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건강권 보호가 우선이다

2020.04.06 11:00:00

코로나19로 전대미문의 개학연기 사태가 벌어졌다. 전국 모든 유치원과 초·중·고등학교가 동시에 휴업에 들어간 것은 6.25 전쟁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교육부와 교육청 등 교육당국은 물론 일선 학교들이 모두 당혹감 속에 시간을 보냈다.

 

개학이 늦어지면서 연간 법정일수를 채우려면 모든 학사일정을 미뤄야 하지만 학교 안팎의 사정은 여의치 않아 진퇴양난이다. 고3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대입 일정에 차질을 빚을까 전전긍긍이다. 수업 일수가 줄어들면 교사들도 고민이 깊다. 진도를 맞추려면 압축 수업이 불가피 한데 방안이 마땅치 않다. 개학연기가 길어져 수업시수까지 변화가 생기면 부담은 더 커진다. 교육당국에서는 원격수업 등 온라인 교육과정 운영을 대안으로 내 놓지만 익숙지 않은 중장년 교사들에게는 스트레스가 아닐 수 없다. 비대면 교육이 주는 교육 효과도 의심스럽다. 실험·실습이 중시되는 수업은 한계가 분명하다.

 

코로나19를 계기로 학교 보건의료체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많다. 코로나와 같은 전염병이 다시 등장할 수 있다는 가능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확실한 대비가 필요하다. 단순히 보건교사를 확충하고 부족한 곳에 간호사를 배치하는 응급처방만으로는 학생들의 건강과 안전을 학교가 보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학생만 문제가 아니다. 교사들의 건강권에 대한 강력한 보호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교사의 건강이 가르치는 학생들의 건강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코로나19는 우리 사회 공동체 의식을 가늠해보는 중요한 바로미터가 됐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정지역, 특정국가, 특정인에 대한 무분별한 혐오는 코로나 준 가장 큰 상처가 아닐 수 없다. 혐오와 공포의 바이러스를 교육적으로 퇴치하는 방법은 없을까.

 

이번 호는 코로나19 대란 속에 교육현장의 고민을 살펴보고 이를 교육적으로 어떻게 지도할 것인가를 짚어본다.

 

교육당국은 지난 2월 23일 코로나19 위기 경보를 최고단계인 심각으로 격상하고, 전국 유치원과 초·중등학교 개학을 3월 9일로 연기하였다. 이후 교육부는 코로나19 확산세가 멈추지 않자 23일로 2주 더 연기했다. 이에 따라 감염병 차단을 위한 각종 지침이 학교로 쏟아졌다. 그러나 지침 중에 ‘교사를 포함한 교직원’의 안전에 관한 내용은 좀처럼 찾기 어려웠다.

 

교사가 건강할 때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다. 그럼에도 학교 내외의 어려움이 발생할 때마다 교사의 건강권에 대한 고려는 뒷전이다.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국가공무원이라는 이름 아래 학교가 휴업을 하더라도 출근하여 복무해야 한다는 지침만 반복되었다.

 

물론 국가 위기 상황 시 교사가 국가공무원으로서 학교를 지켜야 함은 당연하다. 국가 위기 상황도 자연재해, 재난 상황, 전시상황, 감염병 확산 등 다양한 형태가 있을 수 있다. 이 모든 국가 위기 상황 때마다 교사 전원이 학교에 출근하여 근무하는 것이 타당한지 따져볼 필요는 있다. 이번 코로나19와 같이 감염병이 유행할 때에는 사람들이 모이거나 접촉하는 것을 최대한 줄이고, 방역을 확대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도 교육당국은 감염병 유행으로 학교가 휴업하는 마당에도 단지 감염병 관리 통제의 용이성만 따져 교사가 학교에 출근해야 한다는 의견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이다. 만약, 이번 코로나19가 학기 중에 발생하였다면, 학교가 종교시설과 더불어 주요 감염원이 되었을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학생만 안전하면 코로나19 확산 막을 수 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 중에 발표한 대부분 대책은 학생 건강권 보호와 수업결손 방지, 행정조치에 관한 내용이 주를 이루었다(발열 체크, 위생교육 강화, 학사 운영 정상화, 돌봄교실 운영, 개인정보보호 등). 교육당국은 학생만 안전하면 감염병 확산을 막을 수 있다고 고집하는 모양새를 보였다. 한마디로 교사를 포함한 교직원의 건강권 보호에 관한 내용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지난 2월 28일에 가서야 임신부, 만성질환자 등 ‘고위험군에 해당하는 교육공무원에게 재택근무 우선 고려’라는 지침을 내렸을 뿐이다.

