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이슈 1] ‘민식이법’ 취지는 좋은데 현실은...

2020.06.05 10:30:00

 

‘민식이법’이란

1) ‘민식이법’의 정식 명칭

지난 3월 25일부터 시행된 흔히 ‘민식이법’으로 불리는 법률 규정의 정식 명칭은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13(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어린이 치사상의 가중처벌)’이며, 그 전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이하에서는 ‘민식이법’이라고 지칭하겠습니다.

 

제5조의13(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어린이 치사상의 가중처벌) 자동차(원동기장치자전거를 포함한다)의 운전자가 ① 「도로교통법」 제12조 제3항에 따른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② 같은 조 제1항에 따른 조치를 준수하고 ③ 어린이의 안전에 유의하면서 운전하여야 할 의무를 위반하여 어린이(만 13세 미만인 사람을 말한다. 이하 같다)에게 ④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제3조제1항의 죄를 범한 경우에는 다음 각 호의 구분에 따라 가중처벌한다.

 

1. 어린이를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에는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2. 어린이를 상해에 이르게 한 경우에는 1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상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① ‘「도로교통법」 제12조 제3항에 따른 어린이 보호구역’이란 시장 등이 교통사고의 위험으로부터 만 13세 미만 어린이(이하에서는 약칭하여 ‘어린이’라고 하며, 본 글의 ‘어린이’는 모두 만 13세 미만 어린이를 의미합니다)를 보호하기 위하여 유치원, 초등학교 등 어린이 시설의 주변 도로 중 일정 구간에 지정한 보호구역을 의미합니다. 일반적으로 ‘스쿨존’이라고 부르는 곳으로, 다른 구역과 구별하기 위하여 노면의 색을 다르게 표시하며(일반적으로 빨간색이 사용된다) 과속방지턱, 노란색 신호등 등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② ‘같은 조(「도로교통법」 제12조) 제1항에 따른 조치’란 시장 등이 어린이 보호구역 내에서의 자동차 등과 노면전차의 통행속도를 시속 30km 이하로 제한한 것을 의미합니다.

 

③ ‘어린이의 안전에 유의하면서 운전하여야 할 의무’란 어린이와의 교통사고를 피하기 위하여 운전자가 준수하여야 할 전방 주시 의무, 신호 준수 의무, 차량을 안전하게 조작하여야 할 의무, 보행자 보호 의무 등을 의미합니다. 아래에서 설명해 드리겠지만 ‘민식이법’이 적용되는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 이 부분이 크게 문제가 됩니다.

 

④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제3조 제1항의 죄를 범한 경우’란 자동차의 운전자가 교통사고로 인하여 형법 제268조의 죄 즉, 업무상과실, 중과실 치사상죄를 범한 경우를 말하는 것으로, 쉽게 교통사고를 일으켜 사람을 다치게 하거나 사망하게 한 경우를 생각하시면 됩니다.

 

2) ‘민식이법’의 적용

‘민식이법’은 자동차 운전자가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시속 30km의 제한속도(이하 본 글에서 제한속도라 함은 시속 30km를 의미합니다)를 위반하거나 어린이의 안전에 유의하며 운전하여야 할 의무를 위반하여, 어린이에게 교통사고를 일으킨 경우 적용됩니다. ‘민식이법’이 적용되면 가해 운전자는 피해 어린이가 상해를 입은 경우에는 ‘1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상 3,000만 원 이하의 벌금’, 피해 어린이가 사망한 경우에는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이라는 무거운 형벌에 처해집니다.

 

이와 관련하여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제한속도를 준수하기만 하면 어린이와 교통사고가 발생하더라도 ‘민식이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알고 있는 운전자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이는 ‘민식이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여 발생하는 오해입니다. ‘민식이법’의 구조를 잘 살펴보면 자동차 운전자는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① 제한속도를 준수하여야 할 의무뿐만 아니라 ② 어린이의 안전에 유의하며 운전하여야 할 의무가 있으며, 둘 중 하나의 의무만 위반하더라도 ‘민식이법’의 적용을 받게 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즉, 자동차 운전자는 어린이보호구역 내에서 비록 제한속도를 준수하였다고 하더라도, 어린이의 안전에 유의하며 운전하여야 할 의무를 위반하면, 어린이와 교통사고가 발생하는 경우 ‘민식이법’을 적용받게 되는 것입니다.

 

제한속도는 그 기준이 명확하므로 준수하는 것이 어렵지 않습니다. 그러나 어린이의 안전에 유의하면서 운전하여야 할 의무는 전방 주시 의무, 신호 준수 의무, 차량을 안전하게 조작하여야 할 의무, 보행자 보호 의무 등 운전자가 자동차 운전 시에 기울여야 하는 거의 모든 의무를 포함하고 있으며, 나아가 예정하고 있는 피해자가 어린이라는 점에서 예정된 피해자가 성인인 경우보다 엄격한 주의 의무까지 요구하고 있어 이를 완전히 준수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민식이법’의 적용을 받지 않기 위해서는 운전자의 과실이 없다는 사정(즉, 운전자가 어린이의 안전에 유의하면서 운전하여야 할 의무를 다하였다는 것)이 인정되어야 하는데, 어린이의 급작스러운 무단횡단으로 인해 발생하는 사고에서조차 운전자의 전방 주시 의무 위반 등 운전자의 과실이 인정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하면,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어린이와 교통사고가 발생하고 어린이가 상해 또는 사망에 이르게 된 경우 ‘민식이법’의 적용을 피하기는 쉽지 않은 일입니다.

