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이슈 2] 학교에서 코로나블루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2020.07.06 11:00:00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rona virus disease 19, 이하 COVID-19) 유행으로 온라인 수업으로 대체해야했던 초·중·고등학교가 마침내 개학을 했다. 하지만 일부 학교에서는 개학 첫날부터 확진자 발생이나 확진자 동선이 파악되지 않는 등 수십 개 학교가 등교 첫날부터 다시 문을 닫아야만 했다. 나머지 학교는 정상적 등교가 이루어졌으나, 자가격리자와 발열검사에서 귀가 조치되는 학생들이 있어 여전히 앞으로 어떻게 될지 조심하며 지켜보아야 하는 상황이다. 따라서 여기서는 먼저 COVID-19가 일반적으로 우리 사회에 심리적으로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고, 학교환경에서는 특히 어떤 특성을 주의 깊게 보아야 할지, 그리고 학생들의 안녕을 위해 어떻게 대처하는 게 좋을지에 대해 생각해보고자 한다.

 

 

우리에게 엄청난 공포를 일으키는 신종감염병

신종감염병의 일종인 COVID-19는 2019년 12월 중국 우한에서 처음 발생한 이후 중국 전역과 전 세계로 확산된, 새로운 유형의 코로나바이러스(SARS-CoV-2)에 의한 호흡기 감염질환이다. COVID-19는 감염자의 비말(침방울)이 호흡기나 눈·코·입의 점막으로 침투될 때 전염된다. 감염되면 약 2~14일(추정)의 잠복기를 거친 뒤 발열(37.5도) 및 기침이나 호흡곤란 등 호흡기 증상, 폐렴이 주증상으로 나타나지만 무증상 감염 사례도 드물게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미 2015년도에 중동호흡기증후군(Middle East Respiratory Syndrome, 이하 MERS)이라는 일종의 신종감염병을 겪은 적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본격적으로 유행하지는 않았지만 2002~2003년 사이에 나타났던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evere acute respiratory syndrome, 이하 SARS)도 신종감염병의 일종이다. COVID-19는 현재(2020년 6월 12일 기준) 국내 확진환자 12,003명 대비 사망 277명으로서 치사율은 약 2.3%이며, 전 세계적으로 약 5.7%로 추정하고 있다. COVD-19의 치사율은 MERS 치사율 약 30%와 SARS 치사율 약 10%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고, 사망자는 건강했던 사람보다는 고령이나 기저신체질환이 있는 경우에 취약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신종감염병의 공통된 특성은 우리에게 엄청난 공포를 일으킨다. 즉, 이 병이 새로운 병원체에 의해 발생하는 것이다 보니 병의 특성을 잘 모르는 상태에서 유행이 일어났고, 아직도 명확한 치료제가 개발되어 있지 않고 있으며, 백신이 없는 가운데 병에 걸릴 수 있다. 또한 일단 감염이 되면 음압병실이 있는 곳에서 음성으로 판정될 때까지 격리치료를 받아야 하고 일부 환자들은 안타깝게도 치료 중에 사망할 수도 있다. 그래서 불안·공포를 느끼는 사람은 단지 확진자뿐만 아니라 자가격리자, 일반 국민들도 해당될 수 있다.

 

치사율이 낮은 반면 전파력은 큰 COVID-19

COVID-19에 대한 감염 불안·공포도 문제이지만, 생각지 않았던 다양한 2차 사건들도 생길 수 있다. COVID-19가 무증상감염자도 있고 상대적으로 경증인 상태에서 활동을 할 수 있는 여지가 크다 보니 치사율이 낮은 반면 전파력은 크다는 면이 있다. 그래서 발생한 지 한두 달 내에 지역사회 감염과 전 세계 유행으로 진행이 되었고, 전파력이 강한 만큼 민첩하고 강박적인 방역노력을 해야만 감염병의 전파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압력을 받게 된다.

