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는 지난달 5일 초등학교 저학년 대상 학습안전망 확대 방안을 발표했다. 한글 해득 수준 진단‧보정과 인공지능(AI) 수학 시스템 도입‧적용이 골자이다. 교육부는 한글 미해득으로 인한 학습 결손을 방지하기 위해 시·도 교육청에 1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글 해득 수준을 진단하고, 개인 맞춤형 학습을 지원할 것을 요청했다. 코로나19 원격수업으로 인한 학습 결손의 누적이 학력 격차로 이어졌고, 특히 초등 1학년의 한글 해득 수준 격차는 장차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객관적인 해득력 데이터 부족
학습 결손을 예방하기 위해서 조기 진단의 중요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시기 못지않게 더욱 중요한 것은 정확한 진단의 방법과 내용이다. 원격수업으로 학력 격차가 벌어졌다는 것에 많은 교사와 학부모는 공감한다. 하지만 초등에서는 객관적인 데이터가 부족하다. 간헐적인 등교 수업에서 관찰‧수집한 제한적인 데이터와 교사의 직관적 판단으로 한글 미해득 학생 수가 늘었다고 판단하는 것에 그치고 있다.
교육부는 한글 해득 수준 진단‧보정 프로그램으로 ‘한글 또박또박’을 제시했다. 초등 1학년 한글 해득 수준을 면밀하게 진단하고 그 결과에 따른 개인별 맞춤형 한글 학습을 지원하겠다는 계획이다. ‘기초국어튼튼’과 ‘찬찬한글’ 콘텐츠는 학생이 직접 글자를 쓰고 선을 연결하거나 발음 및 자음‧모음 읽고 쓰기 활동과 관련된 콘텐츠이다. 음운 인식과 자모음 소리 대응, 낱글자 읽기와 글자 모양 쓰기 활동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필자는 초등 저학년 단계에서 받아쓰기와 일기 쓰는 습관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싶다. 맞춤법과 띄어쓰기에 중점을 둔 반복적인 주입식 받아쓰기가 아니라 어휘력이나 표현력과 의사소통 발달을 위한 받아쓰기를 말한다. 사소한 일상이나 직접 겪은 일을 통해 실용적이며 통합적인 글짓기 활동으로서의 일기 쓰기로 접근하자는 이야기다. 쓰기는 듣기, 말하기, 읽기 등 다른 영역이 통합적으로 요구되는 활동이기 때문에 한글 교육의 상호보완적인 수단으로서 일기 쓰기와 받아쓰기는 기초학습능력을 신장시키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라 생각한다.
받아쓰기 효과 재조명해야
그러나 현재 일선 학교에서는 받아쓰기와 일기 쓰기가 사라진 지 오래다. 받아쓰기 시험으로 인해서 초등학교 1학년 교육과정의 한글 문해 교육이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않고 학생들은 선행학습에 내몰린다는 이유에서다. 또한, 일기 검사가 인권침해라는 국가인권위의 권고에 따라 교육청에서 일선 학교에 일기 검사를 금지했다. 일기는 글로 아이들을 이해하며 래포를 형성하는 소통의 도구였지만, 학생의 인권침해라는 거대한 벽을 넘지 못했다. 교육적 행위의 부정적인 면만을 부각해 판단하는 탁상행정이 아닐 수 없다.
코로나19로 학생, 학부모, 교사 모두 격동의 2020년을 보냈다. 특히 초등학교 1학년 학생들은 학교생활에 적응할 틈도 없이 원격학습의 사각지대에 노출된 채 1년이 지나가고 있다. 학습 부진의 발생 원인과 유형은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기초학력 향상은 특정한 교수 방법만으로는 달성하기가 어렵다. 학교 현장의 복잡성과 현실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는 교사들의 역할도 매우 중요하다. 무엇보다 ‘한글 또박또박’, ‘기초국어튼튼’ 등 예쁜 이름으로 포장된 그럴듯한 프로그램보다 어휘와 문장력, 표현력, 의사소통 능력을 길러주는 통합적 글쓰기 활동과 한글 교육의 상호보완적인 방법으로서의 ‘일기 쓰기’와 ‘받아쓰기’ 프로그램의 위상은 반드시 재고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