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할 말 하는 서울교총이 선생님 곁으로 갑니다”

2020.09.07 12:00:00

김성일 서울교총 회장에게 듣는다

지난 5월 치러진 서울교총 회장 선거에서 김성일 회장(사진)은 이변을 연출했다. 선거하면 으레 떠오르는 상대 후보 비방이나 인신공격과 같은 네거티브를 일체 하지않고 당선됐다. 선거와 관계없는 내용까지 들먹였지만 대응하지 않았다. 인지상정, 서운하고 속상한 마음이 없을 수 없었다. 우리도 상대를 공격하자는 주변의 건의가 많았다. 하지만 그는 끝까지 입을 다물었다. 적어도 교육계 선거만큼은 아이들 앞에 부끄러운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는 소신에서였다.

 

김 회장은 사립교원 출신이다. 현재 서울창문여고 교사로 활동하고 있다. 선친은 서울교총 중흥기를 이끌었던 故 김귀년 선생. 사립교원이 서울교총 회장에 오른 것은 선친에 이어 두 번째, 햇수로 27년 만이다.

 

인터뷰는 지난 8월 14일 서울교총 집무실에서 진행됐다. 선생님을 위한 강한 교총을 만들겠다는 선거 공약은 어떻게 지켜낼까? 취임 3달 만에 확 달라졌다는 평가를 받는 서울교총 모습이 궁금했다.

 

버스와 승용차, 그리고 서울교총

지난 7월 1일 서울지역 시내버스에 서울교총 광고가 등장했다. 기간은 한 달. 동서남북 각 지역별로 가장 이용객이 많은 버스 노선 10여 곳을 선택해 ‘최소비용, 최대효과’를 노렸다.

 

버스 옆면에 ‘함께 하는 서울교총, 학생과 선생님의 미래는 서울교총’ 이란 문구와 함께 큼지막한 교총 로고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서울교총이 옥외 광고를 시도한 것은 창립 이래 처음 있는 일. 김 회장은 “서울교총을 적극적으로 알려 교원단체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고 회원들에게 교총에 대한 자부심을 심어주기 위해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신선하다, 과감하다”는 평가가 가장 많았다. “출근길에 서울교총 광고를 본 순간 가슴이 뜨거웠다”는 회원도 있었다. 버스광고 경비는 김 회장이 선거 기탁금 2000만 원을 전액 기부한 것으로 충당했다.

 

통 큰 기부는 이뿐 아니다. 교권 침해에 시달리는 회원들을 돕기 위해 업무용 차량(1600만 원 상당)을 기부했다. 업무용 차량은 주로 교권 사건 발생 시 즉각적인 대응을 위해 활용된다. 김 회장은 신문로 서울교총 회관 인테리어에도 사비를 쾌척했다. 교권상담실과 회원휴게실 등을 중심으로 산뜻하게 새 단장했다. 칙칙한 외관 조경도 이참에 깔끔하게 정돈했다. 교총회관을 방문하는 회원들에게 좀 더 쾌적하고 편안한 공간을 제공, 찾아오고 싶은 서울교총을 만들겠다는 목적에서였다. 한 직원은 “어림잡아 1억 원가량 사비를 들인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김 회장은 “그동안 서울교총이 굵직한 현안에 얽매여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 쓰지 못한 것이 사실”이라며, “이건 아니다 싶어 대대적인 개선에 나섰다”고 했다. 그러면서 “서울교총회관은 회원들의 손길이 닿아야 비로소 완성된다. 찾아오는 교총을 만드는 첫걸음이 이제 시작됐을 뿐”이라고 말했다.

 

 

현안 산적, 어깨가 무겁다

김 회장의 어깨는 무겁다. 교육부가 학생수 감소를 이유로 교원 정원을 감축한 것은 발등의 불이다. 그는 “학생수가 줄었다는 이유로 교원수를 줄인다는 논리는 교육의 본질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무식한 발상”이라고 개탄했다. “인공지능이 수업에 등장하고 온라인 수업을 확대되면 될수록 교사의 역할을 더 중시돼야 한다”며 “한국교총과 힘을 모아 충분한 교원이 확보될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서울의 경우 과밀학급이나 과대학교 해소가 시급한데도 정부가 이 같은 특수성을 외면한 것 같아 아쉽다”고 덧붙였다.

 

자사고와 국제중 폐지로 이어지는 사학정책에 대해서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며 교육당국을 강하게 비판했다. “일단 사학을 부정한 집단, 비리집단 등 적폐로 매도해 놓고 시작하는 게 문젭니다.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웠으니 제대로 된 정책이 나오겠어요. 게다가 정치적 중립이 요구되는 교육감들조차 덩달아 동조하고 있으니 답답하고 화가 납니다.”

