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조대왕 정신 이어받은 경기 교육의 요람

2021.01.06 10:30:00

수원 매탄고등학교

수원시 영통구 매탄동에 자리한 매탄고는 2005년 개교한 이래 경기지역 대표 선도학교로 우뚝 섰다. ‘열정과 실력을 동시에 갖춘 인재 양성’이라는 교육지표와 ‘깊게 생각하고 바르게 행동하자’는 교훈 아래 2세 교육에 힘쓰고 있다. 교표는 녹색·자주·분홍으로 삼색을 이루며, 각각 젊음과 기상·협동과 끈기·고매한 지조를 의미한다. 교목은 젊음과 기상, 늘 푸른 지조를 가진 소나무다. 교화는 고매한 지조와 절개를 상징하는 매화다.

 

매탄고 하면 떠오르는 단어는 ICON 교육과정이다. 4차 산업혁명시대와 포스트코로나시대를 대비하는 핵심적 역할을 담당하는 ‘자주인(Initiative)’, ‘창의인(Creative)’, ‘융합인(convergence & collaboration)’, ‘소통인(Networking & Communication)’ 양성에 목표를 두고 있다.

 

 

매탄고의 상징 ICON 교육과정

매탄고는 ICON 교육과정의 일환으로 학생들이 자신만의 진로를 설계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을 다수 운영하고 있다. 매탄인턴십과 매탄비전맵이 대표적이다. 매탄인턴십은 교내 행사의 기획·추진·평가과정에 학생이 직접 인턴으로 참여함으로써 배움의 주체로 성장하게 되는 과정이다. ‘왜’ 이러한 행사를 시행하는지 목적과 방향을 고민하고, 추진하면서 자아정체성을 확립하고 진로를 적극 개척할 수 있다.

 

 

매탄비전맵은 지역사회의 다양한 기관과 업무협약을 통해 학생의 진로체험활동과 봉사활동 등 다양한 창의적체험활동·융합활동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현재 관내 병원·치과·드론협회·미술전시관·직업재활센터 등과의 업무협약을 통해 학생들이 자신의 꿈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한 1·2학년 학생에게는 진로캠프를, 3학년 학생에게는 매탄진로아카데미(자소서 컨설팅)를 실시해, 학생들의 진로설계와 대학입시를 위한 실질적인 도움도 주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인근 대학 전공 대학생들과의 연계를 통해 컴퓨터 관련 진로동아리를 구성하고 학습을 진행 중이다. 이러한 우수한 프로그램을 바탕으로 매탄고는 2018년 교육부 ‘전국 20대 우수 인문계고등학교’에 선정됐으며, 매탄인턴십은 ‘일반고 우수 프로그램’으로 장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 같은 우수한 교육과정은 인공지능교육으로 이어지면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한다. 지난해 정부로부터 4년간 총 2억 5천만 원의 예산을 지원받아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인공지능 관련 교육을 실시한다. 교육과정은 인공지능분야의 기초·기반과목인 ‘정보(SW), 정보과학, 프로그래밍, 수리·통계’ 등을 강화해 개설함으로써 이들 분야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의 적성을 살려 특화된 교육을 할 수 있게 된다.

 

코로나19 이후 본격화된 원격수업에서도 매탄고는 앞서간다. 지난해 코로나19 상황에 대응한 원활한 수업운영을 위해 3월부터 ‘원격수업 지원단’을 구성했다. 효율적으로 수업을 운영할 수 있는 플랫폼을 발굴하고, 교사·학생 간의 시뮬레이션을 실시해 알맞은 수업방법을 찾는 데 주력했다. 또 교사 자체 제작 영상 등을 구글 클래스룸에 업로드하고 댓글을 통해 학생들에게 피드백을 제공했다. 2학기에 들어서는 더욱 효과적인 수업운영을 위해 실시간 쌍방향수업을 실시했다.

 

이런 공로를 인정해 경기도교육청은 매탄고를 무선인프라 지원 대상 학교로 선정, 교육에 필요한 기기와 시스템을 지원했다. 이를 계기로 학생들은 기존 교육콘텐츠의 소비자 입장에서 벗어나 콘텐츠 생산에 직접 나서서 심폐소생술 UCC, 광고 포스터, 문화 팟 캐스트 등의 제작에 도전할 수 있게 됐다.

 

매탄고는 다양하고 특색있는 교육활동으로도 정평이 나있다. 수원하면 떠오르는 화성(華城)과 정조대왕 이미지를 교육과정에 녹여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이산과거제. 정조대왕 시대에 수원에서 실시됐던 특별 과거시험을 재현한 행사다. 정조는 부친 사도세자의 묘를 이장한 다음해인 1790년에 특별 과거제를 실시했다. 학교 측은 ‘세종실록오례의 가례’ 중 ‘문과전시의’에 따라 학생들에게 시제를 주고, 논술을 작성하는 방식으로 시행했다.

 

지난해 이산과거제는 1학년 학생 전체가 참가했다. 예선전인 소과를 거쳐 대과에 진출한 학생들은 ‘새로운 시대의 인재가 될 청소년의 역할 및 마음가짐’이란 시제에 맞춰 800자 논술형식의 진사시에 응시했다.

