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선에 선 아이들, 교육 잔혹사 끝내자

2020.11.05 10:30:00

난독과 경계성 지능, 학습부진에 시달리는 학생들은 교실 속 ‘외로운 섬’과 같은 존재다. 교사들 역시 그들의 고통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현실적 한계에 종종 무력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일년 내내 붙잡고 씨름을 해도 학습능력을 끌어 올리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원격수업 이후 학습격차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지금, 난독과 경계선 지능, 학습부진, 교육격차에 대한 교육현장이 고민을 살펴보고 그들을 위한 효과적 교수 · 학습방법을 모색해 본다.

 

학습장애는 지능이 정상범주에 속하지만 읽기 · 쓰기 · 수학과 같은 특정 영역에서 학습의 어려움을 크게 보이는 학생을 말한다. 즉, 지능이 IQ85 이상이지만 읽기 또는 쓰기, 수학 중 어느 특정 영역에서 자기 학년 수준보다 2학년 이상 낮은 수준을 보이는 경우다. 실제로 5학년 이지만 읽기 쓰기 수준이 3학년 수준이면 학습장애로 생각해 볼수 있다. 학습장애학생들이 겪는 어려움은 기본적인 신경정보처리과정상의 어려움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언어 이해 및 사용과 관련된 결함을 주고 가지고 있다.

 

반면 경계선 지능 학생은 기본적으로 인지능력이 평균 이하 수준을 나타낸다. 기억, 주의, 지각 등 정보처리과정의 어려움은 물론이고 추상적 사고나 논리적 사고에 큰 어려움을 느낀다. 따라서 경제선 지능은 낮은 지능으로 인해 모든 학습영역에서 낮은 학습능력을 보이는 학습 지진현상을 드러내고 있다.

 

난독과 경계선 지능 등의 영향으로 학습부진에 놓여 있는 학생들을 어떻게 지도할 것인가는 교육 현장의 오랜 과제였다. 교사들이 가장 고충을 호소하는 경우도 이들 학생에 대한 지도법이다. 오랜시간 노력과 정성을 기울여도 뚜렸한 효과가 나타나지 않아 더욱 힘들어 한다.

 

이번 호는 학습부진 유형별맞춤식 지원, 학습, 심리·정서 등 다양한 영역에 걸친 종합적 지원을 통해 학습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도 배움의 즐거움을 느끼고 행복한 학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방안을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한다.

 

최근 경계선 지적 기능(Borderline Intellectual Functioning)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지금까지 학생들의 기초학력향상을 위한 지원정책들을 다양하게 해왔지만, 학습에 어려움이 있는 학생들은 끊임없이 존재해왔다. ‘느린 학습자’로 불리고 있는 ‘경계선 지적 기능’ 아동에 대한 관심은 2014년 12월 국회에서 개최된 ‘느린 학습자 지원을 위한 토론회’를 시작으로 EBS의 집중적인 기획보도(2014) ‘느린 학습자를 아십니까?’, 2015년 「느린 학습자 지원법」에 관한 발의, 2016년 느린 학습자 지원의 법적 근거 마련 및 학습부진학생 지도 강화를 위한 「초·중등교육법」 제28조(학습부진아 등에 대한 교육: ‘성격장애나 지적 기능 저하 등으로 인하여 학습에 제약을 받는 학생 중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제15조에 따른 학습장애를 지닌 특수교육대상자로 선정되지 아니한 학생’) 일부 개정 등 경계선 지적 기능 학생에 대한 교육계의 관심은 지속적으로 증가해 왔다.

 

 

‘약간 늦되는 아이’

경계선 지적 기능 아동은 지적 수준에 의해 진단된다. 일반적으로 표준화된 지능검사 결과 표준편차 -1과 -2 사이인 지능지수(IQ) 70~85 사이에 속하는 아동을 의미한다. [그림 1]에서 볼 수 있듯이, 이들은 지적장애의 연속선상에 있지만 지적장애는 아니며, 지능이 정상 범주에 있는 일반아동도 아니다. 지능의 정규분포에 나타나 있는 것처럼, 경계선 지적 기능은 13.59%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는 지적능력으로만 볼 때 표준편차 -2 이하에 해당하는 지적장애(2.28%)의 약 6배에 해당하는 것으로 추정될 수 있어 적잖은 아동들이 이 범주에 속해 있음을 알 수 있다.

