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학점제 1년, 수업·책임·잡무만 늘었다

2021.04.05 10:30:00

 

고교학점제 성큼...학교는 첩첩산중

 

 

2025년부터 전국의 모든 고등학생이 대학생과 마찬가지로 듣고 싶은 과목을 골라 수강하게 된다. 교육계에서는 학생들의 진로를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지는 교육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했다.

 

고교학점제란 학생이 진로와 적성에 따라 과목을 선택하고 이수기준에 도달한 과목의 학점을 취득하는 제도다. 교육부는 192학점을 고등학교 졸업 기준으로 설정했다. 1학점을 얻기 위해서는 50분 수업 16회를 수강해야 한다. 고등학생들은 졸업까지 모두 2,560시간의 수업을 들어야 졸업이 가능해진다.

 

문제는 학생을 돌봐줄 교사의 숫자가 부족해질 것이라는 점이다. 2040년까지 신규 채용해야 할 교사의 규모는 수만 명에 달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고교학점제 도입 전 추계보다 매년 더 뽑아야 한다는 것이다. 교총은 교사도 없이 학생 맞춤형 진로교육을 하겠다니 ‘공염불’이라며 뜬구름 잡기식 정책발표보다 정규교원 증원과 학급당 학생수 20명 이하 감축이라는 국가적 책무부터 수행하라고 강조한다.

 

대입제도 개선 계획이 빠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2025년 성취평가제를 모든 선택과목에 확대 도입하겠다는 내신평가제도 개선 계획은 있지만, 대입제도 개선 계획이 없다고 평가했다. 대입에서 성취평가제를 어떻게 반영할지 등은 빠졌다는 것이다.

 

교육과정운영에서도 파행을 예상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고1 공통과목 내신경쟁이 치열해지고, 초6 학생부터 전 과목 내신 선행학습 열기가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고2·3학년 때에는 수능에 적용되는 선택과목에만 집중될 수 있고, 선택과목 성취평가제로 인해 내신 퍼주기를 하는 학교가 발생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고교서열화에 대한 우려도 마찬가지다. 학교별 교육여건이 다르고 대도시와 중·소도시, 농·산·어촌의 격차가 존재하는 만큼 명문고교 위주로 다른 고교서열이 만들어질 것이라는 비판이다. 특히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농·산·어촌 학교의 경우 충분한 과목이 개설되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학교 밖 전문가를 한시적으로 기간제교사로 활용한다지만, 한계가 있어 격차가 커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번 호는 교육부가 야심차게 내놓은 고교학점제 문제점을 중심으로 살펴본다. 가장 중요한 교원확보부터 교사의 역할 변화와 과목선택제에 따른 교육과정운영의 문제를 짚어본다. 또 고교학점제 성패를 가를 대학입시는 어떤 상관관계를 갖게 되는지, 대입제도가 고교학점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보고 앞서 고교학점제를 실시한 현장사례를 통해 시사점을 찾아본다.

 

 

급변하는 미래사회를 대비하기 위해 학생 한 명 한 명의 역량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대이다. 2025년부터 본격 도입될 고교학점제는 이런 시대적 요구에서 나온 제도이다. 그런 책임교육의 연장선에 고교학점제가 있다. 고교학점제는 학생 선택이라는 2015 개정 교육과정이 바탕이 되어야 가능하다. 따라서 고교학점제와 학생 선택형 교육과정은 함께 논의될 수밖에 없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현재 학생 선택형 교육과정운영과 관련한 학교 현장의 어려움, 고교학점제 도입 전에 해결해야 할 과제들을 함께 생각해 보고자 한다.

 

 

학생 선택형 교육과정 도입의 가장 긍정적인 역할은 수업이 학교 교육활동의 중심이 되었다는 점이다. 2015 개정 교육과정 도입 이후 과목의 개설과 신청, 수업시간표 구성 등 학교 교육활동 논의의 중심에 교육과정이 놓이게 되었다. 이전까지 교육과정은 정해져 있는 것이니 특별한 논의를 할 필요가 없었고, 그 연장선에 수업이 있었다. 정규 교육과정 외의 다양한 대회와 활동들이 학교역량을 드러내는 것으로 인식되었다. 학생 선택형 교육과정은 그런 학교문화를 수업 중심으로 돌려놓았다. 학교생활기록부 기록, 대학입시 등도 그에 따라 개편되고 있다.

 

그런데 아직까지 학교의 체제와 문화는 그런 변화를 잘 반영하고 있지 못하다. 많은 학교에서 학생 선택형 교육과정 도입 이후 교육과정 업무 과중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학생 선택형 교육과정에 가장 적합한 부서 체제에 대한 논의가 시급하다. 교육과정 기획과 운영, 교수·학습지원, 진로지도, 생활지도, 각 교과와 연계된 학생활동을 중심으로 부서를 재편해야 한다. 부서 재편 과정에서 담임교사와 교과교사 역할을 재정립하는 것도 같이 고려되어야 한다. 교육과정 코디, 교육과정 행정지원사, 진로지도 코디 등의 인력지원도 고려할 만하다. 단위 학교별로 논의를 거쳐 가야 할 과제지만, 교육청에서 연구학교·선도학교 운영에 이 부분을 적극 도입하여 우수사례를 발굴하고 소개해야 한다. 변화를 선도하는 학교들에 대해서는 행·재정적인 지원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선택과목 확대, 강사채용 대란 벌어질 것

학생 선택형 교육과정을 운영하면서 각 학교마다 가장 어려움을 겪는 부분 중 하나가 다양한 선택과목의 강사 부족이다. 교육청이 예산을 지원하는 것으로 해결되는 문제도 아니다. 학교마다 2월은 강사 채용 전쟁이다. 일단 특정 과목의 경우 강사 자체가 부족하다. 학교마다 교육청에서 지원되는 강사비 외에 다른 예산을 더해 강사비를 올리는 등 여러 가지 자구책을 쓰고 있다. 이런 어려움은 교육과정 편성 단계부터 학교가 강사 채용이 어려운 과목들을 제외하는 부작용을 낳는다. 또한 선택과목 중 소수 학생이 선택한 과목이 나오는 경우, 학년에 학급수를 유지하려면 같은 블록에 있는 다른 과목은 학생 수를 늘려서 개설할 수밖에 없다. 강사 채용에 어려움이 있다 보니 학교마다 학급수 안에서 과목 개설을 하려 한다. 이런 점을 감안 한다면 학급당 학생수도 더 줄어야 한다.