 

 

이산과거제 · 유네스코 학교 ·국제교육교류 등 교육활동 활발

매탄고는 유네스코 청소년 평화프로젝트로도 유명하다. 한국 유네스코학교 네트워크 가입에 따라 이뤄진 교육활동이다. 유네스코학교란 ‘평화교육·국제문화이해교육·지속가능발전교육’ 등의 유네스코 이념에 기반한 교육활동을 실천하는 학교를 뜻한다. 유네스코 한국위원회와 국제 유네스코 본부는 학교교육을 통해 세계 평화를 지킬 수 있는 인재를 키우는 것을 목적으로 유네스코학교들을 선정·지원해왔다.

 

매탄고의 유네스코 청소년 평화프로젝트는 ‘화장실 사용 문화 실태조사 및 개선 프로젝트’로 문을 열었다. 이를 계기로 앞으로 생활 속 환경개선운동, 일본군 위안부 ‘나눔의 집’ 방문활동, 해외 자매학교 국제교류 등을 수행하며 세계시민으로서 평화와 나눔의 의미를 되새길 예정이다.

 

학창시절 풍부한 해외 견문을 넓히려는 노력은 적극적인 국제교류 활동으로 나타난다. 매탄고는 수년 전부터 중국 산동성 소재 제남서성실험중학(교장 陆彩霞:루차이샤)와 자매결연을 맺고 국제교류 및 문화체험 교육활동을 벌이고 있다.

 

학생들의 국제 이해 증진 및 외국어 학습 동기부여를 위하여 작년에 자매학교 결연 협정을 체결하였고 이후 상호방문 국제교류를 계속해오고 있다. 학교 측은 학생들이 홈스테이와 전통문화 탐사 등의 자매결연 프로그램을 통해 양국 문화의 차이점과 다양함을 배우고 느낌으로써 글로벌리더로 성장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중국 학교와의 국제교류는 대학으로 영역을 넓혀 중국 명문대 중 하나인 하얼빈 공과대학과 제휴를 맺었다.

 

전인적 인성함양을 위해 수준 높은 예체능 활동을 보여주고 있는 것도 매탄고의 강점이다.

 

 

먼저 미술 분야. 학교는 지난 2018년도에 교육부로부터 미술 중점학교로 지정됐다. 이후 미술 및 디자인 분야 진로진학 집중과정으로 동아리편성이나 매월 지역나눔 매탄갤러리를 여는 등 교내외 특화 프로그램으로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인재를 만드는 데 기여하고 있다. 축구부는 전국대회를 제패할 정도로 뛰어나다. 경기도 꿈나무 축구대회에 참가해 우승기를 품에 안았고 제21회 백운기 고교축구대회에서도 우승을 차지, 축구 명문학교로서의 위용을 드러냈다. 또 지난 2018년 12월에는 교육감으로부터 학교체육활성화 및 경기혁신교육발전기여 표창을 받았으며, 같은 해 8월에는 일반고 우수 프로그램에 선정돼 교육부장관 표창을 수상했다.

 

학생들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길러주는 교육활동은 졸업식도 예외가 아니다. 매탄고 졸업식의 하이라이트는 학생오케스트라단의 연주회. 지난해 졸업식에서는 매탄 오케스트라의 축하 공연이 펼쳐져 학청 시절 빛나는 추억의 대미를 장식, 학부모들로부터 갈채를 받았다.

 

서예식 교장은…

“원격교육·인공지능교육 겉만 요란해선 안 돼요”

 

“정신 바짝 차려야 합니다. 세상이 급변하는 데 우린 너무 안이하죠. 국가 교육정책만 봐도 이렇다 할 비전도 목표도 없어요. 그러나 보니 원격교육이나 인공지능교육도 보여주기에 급급한 모양새고요.”

 

2월 정년을 앞둔 서예식 교장은 <새교육>과 인터뷰에서 “교육정책의 본질은 놓친 채 형식에서만 집착하는 거 같아 걱정이 앞선다”라며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그는 “지난 1년간 원격교육에 모든 걸 쏟아 부었지만 이렇다 할 플랫폼 하나 만들지 못한 채 구글 등 외국기업에 의존하고 있다”라며 “가장 중요한 건 데이터인데 이를 분석하고 진단할 기초자료가 없다는 것은 장기적으로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인공지능 전문가를 기르겠다고 교육부가 호언장담했지만, 이 역시 거점학교 몇 개 선정하는 데 그치고 있어 아쉬움이 크다고 했다. 정부 예산이 인건비와 시설비 등 경직성 경비에 너무 많이 지출되는 구조도 문제라고 했다. 2021년 교육예산은 76조 원. 하지만 학생들의 교수·학습활동에 직접 투자되는 규모는 전체의 10%를 넘지 못한다며 사정이 이렇다 보니 공교육 여건은 열악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앞으로 교육은 어떻게 달라져야 할까. 서 교장은 교육은 학생 개개인의 특성을 살리는 개별화교육으로 가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문과형이니 이과형이니 하는 틀을 정해놓고 학생들을 꿰맞추는 것이 아니라 학생수준에 맞는 교육내용과 방법을 적용하는 각각의 교육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교육은 무엇보다 기본이 중요하다. 본질에 충실할 때 교육도 교육다워지는 법”이라고 했다. 교육의 본질이 선명하면 선명할수록 어려운 위기가 닥쳤을 때 극복하는 힘을 얻을 수 있다는 게 서 교장의 지론이다.

김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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