을 필요로 하는데 논란이 된 고속도로 휴게소 사건에서 법원은 우발적·일회적 행위임에도 교사의 방임을 인정하였다(대구지방법원 2018노1960).

 

최근에는 정서적 학대로 민원 또는 고소당하는 교사가 급증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라면 교사들은 생활지도·훈육 등의 적극적인 지도를 기피할 것이고, 이는 학교의 교육 포기를 초래할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학교는 인성교육·전인교육의 장이 아닌 단순한 지식을 전달하는 학원이 될 것이다. 따라서 교사의 훈육·생활지도범위를 명확히 하고 일회적 행위임에도 무분별하게 아동학대범죄로 신고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아동학대의 개념에 ‘지속성’ 또는 ‘반복성’ 요건을 추가할 필요가 있다.

 

6. 보호자의 민원으로 인해 학교가 인지한 아동학대·성범죄는 신고의무 대상에서 제외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은 아동학대나 아동 대상 성범죄는 교직원에게 신고의무를 규정하고 있으며, 이를 위반하면 과태료가 부과된다. 신고의무는 학생(아동)은 스스로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하고, 보호자에 의한 아동학대나 성범죄는 학교가 신고하지 않으면 밖으로 드러나지 않고, 학교 내에서 발생한 아동학대나 성범죄는 학교가 신고하지 않으면 은폐될 수 있음으로 교사에게 학생에 대한 후견인·보호자 지위를 부여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미 보호자가 인지하고 있는 아동학대나 성폭력 사안은 보호자가 독자적으로 신고할 수 있으므로 학교(교사)에게 신고의무를 부과할 필요가 없다.

 

최근에는 학부모가 민원을 제기하면서 학대·폭력이라는 말만 나오면 학교는 기계적으로 수사기관에 아동학대로 신고하고 교육청에 보고하고 있어 신고의무가 취지와 다르게 운영되고 있다. 학부모가 상담하면서 신고나 처벌은 바라지 않고 교사의 사과면 충분하다고 하여 신고하지 않았는데 나중에는 미신고를 이유로 민원을 제기하여 과태료가 부과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따라서 학교에 신고의무를 부과한 취지에 맞게 보호자가 인지하지 않은 상태에서 학교가 인지한 아동학대나 성범죄는 당연히 신고를 하여야 하나, 보호자의 민원으로 인해서 학교가 인지하게 된 사안은 신고의무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이 타당하다.

 

7. 고의·중과실에 의하지 않은 교육활동 중의 형사적 책임은 면책

법률위반이나 고의 중과실이 없음에도 학부모의 감정적 이유로 고소되어 고통을 겪는 교사들이 많다. 교육활동으로 인해 민·형사 소송이 제기되면 교육청은 교사 개인의 문제이므로 개인이 알아서 대응하는 것이 원칙이라면서 교사 개인의 책임으로 돌린다.

 

교통사고로 상해를 가하더라도 보험에 가입되어 있으면 대부분은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다. 그런데 교사는 학교안전사고, 학교폭력 발생 시 주의의무 위반이나 직무유기 등으로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으며, 무죄 또는 불기소 처분을 받더라도 법적인 불이익 또는 심적인 고통을 겪는다.

 

교사의 교육활동을 보호하고 감정적·소모적 분쟁으로 인한 교육력 낭비를 막기 위해서는 학교안전공제회의 보상 범위를 확대하고, 학교안전공제회로부터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사안은 교통사고와 같이 형사책임을 면책시켜 주어야 한다. 교통사고도 보험에 가입되어 있으면 형사처벌이 면책되는데 열심히 지도한 교사에게 형사책임을 묻는 것은 형평에 어긋난다.

전수민 법무법인 현재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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