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육신문 한병규 기자]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10일 대원·영훈국제중에 대해 재지정 취소 결정을 내리면서 평가지표를 공개하지 않았다. 본지가 최근 단독으로 평가지표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탈락을 정해놓고 진행한 비정상 평가’라는 국제중 의견에 동의할 만한 부분이 충분했다.
평가지표에 따르면 시교육청은 커트라인을 60점에서 70점으로 10점이나 올린 것에서 모자라, 국제중에 유리할만한 배점은 축소했다. 기존에 만점이 가능했던 항목에 대한 등급별 판단기수, 평가 기준까지 손봤다. 공교롭게도 서울 지역 국제중들은 이번에 서울교육청이 대폭 조정한 항목마다 아래 등급으로의 하락으로 인한 감점을 피할 수 없었다.
이런 이유로 당초 예상점수에서 10∼20점 손해 봤으니, 커트라인은 사실상 20∼30점 올라간 셈이다. 국제중 관계자들은 “전국의 그 어떤 학교도 통과할 수 없는 평가였다”고 고개를 저었다.
서울시교육청은 경기·부산과 협의해 공통의 평가지표를 적용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는 사실과 다른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시·도교육청 세 곳은 큰 틀의 평가 항목과 커트라인 70점만 공유할 뿐 세부적인 내용에 큰 차이가 있었던 것이다.
대표적으로 ‘학교 구성원(학생·학부모·교원)의 만족도’ 항목이 그렇다. 부산·경기는 학생·학부모·교원의 각 항목 당 5점씩 15점을 배정시킨 반면, 서울은 각 3점씩 총 9점으로 축소시켰다.
더욱 큰 문제는 등급별 판단기준이다. 서울은 만족도 최하점 기준이 ‘4.0 미만’이고, 만점을 얻으려면 만족도 점수 ‘4.5 이상’을 받아야 한다. 높아도 너무 높다는 지적이다. 다른 곳은 ‘만족도 4.0’만 나와도 최고점수를 받을 수 있었다. 학생·학부모·교원 각 항목에서 각각 4점대 초반의 만족도를 받을 경우 서울은 6.3점에 그치는데 반해 부산·경기는 15점을 얻는다. 거의 10점의 차이다. ‘눈속임 기법’이나 다름없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감사 등 지적사례 및 감사처분 이행 정도’의 감점을 5점에서 10점으로 늘린 부분도 자세히 보면 ‘단순 확대’가 아니다. 다른 지역은 학교와 교직원 각각 건당 감점이 이뤄지는 반면, 서울은 학교는 건당 감점에 교직원은 ‘명당 감점’까지 더하도록 변경됐다. 보통 감사 지적에서 건당 관련된 인원이 적어도 두 명 이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전보다 배 이상의 감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최소 2명씩 포함된 사안에서 주의와 경고 조치 하나씩만 받아도 5점 감점이다. 어떤 곳은 4명까지 연루돼 대폭 감점을 받았다.
또 ‘학생 1인당 교육비의 적정성’도 서울은 5년 전, 그리고 타 지역의 기준과 달랐다. 해당 항목에서 인건비와 목적사업비는 제외시켰다. 학교 교육에서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을 수 없다’는 말에서 알 수 있듯 교원 인건비가 곧 교육비나 다름없다.
이에 대해 A국제중 B교장은 “근본적으로 달성 불가능한 평가지표”라며 “학교 운영예산의 80% 이상이 인건비로 사용되는 상황에서 인건비를 제외하고 학생 1인당 교육비를 산출하라는 것은 학교 현장의 현실에 대해 조금이라도 아는 평가지표선정위원이었다면 절대 선정하지 않았을 만한 지표”라고 주장하고 있다.
경기교육청이 해당 항목에 대해 수익자부담 경비만 제외하고 인건비나 목적사업비는 포함시키도록 한 것에 비하면 상반된 기준이다. 게다가 금액도 최고점 기준 ‘1인당 50만 원 이상’에서 ‘1인당 100만 원 이상’으로 두 배나 올렸다.
B교장은 “일반학교와 차별되는 원어민 교사 인건비 정도는 넣을 수 있었지만 그럼에도 60만 원 선에 불과했다”며 “이 역시 이전 같으면 만점을 받을 수 있는 금액이지만 이번에는 최하점에 그쳤다”고 털어놨다.
이외에도 ‘창의·인성·진로교육 프로그램 편성·운영의 적절성’, ‘사회통합전형 대상자 맞춤형 프로그램별 학생 참여율 및 1인당 재정지원 정도’ 등도 달성하기가 거의 불가능한 수준이었다.
평가에서 이처럼 큰 변화가 예고됐다면 미리 학교와 논의해야 함에도 서울교육청은 그런 시도 자체가 없었다. B교장은 “경기·부산교육청은 운영성과평가 지표를 사전에 학교와 논의해 확정했으나 서울은 학교와 상의 없이 변경된 기준을 적용했다”면서 “이처럼 비민주적 평가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