 

예를 들어 확진자 발생을 인지하면 바로 동선을 공개해서 밀접접촉자를 찾아내고, 자가격리 및 감염 여부 검사 등을 시행하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본의 아니게 사회적 비난, 죄책감, 스티그마(낙인)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개인적 사생활의 하나인 동선이 공개되고 그 가운데 “왜 거기에 갔느냐”, “솔직하게 말하지 않아서 다른 사람이 피해를 본다”는 등 비난의 말을 듣게 되거나, 직접 그런 말을 듣지 않아도 스스로 자책감에 시달리기도 한다. 확진자 가운데 본인 때문에 직장이 폐쇄되었다던 지 업소가 문을 닫게 되었다는 미안함으로 퇴원 후 사람들을 어떻게 볼지 걱정이라는 사람도 있다.

 

최근 학술지에 발표된 MERS 감염자 정신건강연구에 의하면 감염병 종식 1년 후 우울증이나 외상후스트레스장애와 관련된 요인이 감염 당시 불안, 스티그마, MERS 유가족, 정신과 과거력 등으로 나타났다. 여기서 스티그마를 많이 느낀다는 것은 본인이 감염되었었다는 것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같이 있으면 불편해하거나, 그런 반응으로 인해 본인이 마음의 상처를 입거나, 그래서 감염되었었다는 사실을 비밀로 해야 될 것이라고 느끼는 것과 같은 인식을 말한다. 그래서 확진자들이 감염 당시 느끼는 스티그마를 줄이도록 노력하는 것과 불안과 같은 심리·사회적 어려움을 갖는 사람들이나 감염병으로 사별을 경험하는 유가족들에 대해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것이 장기적인 정신건강의학적 후유증을 줄여줄 것으로 보인다.

 

 

학교 역시 비슷한 문제들이 발생할 수 있다

개학을 하였으니 학교 역시 비슷한 문제들이 발생할 수 있다. 감염에 대한 불안과 아직 발달 중이라는 아동 청소년의 미성숙함으로 인해 주변 사람들이나 소문의 영향을 잘 받을 수가 있다. 예를 들어 헛소문을 쉽게 퍼 나르기도 하고, 특정 대상에게 극도의 혐오나 비난을 쏟아 내거나 또래를 왕따시키기도 하는 등 서로 상처받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우리는 누구든지 무증상 감염자나 자가격리자가 될 수 있다. 감염되는 것은 무엇을 잘못해서가 아닌데 신종감염병의 특성상 항상 불안·공포심리와 스티그마·비난과 같은 현상이 쉽게 동반될 수 있기 때문에 우리는 그것을 경계하고 예방할 필요가 있다.

 

아동·청소년이 심리적으로 안정되어야 하는 것은 학업 수행 능력을 위해서도 중요하다. 사람은 적절한 긴장 속에서 학습능력이 극대화된다. 너무 불안한 상태에서는 이성적인 뇌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감정에 압도되어 집중력이 떨어지기 마련이고, 일이나 공부가 손에 안 잡히고 괜히 안절부절 할 수 있다. 학생들은 학업이나 진로 결정이 이루어지는 중요한 시기를 지나고 있다. 또한 입시 등을 앞둔 수험생들은 특히 예민한 시기이므로 학생들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부정적 영향을 너무 많이 받지 않아야 할 것이며, 부모와 교사들은 학생들을 도와야 할 것이다.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마스크 착용, 신체적으로 적절한 거리두기, 청결 유지와 손 씻기와 같은 감염병 예방을 위한 노력을 꾸준히 하도록 격려하고, 어른들이 모범을 보여야 한다. 또한 신종감염병 재난과 같은 위기상황에서 학부모와 가정통신문·전화·메시지 전달 등으로 원활한 의사소통체계를 이루는 것도 필요하다.

