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방역을 위한 EBS 원격교육

2020.07.06 11:00:00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국 초·중·고교의 상반기 학교 풍경을 완전히 바꿔버렸다. 교육부가 코로나19로 인한 학사운영 파행을 막을 대안으로 택한 온라인 개학은 학교 휴업 이후 일선 학교에서 다양한 형태로 시도되던 원격수업을 정규수업으로 인정하는 길이 열리면서 가능해진 선택지다.

 

원격수업은 교수·학습활동이 서로 다른 시공간에서 이뤄지는 수업형태를 의미한다. 이에 따라 △실시간 쌍방향 수업 △콘텐츠 활용 중심 수업 △과제 수행 중심 수업 등이 모두 원격수업의 한 형태로 인정된다. 이 외에 교육감 또는 학교장이 별도로 인정하는 수업형태 또한 원격수업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사상 초유의 대규모 원격수업 중심에 EBS가 자리했다. 시행 초기에는 접속 지연 등 많은 문제점을 드러냈지만, 이후 외신들도 칭찬할 만큼 놀라운 변화를 이뤄냈다. 무엇보다 EBS와 교육학술정보원에서 제공하는 플랫폼을 활용해 모든 학생이 일정 수준 이상의 서비스를 보편적으로 제공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이는 IT 기술 중심으로 새로운 교육방법이 전면화됐고, 공교육에서 대규모 원격교육을 세계적으로 경험하게 된, 교육사적인 사건이 아닐 수 없다. 또 하나 주목할 부분은 교육의 단위가 학교가 아닌 개인이라는 점이 부각된 점이다. 소위 개별화 교육이 가능해진 것이다. 개개인에 따라 특성화된 교육을 할 수 있는 논의가 가능해졌다.

 

한국교육은 이제 코로나19 이전과 이후로 구분 짓게 됐다. 지난 4월부터 시작된 초·중·고 원격수업은 앞으로 진화를 거듭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호는 EBS를 중심으로 한 원격수업의 진행과정을 평가하고 발전적 방향을 자리를 마련했다. 교육현장 교사들은 EBS 원격수업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 EBS 스스로는 어떤 방향으로 진화하고자 하는지, 그리고 이 같은 새로운 시도가 가져올 교육의 변화는 무엇인지 전망해 본다.

 

 

지난 3월 말, 교육부는 코로나바이러스(COVID-19)가 유행하자 사상 초유의 온라인 개학을 발표했고, 전국의 모든 초·중등학교에서는 원격수업이 진행되었다. 현행 초·중등교육법에는 ‘학교의 학년도는 3월 1일부터 시작하여 다음 해 2월 말일까지로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부가 개학을 4월로 연기한 것은 그 당시 코로나바이러스가 매우 심각했음을 의미하고, 6개월이 지난 지금도 심각하여 여전히 많은 학교에서 등교수업과 원격수업을 병행하고 있다.

 

사상 초유의 온라인 개학이 진행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학교현장에서 원격수업을 빠르게 안착시킬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보다도 원격수업을 헌신적으로 준비한 현장교사와 자녀교육을 지원한 학부모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또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원격수업을 위한 콘텐츠를 개발하고, 그것을 안정적으로 서비스하기 위해 24시간 근무체제로 돌아선 EBS가 있었기 때문이다.

 

 

EBS 온라인 클래스는 개학이 연기되자마자 3월 2일부터 서비스를 시작하였다. 온라인 클래스는 2만 8천여 개의 초·중고 콘텐츠를 제공하고, 1일 최대 200만 명의 학생들이 원격수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하였다. 최근 3개월간 구글 트랜드 분석 결과를 살펴보면(<그림> 참조), EBS 온라인 클래스는 코로나바이러스가 위세를 떨칠 때에 사용자 수가 크게 증가하여, 이번 코로나 위기상황에서 원격수업을 성공적으로 이끈 주역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EBS 온라인 클래스가 지속적으로 공교육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초창기에는 사용자 폭주로 인해 서버가 중단되거나, 학습 진도율이 정확하게 체크되지 않았다. 이것은 EBS 온라인 클래스가 전국의 모든 초·중고 학생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원격수업을 대비한 ‘상시적 시스템’이 아니라, 갑작스런 위기에 ‘급조된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코로나바이러스는 한창 진행 중이고, 앞으로도 이러한 위기는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EBS 온라인 클래스가 지속적으로 공교육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노력이 필요하다.