 

경계선 지적 기능 아동들은 취학 전에는 언어발달지체가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하지만 대부분 ‘약간 늦되는 아이’로만 인식되다가 학교 입학 후 학업수행의 어려움으로 ‘공부를 못하는 아이’ 즉, 학습부진으로 진단된다. 이들은 보통 인지발달의 지체를 보이며, 주의집중이 짧다. 단순히 기계적으로 기억하는 것은 가능하나 깊이 있게 학습하지 못해 기억력이 낮으며, 고차원적인 사고나 추론능력이 부족하다. 그러다 보니 학습속도가 느리고 추상적 개념습득과 복잡한 과제수행이 어렵고, 정보를 조직하거나 학습전략을 사용하지 못하며, 배운 것을 잘 일반화 시키지 못한다.

 

결과적으로 학업실패를 나타내는데, 초등 저학년에서는 심각하게 나타나지 않다가 학년과 학교급이 올라갈수록 심각해지고 일반아동과의 격차가 점점 커지게 되는 특성을 보인다. 이들은 학교에 입학해서 처음에는 열심히 노력하지만, 학업에서의 잦은 실패로 ‘노력-실패-좌절’의 사이클을 반복하면서 배우고자 하는 동기가 사그라지고, 무기력해져서 게으르거나 나태한 학생으로 보일 수 있다. 게다가 인지 및 학습문제와 함께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특성이 언어발달지체인데 이들은 상대방이 말을 했을 때 말귀를 알아듣지 못해 두리번거리거나 엉뚱한 짓을 하는 경향이 있고, 메시지를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는데다 어휘력이 부족하여 들은 정보를 전달하거나 자기 생각을 구두로 표현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중요한 것은 이들이 나타내는 모든 특성이 기본적으로는 지적능력이 낮아서인데 이것으로 그치지 않고 이차적으로 사회성 및 정서·행동문제까지 이어지게 된다는 점이다. 이들은 흔히 조용하고 수줍음을 많이 타고 친구를 사귀는데 어려움을 보이며, 자존감이 낮고 자신감이 부족하다. 아동에 따라 불안 및 위축을 보이기도 하고, 대인관계에서의 실패는 공격적이거나 충동적인 행동으로 표출될 가능성이 높고, 평소에는 억울한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다가 엉뚱한 상황에서 분노를 폭발하는 경우도 있으며, 품행문제로 악화할 수도 있다.

 

특별한 교육적 조치가 제공되어야 함을 시사해준다.

이러한 특성들은 문제가 심각해지지 않도록 조기 발견과 정확한 진단을 통해 특별한 교육적 조치가 제공되어야 함을 시사해준다. 그러나 경계선 지적 기능 아동들은 일반학급에서 지적장애 아동들이 보이는 교육적 요구만큼 가시적이지 않고, 학습장애(난독증 포함) 아동처럼 특정하지 않아 잘 인식되지 않고 있다. 이들을 일반아동과 비교해 보면, 여러 면에서 이질적인 특성을 보이기 때문에 요구에 맞는 지원이 필요한데 이들을 위한 법과 제도, 교육프로그램이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아 현 교육체제에서는 적절한 지원을 받지 못하고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실정이다. 물론 최근에 이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교육적 지원의 노력이 증가하여 몇 개의 사업들이 산발적으로 전개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들에 대한 정확한 이해, 선별 및 진단, 체계적인 지원은 역부족인 상황이다.

 

교육현장에서 경계선 지적 기능 아동들을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관찰하고 지원해 줄 수 있는 사람은 바로 교사이고 부모이다. 이들은 지적인 문제가 경미하기 때문에 제대로 잘 교육하고 지원해 줄 수 있다면 한 단계 정도는 향상될 가능성이 있는 반면,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다면 능력이 제한되어 더 악화될 수 있다. 그런데 현재 초등학교의 학급당 평균 인원수와 교사의 행정업무량을 고려할 때 교사 개인의 책무성과 노력만으로 이들을 위한 맞춤형 교육을 제공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자로서 우선 경계선 지적 기능 아동을 교육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앞에서 언급한 특성들을 토대로 몇 가지 제안하면 다음과 같다.

