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C, AC(Before COVID19, After COVID19)”
세계는 코로나19 이전과 이후로 나뉠 것이라는 신조어다. 정말로 그렇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졌던 일상의 풍경들이 몽땅 뒤바뀌고 말았으니까. 공연계는 이 잔인한 바이러스의 피해를 가장 크게 입은 업계 중 하나다. 많은 연극과 뮤지컬이 공연을 중단한 것은 물론이고, 봄이면 올림픽공원과 난지공원, 자라섬 등에서 한주가 멀다 하고 열리던 음악 페스티벌도 모두 취소되거나 기약 없이 연기됐다. 그러는 와중에 평창대관령음악제가 정상적으로 개최된다는 발표는 그야말로 가뭄에 단비와 같이 느껴지는 반가운 소식. 그동안 라이브 음악의 생생함, 공연장의 공기에 목말랐던 이라면 이번 여름에는 평창으로 떠나보는 것이 어떨까.
THEME1. 베토벤 탄생 250주년
2020년은 거장 베토벤이 탄생한 지 250주년이 되는 기념적인 해다. 이를 성대하게 축하하기 위해 그의 무대였던 독일과 오스트리아는 물론이고 전세계가 지난해부터 기념 공연을 준비 중이었으나 코로나19로 대부분 공연이 취소되고 말았다. 그 아쉬움을 평창대관령음악제에서 조금이나마 달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제17회를 맞는 음악제의 올해 주제는 ‘그래야만 한다!(Es muss sein!)’. 이는 베토벤이 그의 최후의 작품 중 하나인 현악 사중주 제16번에 적어놓은 메모의 일부다. 또 음악제에서 열리는 총 9번의 공연의 첫 글자를 모으면 ‘베토벤(Beethoven)’이라는 단어가 완성되는 것으로 그를 위한 헌정 무대라는 점을 드러낸다.
음악제에서는 베토벤의 교향곡 아홉 곡 전곡이 교향악과 실내악, 독주 피아노 등 다양한 버전으로 연주된다. 음악제의 포문을 여는 작품은 교향곡 9번 ‘합창’. 베토벤의 최대 교향곡으로, 매년 송년음악회에서 빠지지 않고 연주되는 작품이다. 30년 간의 기나긴 투병 생활을 거치며 작곡한 곡으로 인생의 고난과 극복 의지가 담겨있기 때문인데, 특히 마지막 4악장인 ‘환희의 송가’는 평화와 인류애를 노래한 곡이다.
음악가에게는 사망 선고나 다름없는 청각장애를 딛고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작곡가로 남은 베토벤. 그의 삶은 비단 음악가뿐만 아니라 인간 승리의 증거와도 같다. 작품 또한 특유의 극복과 승리의 메시지로 가득한 만큼, 코로나19로 지친 우리들의 마음에 희망을 안겨주는 무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THEME2. 클래식 올스타가 한자리에
이번 음악제는 평창페스티벌오케스트라(PFO)와 그 멤버들이 중심이 돼 무대를 꾸민다. PFO는 세계 무대에서 활약하고 있는 한국 출신 연주자들, 국내 주요 오케스트라에서 활동하며 한국을 제2의 고향으로 삼고 있는 외국인 연주자들로 구성돼 있다. 바이올리니스트 이지혜(독일 바이에른 방송 교향악단 종신 악장)·박지윤(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니 종신 악장), 첼리스트 김두민(독일 뒤셀도르프 심포니 종신 수석), 오보이스트 함경(핀란드 방송 교향악단 종신 수석), 플루티스트 조성현(독일 쾰른 귀체니히 오케스트라 종신 수석) 등 한국 무대에서 자주 만나보기 어려웠던 연주자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것만으로도 클래식 팬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지휘자로는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니, LA 필하모닉 등 세계 정상급 악단을 이끌며 커리어를 쌓아가고 있는 아드리앙 페뤼숑이 참여할 예정이다.
예능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에 얼굴을 비춰 대중들에게도 친숙한 피아니스트 손열음은 이번 음악제의 예술감독을 맡는다. 그는 <Take off 도약>(7월 31일), <Now or Never>(8월 8일) 공연 무대에 올라 PFO와 함께 베토벤의 곡을 연주할 예정이다.
THEME3. 공연장도 유효한 거리두기
코로나19 발생 이후 한동안 무관중 공연, 온라인 중계로 대체됐던 공연에서 처음으로 문을 여는 클래식 페스티벌인 만큼 주최측은 안전에도 만전을 기할 예정이다. 지난해까지는 약 2주 동안 매일, 하루 평균 2회 이상의 공연이 이어지는 방식으로 진행됐으나 올해 음악제는 주말에만 하루 1회 공연만 개최하는 ‘공연간 거리두기’를 실시한다. 이는 관객들의 쏠림 현상을 막고 공연장 방역을 철저히 실시하기 위한 것. 또 객석 수용 인원도 예년 대비 1/3로 줄여 옆 사람과의 간격을 충분히 유지한 채 공연을 관람할 수 있다. 환기가 되지 않는 밀폐된 공간에서 더욱 기승을 부리는 감염병 특성을 고려해, 반 야외 공연장인 ‘뮤직텐트’에서 공연을 개최한 것도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처하는 음악제의 모습을 보여준다. 김은아 공연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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