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수원 힐링공간, 일월호수에서 시선을 붙잡는 것

2020.05.20 12:06:32

코로나19가 일상을 바꾸어 놓았다. 가능하면 외출을 삼가는데 그렇다고 하루종일 집에만 머물 순 없다. 집에만 있으면 갑갑하기도 하고 우울증 같은 것이 생긴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일월공원 산책. 마스크를 착용하고 일월공원산책로 1.9km를 한 바퀴 돌고 나면 머리가 맑아지고 기분이 개운하다. 빠른 걸음으로 걸으면 30분 정도 소요된다.

 

자연 속에서 자연과 함께 한다는 것이 힐링이 된다. 일원공원에는 호수가 있어 볼거리가 많다. 호수에서 노니는 새들을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일월호수에서는 흰뺨검둥오리, 물닭, 뿔논병아리, 민물가마우지, 왜가리, 해오라기 등을 볼 수 있다. 산책로는 수양버들길, 벚나무길, 메타세콰이어길, 벚나무길, 방죽 둑 중국단풍길로 이어져 지루할 틈이 없다.

 

요즘 나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바로 물닭 가족. 물닭은 뜸부기과에 속하는 겨울 철새인데 여기서는 물닭을 사계절 볼 수 있다. 물닭은 부리와 부리 위 부분만 하얗고 몸 전체가 검다. 새끼는 머리 부분이 붉고 털이 까만 병아리 같다. 물닭 부부가 새끼 여섯 마리를 데리고 다니는 모습이 장관이다. 어미는 물풀을 떼어 새끼에게 먹인다.

물닭 새끼의 행동을 유심히 관찰해 보았다. 어미를 졸졸 따라다니며 먹이를 받는 새끼는 한 마리 정도고 나머지는 스스로 먹이를 찾아 먹는다. 활동이 활발한 새끼는 잠수도 한다. 먹이를 찾지 않을 때에는 깃털을 다듬는다. 새끼들은 한시도 가만히 있지 않는다. 이런 모습이 신기하개 보이는 것이다.

 

호수에는 뿔논병아리 가족이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병아리보다는 크다. 중닭 크기 정도이다. 어미는 새끼 두 마리 정도를 데리고 다니는데 새끼들은 ‘삐약삐약’ 소리를 내며 어미를 조른다. 배가 고프니 빨리 먹이를 달라는 것이다. 어미는 잠수하여 물고기나 새우를 물고 나온다. 그러면 새끼는 어미를 향해 달려간다. 먹이를 부리로 넘겨받는다. 이곳을 찾는 사진사들은 바로 이 장면을 포착하느라 신경을 곤두 세운다. 모성애, 부성애의 상징 행동을 작품으로 만드는 것이다.

 

호수 위를 유유히 헤엄치는 흰뺨검둥오리. 몇 년 전에는 오리부부가 새끼 13마리를 데리고 다니는 모습이 장관이었다. 어린 새끼를 등 위에 태운 '어부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지금 오리 가족 어디에 있을까? 수상 데크 가운데 물풀 사이에서 보았다. 어미와 숨박꼭질을 하는 털이 뽀송뽀송한 새끼들이 귀엽기만 하다.

얼마 전에는 처음으로 물총새를 보았다. 버드나무가 호수쪽으로 쓰러져 가지가 수면과 가깝다. 물총새가 가지에 앉아 물속을 응시하고 있다. 그러다가 갑자기 물속으로 들어가 물고기를 낚아챈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다. 그리곤 물고기를 물고 멀리 날아간다. 이런 장면을 보려면 일월호수에 자주 나와야 한다. 그리고 자세히 관찰해야 한다.

 

일월공원엔 숲도 있다.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새는 참새, 멧비둘기, 직박구리, 물까치, 까치 등이다. 뻐꾸기는 울음소리는 들을 수 있지만 직접 보기는 어렵다. 호수 둑 잔디밭에 멧비둘기가 한쪽 날개를 펴고 있다. 혹시 날개를 다쳤나 한참을 지켜보았다. 비둘기도 나를 지켜본다. 일광욕을 즐기고 있는 것.

 

내가 호수나 숲에서 새들을 찾는 방법이 있다. 먹이 먹는 장소다. 또 새들이 물을 먹는 장소와 목욕하는 장소를 미리 알아두면 좋다. 새들이 쉬는 장소와 조망하는 장소를 살피면 주인공을 만날 수 있다. 새들이 날아다니는 하늘을 보면 새를 찾을 수 있다.

 

새들이 호수나 숲에서 노니는 모습을 보면 세상번뇌를 잊게 된다. 새들의 행동에 집중, 몰입하다 보면 골치 아픈 일은 어느새 멀리 사라지고 만다. 사진으로 찍어 기록으로 남기면 자연에 애정이 생긴다. 맑은 공기 마시며 산새들의 노래소리 들으며 산책하다 보면 건강도 지키게 되고 이게 바로 자연 속의 행복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시민을 일월호수로 초대하고 싶다.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yyg9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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