 

3) ‘민식이법’의 문제점

‘민식이법’은 엄벌주의에 치중하여 그 처벌의 수위가 지나치게 높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행위자의 책임과 형벌은 비례하여야 하는데, ‘민식이법’은 그 처벌이 운전자의 책임 한도를 넘어서 과중하다는 것입니다. 또한, 형법 제262조(폭행치사상)는 고의로 사람을 폭행하여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 그 법정형을 3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규정하고 있는 반면, ‘민식이법’은 주의 의무를 다하지 못하여 즉, 과실로 교통사고를 일으켰음에도 피해 어린이가 사망한 경우 그 법정형을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으로 규정하고 있는바, 이를 두고 어린이 보호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민식이법’은 전체 형벌 체계상 균형을 잃음으로써 다른 범죄와의 관계에 있어서 헌법상 평등의 원리에 반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4) 교사가 ‘민식이법’을 주의하여야 하는 이유

교사가 다른 사람들에 비하여 ‘민식이법’에 더욱 관심을 가지고 주의해야 하는 이유는 ① 교사는 직접 어린이 시설에서 근무하므로, 자동차를 운전하여 출퇴근하는 경우 어린이 보호구역을 우회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점, 즉 다른 사람들에 비하여 ‘민식이법’의 적용을 받게 될 가능성이 크고, ② ‘민식이법’의 처벌 수위가 높아 공무원에 해당하는 교사가 ‘민식이법’의 적용을 받아 처벌을 받게 되는 경우 국가공무원 결격사유에 해당하게 되어 직업을 상실하게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민식이법’에 대한 현실적인 대처 방안

앞서 언급하였듯이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어린이를 상해 또는 사망에 이르게 하는 교통사고를 일으킨 경우 ‘민식이법’의 적용을 피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습니다. 이 때문에 변호사들은 ‘민식이법’의 대한 대응 방안으로 운전자들에게 가능하다면 어린이 보호구역을 우회하는 도로를 선택하도록 하고, 반드시 어린이 보호구역을 통행하여야 하는 경우라면 차라리 대중교통을 이용하도록 조언하고 있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어린이 시설에 근무하고 있는 교사의 경우 어린이 보호구역을 우회하는 것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보다 주의를 필요로 하게 됩니다. 이 경우라면 현실적인 대처 방법은 교통사고의 발생 가능성을 최대한으로 낮추고,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라 하더라도 사망에 이르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입니다.

 

우선 어린이 보호구역 안에서 운행하는 경우 시속 10km 미만으로 감속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이는 추후 이야기할 사망 발생 가능성을 낮추는 것에도 매우 도움이 되며, 10km 이하로 운행하는 경우 급정거가 용이하기 때문에 사고의 발생 가능성을 크게 낮춰줍니다.

 

또한, 어린이 보호구역 안에서는 운전하는 경우는 모든 도로에서 보행자의 횡단이 이루어질 수 있다고 생각하고 운전하는 것이 좋습니다. 차도와 인도가 구분되어 있더라도 별도의 차도가 존재하지 않는 번화가, 즉 강남역 뒷골목 혹은 홍대 거리 등 술을 마신 사람들이 많이 걸어다니고 있는 곳에서 운전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정도로 주의를 하도록 합니다.

 

도로교통공단의 2013년부터 2017년까지의 초등학교 보행사고 현황을 보면, 횡단 중 사고가 74%를 차지하고 있으며 횡단 중 사상자의 절반가량인 49.3%가 무단횡단 사고인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이런 점들을 고려할 때 어린이 보호구역 안에서는 언제든 어린이들이 도로를 건널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 대응에 용이하다 할 것입니다. 특히, 앞서 도로를 건너는 어린이 혹은 사람이 목격되는 경우, 차도로 사람이 걸어가고 있는 것이 보이는 경우, 횡단보도가 가까운 경우, 멀리 학원버스가 있거나 떨어져 있는 횡단보도의 신호등이 울리는 경우 등 어린이가 뛸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되는 상황이 있는 경우 등에는 보다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어린이 보호구역을 통행함에 있어 특히 주의하여야 하는 곳은 무단주차가 되어 있는 곳입니다. 이 경우 운전자뿐만이 아니라 어린이들의 시야 역시 극도로 제한되기 때문에 어린이들이 차량의 운행을 파악하지 못하여 주차되어 있는 차량의 사이로 갑작스러운 도로의 횡단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고, 운전자 역시 도로를 횡단하는 어린이의 파악이 늦어져 사고의 발생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무단주차 혹은 정차가 되어 있어 인도의 상황에 대한 파악이 어려운 경우는 보다 속도를 낮추고 주의를 기울여 운전하여야 합니다.

 

사고가 발생하였을 경우 빠르게 응급조치를 하고 구조를 요청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일반적으로 중상을 입은 환자의 경우 1시간을 골든아워라 칭하며, 반드시 1시간 이내에 치료가 진행되어야 한다고 합니다. 만 13세 미만의 어린이의 경우 이 시간이 보다 짧을 가능성이 큽니다. 따라서 부득이하게 사고가 발생하였을 경우 최대한 빠르게 긴급구조를 요청하여야 사망까지 이르게 되는 것을 막아야 할 것입니다.

육근환 법무법인 현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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