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교사는 해외로, 유학은 한국으로”… 포스트 한류 날개 단다

2021.03.05 10:30:00

김영곤 국립국제교육원장에게 듣는다

김영곤 국립국제교육원장(사진)은 교육부 관료로서는 보기 드문 국제통이다. 아시아-유럽 정상회의인 ASEM 파견근무를 시작으로 OECD 본부 근무를 거쳐 교육부에서 국제협력관을 지냈다. 부드러우면서도 흐트러짐 없는 일 처리는 오랜 시간 다져온 외교적 감각의 산물이다. 지난 2019년 5월 취임한 김 원장은 지난해 한국어능력시험의 법적근거가 되는 「고등교육법」이 국회에서 통과되고 GKS 활성화 등 고등교육 국제화에 기여한 것을 가장 의미 있는 일로 기억했다.

 

올해는 한국어능력시험에 인터넷 기반 평가체제(IBT)를 구축하고 외국인 유학생 유치를 늘리는 한편 저소득층 학생들의 영어교육을 지원하는 사회적 책임도 소홀히 하지 않을 계획이다. 코로나가 사라져 교육분야 국제교류가 예전처럼 활기를 찾아 ‘교육 한류’를 세계에 알리는 것이 가장 큰 바람이라는 김 원장. 인터뷰는 지난 2월 8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국립국제교육원 원장실에서 한 시간가량 진행됐다.

 

올해로 국립국제교육원 출범 60주년을 맞습니다. 소회가 남다를 것 같습니다.

“1962년 출범 초창기만 해도 재외국민교육이 주 업무였죠. 그러던 것이 1990년대 이후 정부가 국제교류협력에 치중하면서 글로벌인재양성 중심기관으로 탈바꿈했고, 줄곧 핵심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한국정부초청장학사업인 GKS(Global Korea Scholarship)는 작년에만 1,300명을 초청, 누적 인원이 1만 명을 넘어섰고 유학생 유치 역시 지난해 18만 명을 돌파했습니다. 특히 유학생 유치는 학생 1명당 1,576만 원의 경제적 효과가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매우 중요한 ‘교육시장’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앞으로 교육분야 국제 교류협력의 중심기관으로 더욱 발전해 나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올해 가장 역점을 두고 추진하게 되는 것은 무엇인가요.

“우선 TOPIK의 경우 AI 등 첨단기술을 적용한 인터넷 기반 시험(IBT)을 구축, 응시자의 편의를 높일 계획입니다. 현재 TOPIK은 전 세계 80개국에서 해마다 37만 명 이상이 참가할 만큼 열기가 뜨겁습니다. 조만간 5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측되고 있으며, IBT 체제가 완성되는 2023년에는 100만 명도 기대해 볼 수 있습니다. 아울러 재외동포를 대상으로 하는 유학박람회는 온·오프라인 투트랙으로 유연하게 추진하게 됩니다. 또 ODA 사업 활성화에도 주력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관으로 면모를 일신할 생각입니다.”

 

코로나로 상황이 쉽지 않은데 해외 유학생 유치는 어떻게 늘려나갈 생각인지요.

“외국인 유학생 유치는 교육수출이라는 경제적 측면과 함께 글로벌 인재 확보 차원에서 매우 중요한 사업입니다. 미국·캐나다·영국·중국·일본 등 주요 국가들이 우수한 외국인 유학생 유치에 발 벗고 나서는 것도 이 때문이고요. 우리나라는 작년에 코로나19로 잠시 주춤했지만, 외국인 유학생 규모는 18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올해는 온라인 서포터즈를 통한 비대면 홍보활동을 활성화하고 국내외 관련 기관과의 협력도 강화할 생각입니다. 이를 위해 해외 현지 대사관 및 한국교육원의 협조를 얻어 국가별 맞춤형 유학박람회를 개최하고 국내 지자체와 협력을 통해 지방대학의 우수성을 집중 홍보할 계획입니다. 아울러 우리의 강점 분야인 IT 등 기초산업분야를 집중 홍보하는 전문대 특화 박람회도 새롭게 운영합니다.”

 

 

학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는 지방대학들은 국제교육원에 기대가 클 거 같습니다.

“우리 원은 지난 2015년부터 지방대 선발트랙을 개설, 우수한 외국인 유학생들이 지방대학에 진학하도록 적극 지원하고 있습니다. 실제 유학생 이공계 배정 인원이 2018년 100명에서 2020년에는 240명으로 늘었고요. 특히 공관전형 지원자의 지방대 지원을 의무화, 지방대학 육성에 힘을 보태고 있습니다. 예컨대 국내대학 지원 시 1~3지망 중 1개 지망은 반드시 비수도권 대학을 포함하도록 한 것이 대표적입니다. 올해 학부 선발부터 적용되는 데 강원대를 비롯 36개 지방대학이 참여하고 있죠.”

