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학습부진, 선진국은 진단부터 우린 처방부터

2021.03.05 10:30:00

이제 다시 ‘교사의 시간’이다. 코로나19라는 예기치 못한 1년을 보냈다면 2021년은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한 상황에서 맞이한다. 코로나19 대응력이 강화되고 백신접종이 이뤄지면 학교는 조금씩 정상을 찾아갈 터이다. 교육도 본궤도 진입을 서두르게 된다.

 

지난 1년 혼돈을 거듭했던 교육을 다시 정상화시키는 것은 당면한 과제다. 뭐니 뭐니 해도 놓쳐버린 학력 즉, 학습결손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최대 관건이다.

 

벌어진 교육격차를 줄이고 학생들의 학력을 이른 시간 내 정상 궤도로 끌어 올려놓아야 하는 것, 그것은 이제 교사들 손에 달렸다.

 

이번 호에서는 코로나 위기 1년을 지나면서 교육계에 던져진 과제, ‘학습결손을 어떻게 이른 시일 내 극복할 수 있을까?’를 중심으로 구성했다.

 

학습결손의 실태와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론과 함께 현장교사의 생생한 체험담, 그리고 효과적인 교수법은 무엇인지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본다. 또 학습격차 극복을 위해 노력하는 미국 등 해외 사례를 통해 우리가 눈여겨봐야 할 시사점을 무엇인지 함께 생각해 보는 자리도 마련했다.

 

김선 충남대 교수는 학습결손 해법으로 쌍방향수업의 핵심인 효과적 피드백 방안을 제시한다. 이상민 경희대 교수는 일찌감치 코로나 학력결손 진단에 나선 미국과 영국의 대응사례를 통해 우리에게 시사점을 던져준다. 고성근 인천 단봉초교사는 현장 적용이 가능한 학습부진 해소 방안을, 이대식 경인교대 교수는 가장 효과적인 교수법은 무엇인지 탐색하는 글을 실었다.

 

지난 1년은 학교는 혼란의 소용돌이를 겪었다. 그러나 이를 극복하는 과정을 통해 우리 교육이 한 단계 더 발전하는,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가는 생산적인 1년을 기대해 본다.

 

 

2020년 코로나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으면서 우리 모두 다 힘들었다. 학생은 학생대로, 교사는 교사대로, 그리고 학부모는 학부모대로 나름의 이유와 상황으로 힘든 시기를 보냈다. 더 암울한 것은 올해도 이런 상황이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점이다.

 

사실 코로나가 터지기 시작했을 무렵만 해도 이렇게 길어질 줄 예상치 못해서 교육당국이나 학교들도 2~3주 정도의 단기 계획만 대강 세워놓고 그때그때 대응하는, 이른바 ‘땜빵식’으로 일관해왔다. 그러다보니 현장에서의 혼란을 피할 수가 없었고, 그로 인한 당연한 결과로 학업결손과 학습격차가 따라왔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나라에서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다. 그러면 해외 각국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서머 슬라이드와 미국의 코로나 대응

작년에 코로나가 처음 터지기 시작하고, 우리나라보다 몇 달 먼저 개학한 미국이 학교 문을 걸어 잠그는 것을 보면서, 우리도 3월에 개학할 수 없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다른 나라 상황을 관심 있게 찾아서 정리해 보기 시작했다. 특히 미국은 정부기관과 대학에서 순식간에 많은 정보와 가이드를 쏟아냈기 때문에 꽤 많은 정보를 찾아볼 수 있었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미국도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두 가지 사안은 코로나 확산을 방지하는 것과 학업을 유지시키는 것이다. 학업에서는 미국 역시 학업결손과 학습격차에 관심을 쏟고, 많은 보고서와 의견을 내놓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코로나로 인해 손실된 학업분량을 계산하는 모델링을 하고 있다는 기사가 특히 눈에 띄었다. 미국학교는 여름방학이 대체로 3개월 이상으로 긴 편이다. 때문에 학생들은 긴 여름방학을 지내고 가을학기에 돌아오면, 여름방학 전에 배운 부분을 일정량 소실한 채 돌아오게 된다(우리나라처럼 학원을 다니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에). 이것을 ‘서머 슬라이드(summer slide 또는 slump)’라고 부르는데, 이 서머 슬라이드에서 생기는 학업결손을 주요 과목별로 계산하는 모델이 있다는 것이다.

 

즉, 영어는 가을학기에 돌아왔을 때 어느 정도 퇴보한 상태이고 수학은 어느 정도인지를 평균적으로 계산하는 모델인데, 코로나가 길어지면서 급한 대로 이 모델을 바탕으로 COVID slide를 계산하고 있었다. 즉, 3개월 학교를 다니지 않았을 때 ‘X 정도’의 학업결손이 발생한다면 6개월이나 12개월이 되면 어떻게 될 것인지 과목별로 계산해 보는 모델로, 코로나가 장기화될 경우 발생하게 되는 학업손실을 미리 예측하고 손실을 어떻게 메울 수 있을지 장기적으로 대응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코로나 학력 퇴보 분석 돋보인 영국

이 기사를 본 것이 2020년 4월경이었고, 순간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도 누군가가 이런 계산을 하고 있을까? 장기적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있을까?’