 

특히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고위험군 학생들이 있으면 빨리 알아채고 도움을 줄 필요가 있다. 안 좋은 일은 예방이 가장 좋고, 발생하였더라도 미리 알아채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그런 학생들이 인지되면 담임교사는 문제가 무엇인지 학생의 이야기를 경청해야 한다. 이때 선입견 없이 학생의 이야기를 관심 있게 듣고,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 교사들은 도움을 줄 수 있는 자원이 무엇인지 미리 파악하는 등 정보를 충분히 가지고 있어야 한다. COVID-19와 관련된 정보는 학생정신건강지원센터 홈페이지(http://www.smhrc.kr/web/index)에 잘 나와 있으니 참고하여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불안하거나 상담이 필요한 학생들은 주로 학교 내 상담교사나 위(wee)센터와 같은 곳으로 의뢰하겠지만, COVID-19 확진자의 경우는 불안 고위험군인 동시에 신상정보 노출을 극도로 꺼릴 수 있기 때문에 학생정신건강지원센터로 연락(02-6959-4638)하여 COVID-19 학교정신건강서비스 지원단의 전화상담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 이 지원단은 대한신경정신의학회와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소속 전문의로 구성되어 있고, 교육부와 협의하여 이번 COVID-19 사태를 계기로 전화로 심리적·의학적 상담을 해주기 위하여 조직하였으며, 이미 생활치료센터 입소자들을 대상으로 상담을 한 경험이 있다. 특히 확진자나 자가격리자들을 대상으로 전문적인 상담을 제공할 수 있다. 꼭 COVID-19 관련해서가 아니라도 진료가 필요할 정도로 심각한 정서행동문제나 자·타해위험이 있는 학생은 병원에 데리고 가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COVID-19 사태 등의 이유로 그럴 수 없는 상황이라면 급한 대로 학생정신건강지원센터로 의뢰하여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전화상담을 받는 것을 추천한다.

 

신종 감염병은 언제든 또 온다

신종감염병 유행 시기에 등교 연기, 학교 폐쇄의 사태 속에서 간과되어서는 안 되는 문제가 하나 더 남아 있다. 학교는 단지 학업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대인관계, 성장과 발달을 돕는 중요한 기능을 하고 있다. 학교에 가기 싫어해서 등교가 스트레스가 되었던 일부 학생은 등교가 미루어지는 것이 오히려 안도감을 주었겠지만, 많은 학생은 학교생활을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즐거움을 얻기도 한다. 특히 맞벌이로 부모가 바빠서 아이들 돌보기 어려운 가정이나, 가족들끼리 갈등이 심한 가정에서는 COVID-19로 등교가 미루어지고 폐쇄가 될 때 가정 내 갈등이 증폭될 수도 있다. 만약 이번 감염병 사태로 가장이 실직하였거나 경제적으로 타격을 입게 된 경우 부모의 스트레스가 가정폭력이나 아동학대의 방식으로 표출될 위험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대부분의 가정과 학생들은 건강하게 이 위기를 잘 극복해 내겠지만, 일부 취약한 사람들도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어려운 학생을 조기에 알아채고. 문제를 파악하여 도움을 주거나 도움을 청하여야 할 것이다.

 

COVID-19 사태로 인해 미래 우리의 생활방식이 크게 바뀔 수도 있다고 한다. 이번 유행이 종식되더라도 또 다른 신종감염병의 출몰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예를 들어 이미 비대면 강의나 모임이 활성화되고 있고 단점도 많지만, 오히려 장점들도 이야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화상회의 플랫폼에 쌓이는 자료는 엄청난 지적자산이 될 수도 있고, 반대로 자료의 권한 갈등에 대한 대책도 필요할 것이다. 어떤 방식으로든 엄청난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는 속에서 우리 학교에서는 학생들의 불편과 위험을 최소화하면서 어려움을 다 같이 힘을 합해 극복해 나감으로써 이번 COVID-19 유행이 긍정적으로 마무리될 수 있기를 소망한다.

이소희 국립중앙의료원 정신건강의학과장,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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