 

게다가 긴급돌봄교실은 의무적으로 운영하도록 하였다. 맞벌이 가정 자녀를 위한 불가피한 결정이었다고 본다. 그러나 많게는 20여 명의 학생과 교사가 모여있는 돌봄교실에서 상호감염을 일으킬 가능성도 크다. 실제로 자녀가 코로나19에 감염될까 우려하여 신청 학부모의 44% 정도만 돌봄교실을 이용하였다. 이 같은 상황에서 돌봄교실을 의무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한 조치였는지 생각해보아야 한다. 이왕 돌봄교실을 운영할 것이면 돌봄전담사들과 돌봄학생들에 대한 안전 조치, 방역 지원, 분산 배치 방안 등도 함께 발표되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이 같은 혼란은 ‘초·중등교육법’, ‘교육과정’, ‘학교보건법’, ‘감염병 예방에 관한 법률’ 등이 상충하면서 비롯되었다고 본다. 우선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45조(수업 일수)’에는 천재지변, ‘같은법 제105조’에 따른 연구학교 등에서 법정 수업 일수 190일의 10분의 1인 ‘19일’ 범위 내에서 수업 일수를 줄일 수 있도록 규정되어 있다. 그러나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과 관련한 구체적 조치는 초·중등법교육법령 어디에도 없었다. 오히려 학교 현장에 잘 알려지지 않은 ‘학교보건법’이나 ‘감염병 예방에 관한 법률’ 등에 상세히 규정되어 있다. 이로 인해 학교와 교육당국은 코로나19 발생 초기에 감염병이 천재지변이냐 아니냐를 따지는 등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혼란의 중심에는 교육부 고시문서인 ‘교육과정’이 있었다. 우리나라 교육과정은 교육부 고시로 전국 유·초·중등학교에 적용된다. 교육부 고시문서로서 교육과정은 교육 관련 법규 중에서도 하위 문서이다. 그런데 하위 문서인 교육과정이 상위 법령인 초·중등교육법을 얽매는 이상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도 여지없이 웃지 못할 상황이 발생하였다. 학교가 휴업을 하더라도 규정한 수업 시수를 지킬 수밖에 없도록 교육과정에 규정되어있기 때문이다.

 

휴업하면 법정 ‘수업 일수’가 줄어들어 ‘수업 시수’를 감축해야 하는데도 말이다. 단축 수업으로 시수를 맞추려 해도 이 또한 쉽지 않다. 고시문서인 교육과정에서는 수업시간을 초등학교 40분, 중학교 45분, 고등학교 50분으로 정하고 연간 수업 시수 총량을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감염병이 확산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교사들은 감염 위험을 무릅쓰고 수시로 모여 휴업에 따른 수업 시수를 맞추기 위해 골몰할 수밖에 없었다.

 

이 와중에 교육당국은 학교에 휴업 여부를 매우 엄격한 절차를 통해 결정하라는 공문을 수시로 내려보냈다. 교사 안전에 관한 내용은 개인위생을 철저히 하라는 정도밖에 없었다. 더구나 학교 방역에 필수적인 마스크, 체온계, 소독제 등의 지원 계획도 없이, 교문과 교실에서 교사들이 발열 검사를 하라는 지침이 내려오기도 하였다. 교사를 포함한 교직원에게 적어도 1일 1마스크와 위생장갑 정도는 지급하고 발열 검사를 시행하는 것이 상식인데 말이다. 교육당국은 교사를 감염병에도 끄떡없는 철인이라 여기는 듯하다.

 

우여곡절 끝에 교육부가 초중등학교 개학 연기와 학교 휴업을 발표하였으나, 교사들을 매개로 한 감염병 확산이 우려됨에도, 휴업은 학교가 문을 닫는 ‘휴교’가 아니기 때문에 교사는 출근하라는 원칙이 고수되었다. 일부 학교에서 감염병 확산 예방을 위해 비상 근무조를 편성하고 ‘교육공무원법 제41조(연수기관 및 근무 장소 외에서의 연수)’를 활용하여 재택근무를 하는 등의 대책을 수립하였으나, 이 또한 국가공무원인 교사가 휴업 중에는 당연히 출근해야 한다는 반발에 부딪히기도 하였다. 학교 휴업 시 교육공무원법 제41조 연수를 활용하여 교사들에게 재택근무를 명할 권한이 학교장에게 있음에도 말이다.

