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는 지옥이었다.”
우리는 잊고 있었다. 코로나19로 힘들어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는 것을. 장기화 한 가정 돌봄으로 우울증을 호소하는 엄마들, 온라인 수업을 준비하느라 누구보다 바쁜 교사들… 어른들의 힘듦에만 집중했다. 코로나가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 ‘코로나 블루’라는 신조어도 만들어냈다. 그러는 동안 놓친 것이 있었다. 바로 우리 아이들의 마음이다. 아이들은 코로나 상황을 지옥이라고 표현했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이자 서울시 코비드 19 심리지원단 단장인 저자는 “코로나 때문에 힘든 것이 있냐고 묻는 어른이 왜 없느냐”는 한 중학생의 일갈에 주목했다. 이후 우리 아이들의 상황을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라면 형제’ 사건이 발생했고, 안타까움과 부끄러움에 집필을 시작했다.
그는 “지난 1학기부터 이어진 사회적 거리 두기의 영향이 가장 크게 미치는 세대는 10대일 것”이라고 말한다. 지난 8개월 동안 다양한 경로를 통해서 아이들의 힘듦을 접하고 다섯 가지 상처를 발견한다. 단절·규칙·일상 유지·결손·중독 트라우마가 그것이다.
올해 아이들은 학교에 거의 가지 못했다. 소속감이나 학생이라는 정체성을 경험하지 못했고, 또래와 어울릴 기회조차 박탈당했다. 친구에 대한 그리움을 내보일 수도 없었다. 어른들의 기준에서 ‘쓸데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규칙과 일상 유지를 요구하는 어른들로 인한 트라우마도 호소했다. 규칙적이고 정상적인 생활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이런 요구는 아이들을 숨 막히게 할 뿐이었다. 건강하게 지금까지 잘 견디고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일인데, “아무것도 한 것이 없다”는 비난에도 허탈함을 느꼈다.
저자는 이제 아이들의 마음을 들여다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성인을 위주로 진행된 수많은 담론과 정책은 아이들을 더욱 무기력하게 만들뿐이다. “코로나 시대, 아이들의 상처에 대한 회복 전략을 기획하고 준비해야 할 때”라고 강조한다. 온 국민이 참여하는 코로나 트라우마 회복 여정을 함께 하자는 제안과 함께 특히 아이들과 그 기회를 함께 나눴으면 좋겠다고 당부한다. 가장 가까이에서 아이들의 어려움을 지켜봐야 하는 부모와 교사들에 대한 위로와 조언도 잊지 않았다. 김현수 지음, 덴스토리 펴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