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취업준비생 되어 면접시험을 보다

2020.02.17 09:51:15

구청 주관 경로당 문화교실 강사 도전기

오늘 아침, 미세먼지로 하늘이 뿌옇다. 평소 뒷베란다에서 보이는 북쪽의 광교산, 앞베란다에서 보이는 서쪽의 칠보산이 보이지 않는다. 코로나 21 때문에 벌써 2주간 경기상상캠퍼스, 경로당, 복지관 휴강이다. 강사로서 달콤한 휴식이지만 기간이 길다. 몸이 근질근질하다. 역시 강사는 수강생들과 어울리며 땀흘려가며 ‘하하호호’ 웃을 때 행복하다.

 

오늘은 구청 주관 경로당 문화교실 강사 최종합격자 발표의 날. 면접시험 볼 때 대기장에서 초조하게 기다렸는데 합격자 발표날도 초조하긴 마찬가지다. 작년엔 자신 만만했는데 올해는 조금 자신감이 부족하다. 작년과 다른 점은 올해 경쟁률이 엄청 세다는 것. 작년엔 응시자 중 유일 남자였다. 올핸 남자도 여럿이다. 대기실에서 기다리는 사람을 헤아리니 10명이 넘는다.

 

작년에 준비한 면접 예상질문과 답변 출력물을 업그레이드 시켰다. 그리고 달달 외웠다. 아마 10여 차례 이상 보고 읽었다. 면접 심사 기준은 ‘당해 직무에 필요한 능력 및 적격성’이다. 본인 소개, 포크댄스의 장점, 지도상의 유의점 등을 준비하였다. 작년엔 첫 질문이 인생관이었다. 올해는 어떤 질문이 나올지? 다만 여유를 가져야 하는데 피교육자의 ‘피’자가 문제다. 현재 나는 수험생이다.

 

서류 접수는 미리 준비하였기에 접수 첫날 오전에 마치었다. 서류합격자 통보와 동시에 면접일이 정해졌다. 구청의 과장, 팀장, 담당자가 모두 바뀌었다. 면접 장소도 과 사무실 옆 공간에서 도서관 지하 동아리실로 바뀌었다. 면접 시각은 14:30, 10분전에 도착해 대기해 달라는 당부도 있었다. 집에서 미리 출발 도착하니 14:00. 너무 일찍이다 싶어 차안애서 다시 면접 출력물을 읽었다.

 

14:10 면접장소에 도착, 대기장소인 강당에 들어갔다. 십 여 명이 대기하고 있었다. 건강체조는 희망경로당이 적어 작년에도 1명을 선발했다. 그렇다면 10:1이 넘는다는 것인데 대기 중에도 응시자는 계속 들어왔다. ‘우와, 취업하기가 이렇게 힘든 거구나!’ 실력도 있어야하지만 경쟁자를 물리쳐야 하는 냉엄한 현실이다. 작년엔 7개월간 지도했는데 올핸 방학이 있어 6개월이다. 당연히 강사료가 줄어든다.

 

 

주 2시간, 경로당 세 곳을 뛰면 강사료는? 월 50만원이 안 된다. 아마도 강사가 생계를 책임지는 가장이라면 또 다른 직업을 병행해야 할 것이다. 강사료와 은행 이자율을 계산해 본다. 은퇴 후 일정 수입 만들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형이상학적인 것에 목적을 두어야만 이겨낼 수 있는 직업이다. 지금 나는 취준생이나 마찬가지다. 기다림이 지루하지만 머릿속은 여전히 복잡하다. 일부러 일어나 대기실을 왔다갔다 하면서 시간을 달래보았다.

 

대기실에서 다시 내 시선은 계속 면접 출력물에 고정되었다. 발등에 떨어진 불이기 때문이다. 작년엔 기다리자마자 제일 먼저 면접을 보았다. 금방 끝났다. 그런데 이번에 그게 아니다. 대기자가 다 귀가하고 내가 면접실로 들어간 것은 끝에서 두 번째다. 이번엔 경쟁률이 치열하다. 10:1이 넘어 위기감마저 들었다. 자칫 하다간 떨어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면접관 세 분에게 인사를 드리고 자리에 앉았다. 사회복지과장을 비롯해 모두 처음 보는 분들이다. 첫 질문은 자기소개와 자기 자랑. 교직 은퇴 후 활동을 소개하면서 시니어를 위한 사명감과 보람을 피력했다. 다음 질문은 생활철학. 교직에 있을 때 학생들에게 강조하고 내가 실천한 ‘도전은 즐겁다’와 ‘실행이 답이다’를 말했다. 마지막 질문은 본인이 리더십 여부와 그 근거. 초임 교장 시절 학교표창 19개 이야기를 했다.

 

면접을 마치고 나니 대기 시간 포함 1시간이 넘게 걸렸다. 1시간 무료 주차인데 시간이 넘어 초과분 주차료를 냈다. 그런데 면접이 만족스럽지 못하다. 자기자랑 하라고 멍석을 깔아주었는데 긴장을 해서 그런지 빠뜨리고 말았다. 내가 준비한 강사로서 지도상의 유의점 3가지 칭찬, 안전, 눈높이 이야기는 꺼내지도 못했다. 내 입에서는 엉뚱한 수강생과의 공감대 형성, 30분 전 도착 강의 준비, 휴식 시간 간식 이야기가 나왔다.

 

과연 구청에서는 누구를 강사로 정할 것인가? 작년에 뛰었던 나를 다시 선정할까? 작년엔 남자가 하나였지만 지금은 세 명이다. 여성은 더 많다. 나이로 보면 내가 고참 축에 속한다. 경로당 어르신을 지도하기엔 젊은 사람이 좋을까 나이 먹은 사람이 좋을까? 귀가하니 초등학교 근무하는 아내가 유치원 기간제 교사 면접이야기를 한다. 미혼인 사람과 50세가 넘은 사람의 교육 효과를 이야기 한다. 상황은 다르지만 면접시험을 치룬 나의 이야기다.

 

오전 11시 40분. 문자 하나가 왔다. ‘경로당 문화교실 강사 최종 합격’ 축하한다는 내용과 함께 계약 관련 안내다. ‘휴우…. 다행이다’ 나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가족 카톡에 올리니 축하가 이어진다. 그 동안의 경기상상캠퍼스와 복지관 경로당에서의 포크댄스 재능기부가 보배라는 생각이 든다. 수업 노하우 많이 터득했다. 강사로서 신중년의 문화 이해에 크게 도움이 되고 있다. 나의 ‘도전은 즐겁다’는 계속될 것이다.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yyg9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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