 

그동안 교원들에게 큰 관심을 모았던 교원 해외파견은 규모가 줄어들었습니다. 이유가 궁금한데요.

“교원 해외파견은 수학·과학·ICT·한국어 교사들을 개발도상국에 보내 기초교육 향상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지난해 말 현재 21개국에 538명을 파견했고요. 그런데 지난해 코로나 영향과 현지 국가들 사정으로 인원 조정이 불가피해졌습니다. 지난 2018년 131명이던 것이 올해 79명으로 줄었으니 감소세를 보인 것도 사실이고요. 하지만 이 사업은 중단 없이 진행돼야 합니다. 어려운 여건이지만 2월 중 말레이시아와 키르기스스탄에 수학·과학 및 한국어교육을 담당할 교원 15명을 파견합니다.”

 

교사들이 개도국 등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세계시민의식을 기르는 것은 궁극적으로 우리교육에 도움이 되는 일인데 아쉽습니다.

“시·도교육청과 좀 더 적극적인 협력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서울과 경기도교육감을 만나 협조도 부탁했고요. 현직교원은 물론 예비교원부터 퇴직교원까지 누구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원어민중국어보조교사(CPIK) 및 원어미영어보조교사(EPIK) 사업은 예정대로 추진되는지요. 무엇보다 코로나19 예방이 신경 쓰입니다만.

“CPIK 사업은 코로나로 인해 지난해 추진되지 못했습니다만 올해는 중국 측과 협의를 거쳐 전국 10개 교육청에 96명을 배치할 계획입니다. 이들은 백신접종과 함께 입국 후 14일간 임시시설에 격리됩니다. 2월에 입국한 원어민영어보조교사 역시 임시 생활시설에 위탁하는 등 방역지침을 준수하게 됩니다. EPIK 인원은 올해 550명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원어민보조교사들의 질적인 부분도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중요한 지적입니다. 우리 원에서도 철저한 질 관리를 통해 우수한 원어민보조교사들을 배치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우선 영어보조교사는 대학에서 교육학을 이수했는지를 반드시 확인합니다. 이건 의무조항이죠. 또 TESOL과 같은 검증과정도 거치고 있습니다. 중국은 국가차원에서 선발하는데 대부분 석사학위 이상 소유자들이죠. 만에 하나 있을지도 모를 개인적 일탈에 대해서는 시·도교육청이 적극 관리하고 있으니 믿으셔도 됩니다.”

 

 

국제교육원은 사회적 가치 실현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우리 원은 책임운영기관으로서 사회·경제적 배려대상자에 대한 장학 및 교육기회 제공사업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개발도상국 기초교육향상 지원 등 국제 장학 프로그램(GKS)과 교원해외파견 사업과 같은 교육 ODA 사업을 통해 공공성 강화에 역점을 두고 있습니다. 아울러 교육격차 해소방안의 하나로 실시되는 ‘찾아가는 국제이해교육’도 제주영어교육센터 등과 연계해 전국단위 확대를 추진하고 있고요. GKS동문들의 활동 또한 활발합니다. 얼마전엔 우간다 동문회가 헌혈 활동에 참여했고 몽골 동문회는 코로나 성금을 기탁하기도 했죠.”

 

지난 2년여 원장으로 재직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요.

“개인적으로 지난해 12월 「고등교육법」개정으로 법적근거가 마련된 한국어능력시험을 들고 싶습니다. 1997년 한국어능력시험이 최초 시행된 이래 23년 만에 근거 법률이 마련된 것은 무척 의미 있는 일입니다. 또 하나, 2년여간 재임하면서 정부 책임운영기관 평가에서 S등급을 받은 것과 제45회 국가품질경영대회에서 책임운영기관 최초로 산업자원부 장관상인 ‘서비스품질우수상’을 수상한 것, 그리고 사회적 책임경영품질원 주최 ‘사회적책임 사회공헌부문 대상’ 등이 특히 기억에 남습니다. 최선을 다해 준 직원들의 노력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새 학기를 맞는 교원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면 부탁드립니다.

“코로나19로 계속되는 변화로 혼란에도 불구, 교육현장을 묵묵히 지켰던 선생님들이야말로 이 시대, 진정한 영웅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앞으로도 우리나라 교육발전을 위해 힘써 주실 것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무척 힘들고 바쁜 새 학기가 되겠지만 학교를 통해 이뤄지고 있는 한·중, 한·일 학생교류사업과 교원 해외파견사업이 좀 더 성장할 수 있도록 선생님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김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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