 

첫째, 원격수업과 등교수업을 병행할 수 있는 브렌디드러닝(blended learning) 시스템으로 전환해야 한다.

 

수도권 지역을 중심으로 코로나바이러스가 다시 확산되면서 많은 학교가 학년별 또는 학급별로 원격수업을 격주로 진행하고 있어 현장교사들의 수업부담과 업무량이 크게 증가하였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교실에서 이뤄지는 등교수업을 실시간으로 송출하고, 그것을 집에서 자유롭게 들을 수 있어야 하며, 등교수업과 원격수업에 의한 출결관리를 하나의 시스템에서 처리하고, 그 결과를 바로 NEIS와 연계함으로써 불필요한 행정업무를 줄이는 방안이 필요하다.

 

둘째, 원격수업의 특징을 살린 교육용 콘텐츠 개발이 시급하다.

 

현재 서비스되고 있는 EBS 콘텐츠는 TV 방송이나 위성방송을 위해 제작한 콘텐츠를 디지털화한 것이다. 이로 인해 재생시간이 실제 수업시간과 동일한 40분 이상이다. 하루 종일 원격수업을 듣는 학생들 입장에서는 지루하고 힘든 수업이 될 수밖에 없다. 이상적인 원격수업용 콘텐츠는 20분 내외가 적절하다. 핵심개념만 간단히 설명하고, 나머지는 현장교사와 학생들이 자유롭게 토론하거나, 개인 또는 그룹별로 과제를 제시하고 해결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따라서 EBS는 다양한 원격수업의 유형과 특징을 반영한 교육용 콘텐츠 개발이 요구된다.

 

셋째, 비상상황을 고려한 유연한 교육과정 운영이 필요하다.

 

학생들은 어차피 등교하면 수업을 다시 들어야 한다는 볼멘소리를 많이 했고, 실제로 많은 학교에서 원격수업에 대한 보강수업을 진행하였다. 이로 인해 학생들의 학습부담과 불만이 커졌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정서적 불안과 바이러스에 의한 신체적·정신적 불안으로 인해 학생들은 제대로 학습하기 어려웠다. 더구나 초기에는 원격수업시스템이 불안하여 접속하기도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과정을 평상시처럼 운영한 것은 학생들의 건강을 무시한 처사다. 따라서 교육과정의 범위와 수준을 조정하고 그에 따라 각종 시험도 조정해야 한다.

 

넷째, 학생들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온라인 평가체제가 도입되어야 한다.

 

코로나바이러스가 확산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행평가를 위해 감염의 위험을 무릅쓰고 주 1회 이상 등교해야만 한다. 학생들의 건강과 수행평가 중에서 무엇이 중요한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온라인 평가체제가 도입되어야 한다. 또한 온라인 평가에 적합한 서술형 평가가 도입되고, 토론·토의수업이나 프로젝트 수업을 한 참여도 평가로 전환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평가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므로, 평상시 학습 데이터를 분석하여 교사의 평가업무를 지원할 수 있는 인공지능 시스템이 도입되어야 한다.

 

다섯째, 교육목적으로 콘텐츠를 자유롭게 공유할 수 있는 저작권 확보가 필요하다.

EBS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공공기관에서 개발한 콘텐츠는 교육목적으로 공유하더라도 저작권법시행령에 따라 반드시 ‘접근제한 조치’와 ‘복제방지 조치’, ‘보상금산정 조치’를 해야만 한다. 따라서 수업시간에 주로 사용하는 플랫폼이나 소셜미디어, 메신저를 통해 콘텐츠를 공유하는 것은 위법소지가 크다. 따라서 교육목적이라면 콘텐츠를 자유롭게 공유할 수 있도록 교육부가 저작권료를 지불하거나, 저작권자를 표시한다면 누구든지 자유롭게 공유할 수 있도록 저작권법시행령을 개정해야 한다.

 

앞으로도 코로나와 같은 국가재난사태는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상시적인 원격수업체제를 마련할 수 있도록 정부는 EBS 온라인 클래스를 지속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특히 원격수업용 콘텐츠가 전혀 확보되지 않은 교과를 중심으로 콘텐츠 개발이 지속되어야 한다. 더 이상 EBS 온라인 클래스 운영을 경제적 가치나 효율성을 따져서는 안 된다. EBS 온라인 클래스는 국가재난상황에서도 ‘무중단 교육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교육방역시스템’이기 때문이다.

정영식 전주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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