 

다행히도 교육당국은 신학기를 앞두고 개학을 연기한다고 발표하였다. 이번에도 역시 구구절절한 조건을 달아 개학 연기 기간 중 교사의 복무 절차를 제시하였다. 교육당국은 학생과 교직원의 감염 방지와 신학기 학사 운영 준비를 철저히 하고, 단위학교 ‘코로나19 대책반’ 운영을 전제로 교원의 증상 여부, 감염 우려 등을 고려하여 재택근무를 조건으로 예외적으로 교육공무원법 제41조 연수를 학교장 책임하에 운영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이번 지침에서 교사를 포함한 교직원의 건강권 보호를 위한 대책이 포함되었지만, 전제 조건이 까다롭고 제한적이어서 아쉬움이 있다.

 

 

학교 교직원 건강권 보호 대책 절실

학교는 학생, 학부모, 교원(교사, 교감, 교장), 직원(교육행정직원, 교육공무직원), 기타직원(보안관, 방과후학교 코디, 학습준비물실 코디, 기초학력보장 지원사 등), 방과후학교 강사, 외부 민원인 등 다양한 사람들이 모일 수밖에 없는 곳이다. 그중에서도 교사가 학생들과 가장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휴업령이 내려진 상황에서 학생이 가정에서 감염병 예방을 철저히 한다 해도, 교사가 학교로 출퇴근하는 중에 코로나19에 감염될 수도 있다. 만약 감염된 교사가 휴업령 이후에 학생들과 접촉하게 된다면 감염병 차단을 위한 그간의 노력이 다 헛수고가 되고 말 것이다. 결국, 심각한 교육활동 파행으로 이어질 것이다. 이처럼 학교 구성원 중 단 한 사람의 감염도 나머지 학교 구성원에 심각한 영향을 끼칠 수 있음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교사를 포함한 교직원에 대한 건강권 보호를 강조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앞으로도 세계적인 감염병이 줄어들기보다는 빈발할 가능성이 크다. 감염병 전파 속도는 교통 발달에 비례할 것이다. 감염병 전파 속도는 더욱 빨라지고 치명적일 수 있다. 신속하고 체계적인 대응이 점점 더 중요해질 것이다. 이번 코로나19를 계기로 학교와 관련된 감염병 매뉴얼이 새롭게 만들어졌으면 한다. 물론 매뉴얼이 만능은 아니지만, 감염병 초기 혼란을 줄이고 신속히 대응하는데 효과적일 것이다. 새 매뉴얼에는 학교의 특성을 반영하여 학생뿐만 아니라 ‘교사를 포함한 교직원의 건강권 보호’에 관한 내용도 구체적으로 포함되었으면 한다. 이를 위하여 몇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첫째, 혼재된 감염병 관련 법령을 정리하여 ‘감염병 예방 및 확산 방지를 위한 통합 매뉴얼’에 반영하여야 한다.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도 학교보건법, 감염병 예방에 관한 법률, 초·중등교육법, 교육과정, 교육공무원법 제41조 등 법령 간 괴리가 있었고, 기존 매뉴얼 내용도 행정조치 사항이 대부분이었다. 새로 만들어지는 매뉴얼에는 위의 법령 내용뿐만 아니라 감염병 위기 경보 단계에 따른 교직원, 학생, 학부모의 건강권 보호, 교직원 복무, 방역물품 지원 등에 관한 상세한 규정이 포함되었으면 한다.

 

둘째, 교육당국은 ‘국가 감염병 위기 경보 단계’에 따른 수업 일수 감축과 이에 따른 교육과정 시수 조정 기준을 마련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하여 수업 일수 및 교육과정 편성운영 시수 감축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휴업(휴교) 시 수업결손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교육부 및 시·도교육청별 단위로 원활히 접속할 수 있는 온라인 수업체계를 구축하길 바란다.

 

셋째, 학교가 자율성을 발휘하여 학교 사정에 맞는 수업 일수 감축, 교육과정 시수 조정, 학생과 교직원의 건강권 보호, 복무 등을 규정할 수 있도록 학교 자치권을 확대하여야 한다. 이를 통해 학교가 위기 상황 발생 시 신속히 대처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

 

지금 우리는 초유의 대학 개강 연기와 유·초·중등학교 휴업 사태를 부른 코로나19를 겪고 있다. 어느 시점에서 코로나19는 사라질 것이다. 그러나 언젠가 또 다른 형태의 감염병이 유행할 가능성은 크다. 이번 사태가 진정되면 그동안 겪었던 혼란을 차분히 정리하여 또 찾아올지도 모르는 감염병의 위험에 대비하여야 한다. 그리고 교육당국은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반면교사 삼아 ‘교사를 포함한 교직원의 건강권’ 보호 대책을 보다 면밀하게 마련하길 바란다.

이문수 서울남산초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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