 

우선 언어로만 설명하는 긴 수업에 집중하기 어려우므로 교육매체를 사용하거나 구체적인 상황을 통해서 정보를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들은 추상적인 개념을 이해하고 추론하는 것에 한계가 있으므로 지식위주보다는 구체적으로 지도하는 것이 필요하다. 즉, 정신적 조작보다는 물리적 조작이 가능한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이들은 직접 보고, 만지고, 느끼고, 들을 때 가장 효과적으로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정보는 체계적으로 조직화된 형태로 제공해야 하고, 전에 배웠던 정보와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단계적으로 제시해 줄 필요가 있으며, 아동이 배운 것을 일반화할 수 있도록 구체적으로 ‘언제, 어디서, 어떻게’ 사용하는지 충분한 연습기회를 통해 완전학습이 되도록 지도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들은 학업실패로 인해 학습동기가 낮거나 학습된 무기력을 갖고 있어 성취할 수 있는 과제를 제시하여 성공 경험을 맛보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 또한 이들이 성공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교과중심교육도 필요하겠지만 지역사회에 기초한 생활중심교육이 필요하다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 물론 경계선 지적 기능 아동들도 고등교육을 받거나 직업분야에서 성공한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적합한 직업을 가지는 경우가 많지 않아 이들이 지니고 있는 강점을 찾아 자신에게 맞는 숙련 혹은 반숙련된 직업을 가질 수 있도록 어린 시절부터 진로 및 직업교육을 시키는 것이 안정적인 삶을 살아가도록 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필요한 것도 가장 어려운 것도 가정에서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

한편 경계선 지적 기능 아동의 부모들은 자녀에 대한 인식 수준이 낮고, 자녀가 장애는 아닌데 왜 이렇게 느릴까? 하는 혼란에 빠지게 되어 기다려준다거나 지켜봐 주지 못해 자녀에게 맞지 않은 교육을 시키거나 무리하게 과잉학습을 시키고 다그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부모의 잘못된 관리는 갈등이나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고, 이로 인해 아동은 부정적인 정서나 행동문제를 가질 수 있으며, 순차적으로 아동을 담당하는 교사에게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국학습장애학회(2015)에서 현장교사 및 교육행정가 180명을 대상으로 이들의 지원 요구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학생지도에서 필요한 것도 가장 어려운 것도 가정에서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으로 나타났었다. 이러한 문제가 해결되기 위한 한 방법으로 교사가 부모들이 자녀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자녀의 능력과 특성에 맞는 지도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상담과 교육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지금까지 경계선 지적 기능의 개념·특성·지도에 대해서 간략하게 살펴보았는데 이들은 특히 인지 및 학습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고 사회성 혹은 정서 및 행동 면에서도 어려움을 보이고 있어 특별한 도움이 필요하다. 이들은 하루아침에 생긴 아동들이 아니고 교육현장에 늘 존재해왔기 때문에 교육자나 정책입안자들에게는 난제였음이 분명한데 행·재정적인 문제들로 손을 대지 못해 왔던 것이 아닐까 한다. 하지만 이들을 간과하는 것은 문제를 더 심각하게 만들 수 있고, 적절한 지원을 제때에 하지 않으면 이들의 능력은 더욱 제한되어 결과적으로 부모나 형제의 몫이 될 것이며, 나아가서는 사회 및 국가에 더 부담스러운 존재가 될 수 있다. 이는 사회적 비용을 그만큼 증가시키는 결과를 가져다줄 것이다.

 

이들과 관련된 현안들을 해결하기 위한 한 접근으로, 민감한 사항이긴 하지만 학습장애 진단·판별절차에 이미 경계선 지적 기능이 들어가 있는 것처럼 학습장애 범주에 넣는 방안도 있을 수 있고, Wieland & Zitman(2016)이 제안한 것처럼, 별도의 장애범주로 아니면 현재의 지적장애의 진단기준의 IQ의 절단점을 70 이하에서 85 미만으로 상향 조정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실정이다. 실제로 아일랜드에서는 경계선 지적 기능을 ‘borderline mild general learning disabilities(IQ 70~79)’라는 명칭으로 지적장애의 한 유형으로 분류하고 있다.

 

경계선 지적 기능 아동들이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지원과 서비스를 받기 위해서는 어떤 형태이든 하나의 범주로 들어 올 수 있게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특히 자녀가 경계선에 있을수록 부모들이 교육지원과 서비스는 간절히 원하면서도 자녀가 낙인되는 것을 우려해 제도 안으로 들어오길 원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교육자가 할 수 있는 것은 이들에 대한 개념과 특성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요구에 적합한 지도를 하면서 부모들에게는 자녀를 올바르게 이해를 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것이 급선무이며, 동시에 정책적으로는 이들의 실태 파악 및 교육적 지원을 위해 필요한 법과 제도, 선별 및 진단 시스템, 교육프로그램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교육은 학생 모두를 안고 가야 하기 때문에 경계선 지적 기능 아동의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고 요구에 맞추어 적절한 교육과 지원은 반드시 제공해 주어야 할 것이다.

강옥려 서울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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