 

강사 채용의 문제는 강사비 지원이 아니라 근본적인 교사 정원의 문제로 풀어가야 한다. 개정 교육과정에서 기존 교사들도 보통 2~3과목의 수업을 담당하고, 이동수업에 따른 블록수업, 교과별 출결 확인, 선택과목이라는 학생들의 기대 등으로 수업 부담이 커진 상태다. 여기에 2025년 고교학점제가 도입되면 학생의 기본학력지도와 이수 여부 판단, 이후의 지도 등 교과교사의 부담은 지금보다 훨씬 늘어나게 될 것이다. 고교학점제에서는 또 무엇보다 교수학습과 평가 전문가로서 교과교사의 책임지도가 더 강조된다. 따라서 학교가 교육과정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려면 이제까지 단순히 전체 학급 수로 계산하던 교사 정원 산정방식을 운영하는 과목수로 바꿔야 한다. 또 교육과정 변화에 따른 신설 과목의 교사 채용을 서둘러야 하고, 과도기에는 학생들의 수요에 비해 인력풀이 부족한 과목에 대해 교육부·교육청 차원에서의 인력지원 방안이 필요하다.

 

끝으로 2025년부터 도입되는 고교학점제에 대한 구체적인 준비가 필요하다. 고교학점제가 2025년부터 도입된다면 해당 학생들은 내년에 중학교에 입학한다. 생각보다 준비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 고교학점제는 고등학교만의 문제가 아니다. 중학생들이 고등학교를 선택할 때부터 고교학점제는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 중학교 생활을 종합하여 마지막에 진학할 고등학교를 선택하게 된다면 당장 내년에 입학하는 중학생부터 고교학점제에 대한 충분한 안내가 필요하다.

 

또 2025년부터 고교학점제를 운영할 수 있도록 고등학교 현장도 미리 대비가 되어야 한다. 학생 선택형 교육과정의 도입 때도 교사 전체의 충분한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시작하여 혼란이 있었다. 고교학점제는 학생 선택형보다 더 새로운 제도이다. 위에서도 설명했듯이 교사에게 더 많은 전문성이 요구된다. 충분한 공감과 준비가 되어 있지 못한 상태에서 도입된다면 훨씬 더 많은 혼란을 가져올 것이다. 고교학점제를 구체화시키기 위해 학교현장 교사 대상의 의견 수렴이나 홍보 등의 과정을 충분히 거쳐야 한다. 학생·학부모에 대한 안내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고교학점제가 이수와 미이수를 판단하는 것이 목적인 제도가 아니라는 점이다. 고교학점제는 학생 한 명 한 명의 교육과정을 책임지고 지도하겠다는 취지가 그 바탕이다. 그렇다면 배움이 느린 학생들에 대한 지도방안이 체계적으로 세워져야 한다. 만약 지금과 같은 학교환경이라면 그런 부분들까지 교사들이 다 지도하기는 역부족인 면이 많다. 평소의 보충학습 지도, 미이수 이후 이수를 하기 위한 보충과목 운영 등에 대한 대비책이 학교 안팎으로 마련되어야 한다. 기존에 있는 기본학력지도나 전입 등으로 미이수한 과목에 대한 온라인 이수 프로그램 등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도 연구가 필요하다.

 

선택형 교육과정 대비, 공간 구성 서둘러야

이 외에도 학생 선택형 교육과정, 고교학점제 도입 등으로 풀어가야 할 과제들은 많다. 나이스 체계의 개선도 좀 더 필요하다. 학기 초 학생들의 선택과목을 엑셀 파일로 일괄 업로드하는 기능, 교육부 수강 신청 프로그램과 나이스 연동 등의 문제들은 추후 개선되리라 기대하고 있다. 공간 혁신도 중요한 과제이다. 이미 교육청에서 학생 선택형 교육과정에 적합한 공간 구성에 많은 지원을 하고 있다. 교원학습공동체 등을 통해 교사들의 수업활동 연구에 대한 지원도 더 활발해 질 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행정 업무의 경감, 공간의 효율성, 연구하는 교사 문화는 교육과정 운영에서 빠뜨릴 수 없는 부분이다.

 

교육과정의 변화는 이렇게 학교 전체의 변화로 이어진다. 하지만 아직도 왜 고교학점제인지, 왜 학생 선택형 교육과정인지에 대해 회의하는 시각들도 있다. 그런 시각들도 교육 논의의 장에서 필요하다. ‘학생들이 모두 살아 있는 수업’이라는 방향성을 공유하고 있다면, 서로 다른 시각의 장단점을 보완해 가면서 좀 더 나은 제도로 보완해 갈 수 있으리라 믿는다. 학생 선택형 교육과정, 고교학점제가 교육과정의 변화를 선도하고, 나아가 학교 교육활동의 혁신해 가는 데 중요한 매개 역할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

한은경 서울 불암고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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