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육신문 김예람 기자] ‘홍익인간’ 교육이념을 삭제하고 ‘민주시민’을 강조하는 내용의 ‘교육기본법 개정안’을 발의한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사회적으로 거센 비판이 일자 결국 22일 법안을 철회하고 사과했다. 이와 관련해 교총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 교원의 73.4%는 ‘홍익인간’ 교육이념 삭제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형배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교육기본법 개정안 발의를 철회한다”며 “논란을 일으켜 송구하다.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민 의원은 지난달 24일 “홍익인간, 인격도야, 자주적 생활능력, 민주시민의 자질, 인류공영의 이상 실현 등의 표현이 지나치게 추상적”이라며 이를 삭제한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1949년 제정된 교육법의 교육이념이 현행법에 그대로 적용돼 변화된 사회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것이 개정 이유였다. 민 의원은 그 대신 개정안에 “민주시민으로서 사회통합 및 민주국가의 발전에 이바지 할 수 있도록 한다”는 문구를 넣었다.
이에 대해 교총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하윤수 교총 회장은 “교육기본법은 헌법적 교육가치와 사회적 합의를 토대로 지난 73년간 우리 교육을 관통하고 있는 핵심 가치”라며 “이 같은 중차대한 교육이념과 교육가치는 일부 국회의원들의 법률 개정 차원이 아닌 ‘국가 대표성을 지닌 논의기구’를 통해 국민적 합의를 도출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사실은 교총이 19일부터 22일까지 전국 유·초·중·고 교원 87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 결과(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오차범위 ±3.32%포인트)에서도 나타났다. ‘홍익인간을 삭제하고 민주시민을 강조하는 개정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응답 교원의 73.4%가 반대한 것이다. 교원들은 ‘홍익인간은 정부수립 이래 교육이념의 근본 가치이고 현행법에서도 민주시민을 핵심 가치로 규정하고 있어 바꿀 필요성이 없다’는데 무게를 실었다. 반면 ‘오래되고 추상적 개념을 시대 변화에 맞게 공교육의 중요 가치인 민주시민으로 바꿔야 한다’는 의견은 24.6%에 그쳤다.
‘만약 교육이념 등 핵심 가치를 바꿔야 한다면 절차와 방법을 어떻게 하는 게 바람직 하느냐’는 질문에는 ‘80.4%’가 ‘각계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별도 논의기구를 통해 오랜 숙의와 합의를 거쳐야 한다’고 응답했다. ‘법률 개정은 민의를 대변하는 국회에서 충분한 논의를 거쳐 개정하는 게 타당하다’는 답변은 ‘15.6%’였다.
한편 민 의원이 교육기본법 개정과 함께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발의한 ‘학교민주시민교육촉진법안’에 대해서도 교원의 ‘69.2%’가 반대했다. ‘민주시민 양성은 교육기본법 등 관계 법령에 따라 학교 교육과정을 통해 당연히 실행되고 있기 때문에 법안은 불필요하다’는 것이다. 법안에는 교육부 장관이 교육과정에 학교민주시민교육 과목을 편성하고 학교의 장이 매년 민주시민 교육에 관한 교육계획을 수립·실시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반대 이유로는 ‘현재의 관계 법률과 교육과정 총론 등에서 민주시민 교육 충분히 강조(42.6%)’가 가장 많았으며 ‘특정 정파, 이념 논란 등 교육현장의 정치장화 우려(29.5%)’, ‘진영에 따른 민주, 시민의 개념 해석차 등 사회적 합의 부족(19.1%), 통일·경제·환경·인성교육 등 계속된 법률 제정에 따른 학교현장 부담(8.6%) 순으로 응답했다.
‘법에서 민주시민 교과를 편성·운영하도록 하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83.2%’가 ‘사회·도덕교과는 물론 기타 수업과 학교생활 전 과정을 통해 실천되고 있다’며 반대 뜻을 밝혔다. ‘실질적이고 체계적인 민주시민 책임 교육을 위해 별도의 교과목 신설이 필요하다’는 찬성 의견은 15%였다.
교총은 “최근 정치 사회적 맥락에 비춰볼 때 ‘민주’와 ‘시민의 개념에 대한 개념과 해석도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다”며 “보다 다양한 의견 수렴과 숙의를 통해 사회 통합적 맥락에서 접근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