 

그렇게 시간이 흘러 2020년이 끝날 무렵 또 엄청난 양의 통계와 정보가 쏟아져 나왔다. 각국에서는 COVID slide를 계산해서 학교별·과목별로 몇 개월 뒤로 후퇴했는지를 알려주었다.

 

예를 들어, 영국은 2개월 학교를 닫았는데 그 결과 중학교 쓰기(writing)가 22개월 퇴보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또한 미국은 작년 말에 맥킨지를 고용하여 전국 학교의 수업현황을 분석하고 리스크를 진단하는 보고서를 작성했는데, 이 보고서에 의하면 미국의 초·중·고등학교 대부분이 하이브리드 형식의 수업(교실수업과 비대면수업을 동시에 제공하는 수업형태로 학부모와 학생의 자율에 따라 교실수업과 비대면수업 중에 선택한다)이 가장 일반적이었다(학급을 1/2 또는 1/3로 나누어 따로 등교하는 방법도 간혹 시행되고 있다).

 

또한 이 보고서는 학년별 리스크 분석에서 초등학교 1·2학년과 고등학교 3학년을 가장 고위험군으로 분류하였다. 어린아이들은 비대면수업으로 인해 인지적·정서적·사회적 발달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고, 고등학교 3학년의 경우는 대학 진학을 포기하게 되는 경우가 빈번해지기 때문이다.

 

많은 교육학자가 코로나로 인해 생긴 학업결손이 평생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그러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이 손실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을까? 우선적으로 우리도 코로나로 인해 생긴 학업결손을 과학적으로 분석해봐야 한다. 어느 정도 손실이 난지 알아야 손실을 어느 기간 동안 어떻게 메울지를 알 수 있다. 당장 교육과정을 손볼 것이 아니라면 현재의 교육과정을 따라잡기 위해서 일선에서 어느 기간 동안 얼마의 노력을 투입할 것인지 알아야 하겠다.

 

 

기존 방식 답습으론 학력격차 극복 힘들어

그러나 현재의 공교육 체제로는 따라잡기 어려울 것이다. 따라잡기 위해서는 결국 예전보다 학습시간을 늘려야 한다는 것인데, 과목별로 꽉 짜인 현재의 체제로는 가능하지 않다. 코로나 이후에는 최상위권과 하위권만 남는다는 시중에 떠도는 말처럼 학습격차도 해결하기 더 어렵게 되었다. 정말로 잃어버린 1년을(2년이 될지도 모른다) 메우고자 하면 한시적으로 체제를 바꾸어 운영하는 것도 고려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체제를 바꾼다고 해서 교사들에게 그 모든 짐을 지울 수는 없다. 필요하다면 대체교사나 외부 교육기관을 더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그러자면 비용도 계산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비대면수업이 한두 학기 더 시행될 경우도 대비해야 한다. 좀 더 다변화하고 융통성 있게 운영하여 EBS뿐만 아니라 뜻이 있는 교사들도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줘야 한다. 전국에 수업 잘하는 교사들이 어디 한둘이겠는가? 그런 교사들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으로 수업동영상을 찍어서 여러 학교에서 활용할 수도 있다.

 

모든 교사가 같은 일을 똑같이 할 필요는 없다. 코로나로 인해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신경 써야 할 일들이 훨씬 더 늘었다. 학생들이 가정환경 때문에 비대면수업을 제대로 못 받을 수도 있고, 사회성 발달이 떨어질 수도 있고, 학습동기도 저하되고, 우울감이 생길 수도 있다. 역설적이게도 비대면수업이기 때문에 교사가 예전보다 오히려 학업 외적인 문제까지 더 신경 써야 하게 되었다. 이미 OECD·UNESCO·여러 선진국에서 코로나가 발생하는 동안 관리가 필요한 정서적·사회적 문제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는데, 우리나라 교육현장에서도 이러한 체계적인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

 

실제로 분석을 시작하고 대응방안을 세우기 시작하면 생각하지 못했던 수많은 변수가 나타나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닐 것이다. 학년별·과목별·지역별·가정환경별로 여러 변수가 나타날 것이다. 그러기에 더욱이 주먹구구식이 아닌 과학적인 분석을 통해 학교현장에 정확한 가이드를 제시해야 학업결손을 그나마 좀 더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우리 모두가 현장에서 나름대로 노력을 하고 있지만, 각자의 노력뿐 아니라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좀 더 거시적인 방향 제시가 필요할 때이다.

이상민 경희대 교육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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