 

김 회장은 모든 사학 관계자를 범법자로 만든 사학법부터 뜯어고치겠다고 했다. 실제 그는 사학의 건학이념을 무시하고 자율성과 다양성을 옥죄는 사학법 개정을 위해 헌법소원을 준비 중이다. “멀쩡한 자사고와 국제중을 왜 폐지합니까. 그런 결정을 내린 사람들도 자녀는 사립학교에 보내고 있잖아요. 부동산도 모자라 교육도 ‘내로남불’인가요?”

 

지난 3년간 서울교총을 힘들게 했던 상조회 문제도 풀어야 할 과제다. 김 회장은 “서울시교육청과 대화가 잘되고 있다. 이른 시일 내 해결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믿고 기대해도 좋다”고 자신했다.

 

당당한 교총, 거침없이 간다

깍듯하면서도 거침없다. 한 시간 남짓 인터뷰하면서 김 회장에게서 받은 인상이다. 그는 만능 스포츠맨. 수영, 핸드볼 등 웬만한 스포츠는 다 섭렵했다. 특히 한국중고펜싱협회장과 서울펜싱협회장을 맡아 펜싱 저변 확대와 질적 수준 향상에 노력하고 있다. “펜싱은 예(禮)와 도(道)의 스포츠입니다. 칼끝이 날카로운 만큼 절제와 배려가 중시되죠. 그러다 보니 펜싱선수들은 인성이 좋아요. 싸움을 잘 안 하죠(웃음).” 상대의 빈틈을 찾아 송곳처럼 찌르지만 함부로 휘두르지 않는 게 펜싱이다.

 

그래서일까? 지난 6월 당선 직후 조희연 서울교육감과 가진 정책간담회에서 ‘할 말은 하는’ 거침없는 언행으로 화제가 됐다. 코로나19로 교사들이 힘겨워하던 때였다.

 

김 회장은 이 자리에서 “방역과 환자 발생 책임을 학교에 전가하지 말라. 교육청이 학교안전망 확충에 좀 더 노력해야한다. 교사들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수업과 학생지도에 전념할 수 있는 교육환경을 만들어 달라”고 교육감에게 주문했다. 그러면서 “난 교육청 눈치 보지 않겠다. 그럴 이유도 없다고 생각한다. 교육을 위해 교총 회원을 위해 필요하다면 손해 보는 일이 있다하더라도 언제든 할 말은 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날 간담회에 배석한 박재열 수석부회장(백석초 교장)은 조 교육감에게 교총 회원인지 전교조 조합원인지를 물은 뒤 어느 단체에도 가입하지 않았다고 대답하자 “그럼 지금 서울교총 회원에 가입하시죠”라고 말하는 강단을 보였다.

 

 

2030 젊은 서울교총... 회원 늘려 교총 영향력 강화

김 회장이 추구하는 키워드는 젊은 교총과 뉴노멀이다. 2030 교사들에게 매력 있는 교총으로 변신, 회원 수를 늘리는 게 가장 큰 목표다. 지금도 서울지역 교원단체 중 가장 많은 회원 수를 보유하고 있지만 이 정도론 성에 안 찬다. 지금보다 더 젊은 교총, 열정 가득한 교원단체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온라인 수업대회를 준비하고 서울교총 앱을 만들어 보급하려는 것도 젊은 교사들에게 어필하기 위해서다. 온라인 수업대회는 원격수업 역량을 높일 목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입상자에게는 ‘깜짝 선물’도 준비 중이다. 9월에는 스마트폰 앱을 보급, 언제 어디서든 손쉽게 서울교총을 만날 수 있게 된다. “2030교사들의 패기와 5060교사들의 경험이 조화를 이뤄 서울교총이 명실공히 서울교육의 변화를 주도하는 교원단체로 자리매김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김 회장은 주어진 임기 동안 회원확보와 회원복지 증진에 모든 것을 쏟아부을 각오가 돼 있다고 했다.

 

한국교총과도 역할 분담을 통해 서로 중앙과 지역교총이 윈윈하는 새로운 모델을 만들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한국교총은 말 그대로 중요한 교육정책에 대응하고 서울 등 시도교총은 회원 수를 늘려 베이스를 갖추는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국교총이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줘야 회원들의 의사가 정부정책에 반영되고 교단 경시와 같은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는 논리다. 김 회장은 “그동안 중앙인 한국교총과 시도교총의 역할이 혼재되면서 회원확보도 권익신장도 이뤄내지 못했다”며 “이제라도 협력과 상생의 길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터뷰 끝 무렵, 오는 2022년 치러질 교육감선거에 대한 생각을 물어봤다. 뜻밖의 대답이 돌아왔다. “교육에 보수, 진보가 어딨습니까. 조희연 서울교육감에게도 진보교육감이란 말 쓰지 말라고 했어요. 교육엔 교육이 전부이지 거기에 진보니 보수니 정치 이데올로기를 붙이면 안 됩니다.” 김 회장은 자신 역시 보수나 진보로 분류되기보다는 교육개혁을 실천하는 개척자로 기억되고 싶다고 했다.

장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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