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이슈 1] 학교공간혁신사업, 무엇이 문제인가?

2020.12.04 10:30:00

교육부에서 추진 중인 학교공간혁신사업은 2019년부터 약 5년간 약 3조 5천억 원이 투입되는 사업이며, 2021년부터는 정부 뉴딜정책 중 하나인 그린스마트 미래학교에도 포함된다. 따라서 현시점에서 학교공간혁신사업이 올바른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은 정부예산의 효율성, 학교현장의 교육적 효과 등의 다양한 측면에서 중요할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현재의 학교공간혁신사업은 ‘어떠한 공간을 만들어야 하는가?’에 집중한 나머지 ‘왜 학교공간을 혁신해야 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은 던지고 있지 못한 듯하다. 학교공간혁신의 목적을 살펴보기 전에 지금까지 학교공간사업이 갖고 있는 문제가 무엇이었는지를 본질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림 1>은 우리가 많이 언급하고 있는 선진국의 미래학교가 어떻게 설계되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이다. 마지막 단계의 공간디자인을 위하여 가장 첫 번째로 고민해야 할 것은 ‘공간이 아닌 교육과정’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교육과정의 첫 번째 요소로 ‘교수·학습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많은 문헌이나 언론매체들에서 언급되는 이야기를 들어보면 우리나라의 학교는 대부분 획일적인 공간이라는 표현을 많이 하는데, 이것은 보다 교육학적으로 표현하면 이론중심의 획일화된 교수·학습방법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학교공간을 혁신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그것은 당연히 이론식 강의수업과 함께 프로젝트수업·토론수업·개별학습 등 아이들이 원하는 다양한 교수·학습방법을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해야 하는 것이다. 실제로 2018년도에 필자가 수행한 ‘미래교육 환경에 대응하는 교육시설 연구(I): 학습자 중심의 학교시설 재구조화 방안’에서 언급된 것과 같이 선진국에서도 우리나라와 같은 획일적인 공간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였고, 그에 대한 결론으로 <그림 1>과 같이 교육과정중심의 학교공간혁신 즉, 학교공간 재구조화를 추진하게 되었다.

 

학교공간 재구조화는 다양한 교수·학습방법을 제공할 수 있는 학교공간을 제공하는 것이 목적이므로 다양한 공간들을 제공하는 것이 핵심개념이다. 그러나 해외의 학교공간은 이미 이러한 수준을 넘어서 학교공간 자체가 교재의 하나로 활용되고 있다. <그림 2>는 미국의 토마스 초등학교의 천정이다. 개방된 천정을 통해 과학·안전교육 등의 다양한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또한 <그림 3>과 같이 해당 학교에 사용된 건축 자재를 활용하여 교육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사례들을 보면, 선진국에서 인식하는 학교공간의 수준과 우리나라의 인식수준을 분명하게 비교해 볼 수 있다.

 

그렇다면 학교공간혁신사업을 추진하면서 무엇을 가장 중점적으로 강조했어야 하는가? 필자는 2014년부터 많은 학교를 대상으로 컨설팅 및 연수를 실시하였고, 2020년부터는 퍼실리테이터로 활동하면서 사용자 참여디자인 워크숍 및 공간디자인을 진행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학교현장에서 볼 수 있는 공통적인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그것은 교사들이 공간에 대한 관심이 상당히 많다는 것이다. “교사가 공간에 대해 관심이 많은 것이 과연 무슨 문제일까?”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다른 예를 들어 보겠다. 만약 여러분이 교사라고 가정했을 때, 상담을 하고 있는 학부모가 가정교육에는 별다른 관심이 없고, 학교의 운영시스템에만 관심을 갖고 있다면 여러분들은 그 학부모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겠는가? 실제로 아이들의 교육은 가정에서부터 시작되는데 말이다.

 

학교공간혁신의 최종적 목표는 수업혁신

학교현장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해야 할 것은 ‘어떤 공간을 만들어야 할까?’를 고민하기보다는 ‘어떤 수업활동을 해야 할까?’를 고민해야 한다. 이것이 먼저 선결되지 않고서는 학습자 중심의 교육과정에 부합하는 다양한 학교공간을 만들어낼 수가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교사 참여디자인 워크숍을 진행해보면, 많은 교사가 공간디자인보다 수업디자인을 훨씬 어려워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그동안 진행되어온 대다수의 학교공간혁신 사례들을 보면, 공간에 관한 이야기는 많이 언급되지만 실제 다양한 수업활동에 대한 언급은 거의 없는 것을 볼 수 있다. 심지어는 변화된 공간에서 획일화된 이론·강의중심수업을 진행하는 모습들도 인터넷을 통하여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학교급이 올라갈수록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교육과정이 상대적으로 무겁기 때문에 다양한 교수·학습방법을 개발하고 적용하는 것도 상대적으로 어렵다. 이로 인해 자연스럽게 공간구조를 바꾸기보다는 재료마감의 변화에 치중하거나 학생들이 정말 필요로 하는 위치의 공간은 배제하고 남는 공간을 리모델링하는 형태로 진행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학교공간혁신사업에서는 무엇을 개선해야 하는가? 첫째 교육과정 재구성 연수 프로그램을 활성화해야 한다. 시·도교육청별로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연수원 또는 교육청 차원에서 교육과정 재구성을 실시하고 있다. 필자도 보다 깊이 있는 연구를 위해서 교육과정 재구성 연수 프로그램에 참여한 적도 있다. 그 경험을 비추어 볼 때, 아쉬운 점은 전문강사도 적고 참여하는 교사들도 적다는 것이다. 또한 교육과정 재구성이 학습내용 재구성에 초점을 맞추어져 있어 교수·학습의 재구성까지 미치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 차원에서 보다 체계적인 학교공간 재구조화를 위한 교육과정 재구성 연수 프로그램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둘째, 최근에는 학교현장마다 전문적 학습공동체 운영을 통하여 수업혁신을 고민하는 학교들이 많다. 따라서 학교현장에서 교육과정에 대해 고민할 수 있도록 시간과 예산을 지원하고, 학교공간 재구조화 연구학교 등을 통하여 수업혁신에만 활동이 머물지 않고 학교공간 재구조화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지원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교육청 단위 또는 부처 단위로 학교공간혁신 대상 학교를 선정할 경우, 교육과정 반영 수준을 명확하게 판단하여 교육과정에 충실한 학교일수록 더 많은 예산을 중·장기적으로 여러 번에 걸쳐 지원하여 우수한 사례들이 많이 발굴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학교공간혁신의 최종적 목표는 수업혁신에 있고, 수업혁신은 아이들이 행복한 학습자 중심의 교육과정을 실현하는 데 있다. 따라서 학교공간혁신사업의 성과는 변화된 공간의 양과 질에 있는 것이 아니라 변화된 수업의 양과 질에 있으며 그 변화로 인한 학생들의 수업만족도로 평가되어야 한다. 앞으로도 많은 예산과 노력이 투입되므로 정부 차원에서의 방향 재설정과 모니터링이 필요할 것이다.

박성철 한국교육개발원 교육정책지원연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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