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성과 실력’…대전여상에서 얻은 건 취업만이 아니었다

2021.02.05 10:30:00

대전여자상업고등학교

코로나19 여파로 경기가 얼어붙으면서 취업시장에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특히 특성화고는 그 충격이 더 커 근래 들어 가장 낮은 취업률을 기록할 것이란 우울한 전망이 나올 정도다. 그 어느 때보다 슬기로운 취업전략이 필요한 지금, 지방의 한 특성화고등학교가 무려 65%에 이르는 높은 취업률과 함께 공기업 등에 학생들을 대거 취업시켜 주목받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지난 1948년 개교 이래 대전지역 명문 특성화고로 우뚝 선 대전여자상업고등학교(대전여상)이다. 훌륭한 인성·우수한 학력·뛰어난 직무능력을 고루 갖춘 전문인력양성을 목표로 지난 70여 년간 한결같은 길을 걸어온 대전여상의 저력은 코로나 위기에서 더욱 빛을 발했다.

 

 

차별화된 커리큘럼으로 높은 취업률 달성

대전여상은 올 1월 8일 현재 취업희망자 187명 중 122명을 취업시키며, 재학생 취업률 65.2%를 기록했다. 2월 중에는 지난해 취업률 79%를 넘어설 것이라는 게 학교 측의 설명이다. 취업이 확정된 3학년 학생 중에는 한국전력기술·국가철도공단·국립공원공단·국민건강보험공단·한국국제협력단·KDB산업은행 등의 공공기관과 국가직 9급 공무원 등이 15명으로 취업자의 12.3%를 차지하며, 나머지 대부분은 금융업 및 사무직으로 취업했다.

 

비결이 뭘까? 우선 대전여상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중소기업 기술혁신대전 기술인재부분 대통령 단체표창을 지난 2011년과 2017년 두 차례 수상했다. 이어 취업기능강화 최우수학교로 6년 연속(2011년~2016년) 교육부장관 표창을 받았으며, 대전광역시 학교평가 최우수학교로 5년 연속 선정되어 교육감 표창을 수상한 기록을 갖고 있다.

 

자신의 직업적 능력을 지속적으로 개발·성장시킬 수 있는 인재양성이라는 큰 비전 아래, 최고의 업무능력과 인성을 겸비한 창의적인 전문인재 육성을 위한 차별화된 커리큘럼 운영이 원동력이 됐다.

 

또 하나. 기초가 튼튼한 사람을 양성하기 위한 학년별 직업기초능력강화교육, 전문인을 키우기 위한 직무능력교육, 예비 사회인을 위한 맞춤식 취업지원교육과 3학년 취업준비를 위한 학년별·단계별 맞춤형 진로교육, 자발적으로 참여하며 실천하는 인성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공공기관 취업 집중 공략 ... 대거 합격 쾌거

대전여상에는 정부 및 공공기관 행정사무원, 총무 및 경영지원사무원, 회계·경리·세무·창구사무원 등을 양성하는 ‘회계융합행정과’와 IT 및 OA 기기활용을 기본으로 일반기업 및 공공기관·금융기관 등에서 회계·인사·총무·비서·세무·사무 행정·IT 사무 등의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IT사무행정과’가 있다.

 

‘회계융합행정과’는 회계 및 경영관련 사무·행정 쪽으로 전문화되어 있고, ‘IT사무행정과’는 일반사무와 행정을 위해 IT 및 OA 기기 활용에 전문화 되어있다. 두 학과 모두 회계를 기본으로 사무전문인력을 양성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구체적으로 1학년 때는 진로적성검사·진로상담, 진로포트폴리오작성, 직업체험 및 진로탐색스쿨, 직업인 특강프로그램 등을 통해 다양한 진로탐색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2학년 때는 산업체 현장체험 및 직무체험, 직업박람회 체험, 미래 비전작성, 비전설계스쿨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각자의 비전을 수립하고 자신의 미래를 설계할 수 있도록 한다. 3학년 때는 전문화되고 체계적인 취업준비교육이 이뤄진다. 교내 모의면접대회, 이력서·자기소개서 발표대회, 취업포트폴리오 발표대회, 취업 전 사전교육 이수, 산학맞춤반 운영, 기업체 현장실습 참여 등을 운영한다.

 

교육과정은 크게 3단계로 이루어져 있다. 모든 교과에서 직업기초능력과 인성교육을 가장 중요하게 지도하고 있으며, 전공교과에서는 직무능력과 관련한 기본원리 위주의 교육을 진행하고, 방과후학교와 무료로 진행되는 다양한 자격증 취득 특강과정, 전공 심화 동아리활동 등을 통해 직무관련 실무능력교육을 진행하고, 금융·증권을 비롯한 고급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도록 지원하여 2020년 2월 졸업생 자격증 취득률은 921%로 1인당 평균 9.2개의 자격증을 취득하였으며, 2021년 1월 현재 3학년 재학생의 자격증 취득률은 1001%로 1인당 평균 10개 이상의 자격증을 취득했다.

 

 

지각없는 성실한 학생들 ... 선취업 후진학도 활발

이와 함께 대전여상은 진로교육을 통해 선취업 후 평생학습을 강조하고 있으며, 개개인의 중장기적인 성장 경로 설정과 비전 수립을 중요하게 지도한다. 실제로 대전여상 졸업생 중 상당수가 취업 후 대전지역에 위치한 대학에 진학하여 일과 학업을 병행하고 있으며, 경희대·중앙대·한양대·서울시립대 등 서울권 대학으로 진학하는 졸업생도 해마다 10여 명 이상이다.

 

대전여상을 졸업하고 ‘신용보증기금’에 취업하여 직장생활을 하며 ‘재직자특별전형’을 통해 경희대학교에 다니고 있는 김수연(2014년 2월 졸업) 씨는 “학교 교육프로그램에 열심히 참여하고 학과공부에 충실했던 것이 지금의 내 모습을 있게 한 것 같아 늘 대전여상에 고마움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력과 함께 인성을 갖춘 인재양성이야말로 대전여상이 가진 가장 큰 강점이다. 실제 학교생활은 인성교육에 많은 비중을 두고 있다. 시간 엄수를 기본으로 질서교육과 예절교육이라는 인성교육 로드맵 아래 전체 교사가 인성교육에 매진하여 전국에서도 모범이 되는 인성을 자랑한다. 교정을 걷다 마주치는 학생들이 한결같이 웃으며 인사하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인 것도 몸에 밴 인성교육 결과다.

 

졸업생이건 재학생이건 대전여상의 특징을 물으면 주저 없이 3무(無)를 꼽는다. 첫째는 지각생이다. 전교생이 8시 이전에 등교하여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둘째는 교복을 짧게 줄여 입거나 화장·파마·염색하는 학생이 한 명도 없다. 셋째는 교내에서 흡연하는 학생도 없다.

 

지각생이 없고, 늘 예의 바르게 인사하는 학생들 자체가 대전여상의 큰 자랑거리이며 직업기초능력 및 직무능력 강화교육, 차별화된 맞춤식교육으로 미래지향적이며 창의적인 전문능력을 길러주고 있는 대전여상은 자타가 공인하는 취업명문 특성화고등학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조중택 대전여상 교장직무대행

취업 잘하는 비결요? …“인사가 만사죠”

 

코로나19 여파로 취업시장이 꽁꽁 얼어붙었지만, 대전여상은 여전히 호황이다. 그 어렵다는 공무원과 공기업·금융권에 대거 합격하는 등 발군의 실력을 발휘하고 있다. 조중택 교장직무대행은 열심히 공부하고 따라준 학생과 헌신과 희생으로 최선을 다해 뒷받침한 교사들에게 공을 돌렸다. 흔한 지각 한번 안 하는 학생들, 언제 어디서건 공손하고 바른 인사로 대전여성의 전통을 이어준 학생들이 너무 고맙다고 했다.

 

올해 교직 35년 차인 그는 취업 잘하는 비결을 묻자 “인사가 만사”라고 답했다. 대전여상 학생들은 정말 어디 내놔도 손색없을 정도로 인사를 잘한다는 것이다. 각종 예절교육을 통해 학생들이 바른 인사성을 갖도록 각별한 신경을 쓴 때문이다.

 

인성만 뛰어난 게 아니다. 실력도 으뜸이다. 학생들 자격증 보유현황만 봐도 한눈에 들어온다. 조교장은 학생 1인당 평균 9개 정도 자격증을 갖고 있다고 했다. 심지어 3년 동안 23개 자격증을 딴 학생도 있다고 귀띔했다. 사원모집에 깐깐한 기업들도 대전여상을 선호하는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명문이란 소문이 나자 전국에서 벤치마킹하러 온다. 학교를 둘러본 이들은 한결같이 부럽다는 말만 되풀이한다. 조 교장은 72년 이어온 전통과 명예를 지키려는 학생들의 자부심이 만든 결과라고 말했다.

 

학생들의 성공은 최고의 선생님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방학도 포기한 채 매일 밤 9시가 넘도록 학생들과 함께하는 교사들. 그들의 헌신이 없었다면 대전여상은 최고의 자리에서 내려와야 했을지 모른다. 조 교장의 바람은 오직 하나. 모든 학생이 원하는 일자리를 찾아 자신의 꿈을 피워가는 것이다. 그래서 늘 기도하는 마음으로 산다고 했다. 양질의 일자리가 더 많이 늘어났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고 말했다.

김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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