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 특집] 미술관으로 떠나는 여행

2021.07.13 11:49:51

 

아무리 멀리 떠나도 결국 우리 땅일 수밖에 없는 방학이라면 김환기, 이중섭, 천경자 같은 이름을 마음에 새기며 보내는 것은 어떨까. 한국 근대미술 작품의 아름다움에 푹 빠질 수 있는 전국의 미술관을 소개한다.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탐구하다
서울 국립현대미술관

 

이번 여름 미술관 여행을 떠날 때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는 ‘이건희 컬렉션’이다.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소장 미술품 1488점을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한 이후 일반 대중에게 공개되는 전시가 곳곳에서 열리기 때문이다. 이건희 컬렉션에는 모네, 샤갈, 달리, 피카소, 등 세계적인 거장들의 작품도 포함돼 있지만 상당 수(1369점)가 한국 근현대미술 작가다. 김환기, 나혜석, 박수근, 이인성, 이중섭, 천경자 등의 회화, 판화, 드로잉, 공예, 조각 등 다양한 작품으로 구성돼 근현대미술사를 망라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화려한 컬렉션을 직접 만나보고 싶다면 먼저 국립현대미술관으로 향해보자.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열리는 <DNA: 한국미술 어제와 오늘>을 통해서는 4점이 공개된다. 전시는 ‘한국의 미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과도 같다. 박물관의 삼국시대 문화재와 미술관의 예술 작품을 나란히 배치함으로써 시공간을 초월한 한국적인 아름다움의 DNA를 보여준다. 이중 이건희 컬렉션에 속하는 작품은 총 4점으로 도상봉의 정물화(2점), 이중섭의 정물화 등이다.
 

더 많은 작품을 만나고 싶다면 하반기를 기다려보자.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은 8월부터 컬렉션을 주제로 한 기획전을 이어간다. 8월에는 <이건희 컬렉션 1부: 근대명품>(가제)을 열어 한국 근현대 작품 40여 점을, 12월에는 <이건희 컬렉션 2부: 해외 거장>(가제)을 통해 모네, 르누아르, 피카소의 작품을, 2022년 3월에는 <이건희 컬렉션 3부: 이중섭 특별전>에서 이중섭의 회화, 드로잉, 엽서화 104점을 선보일 예정이다.

 

 

 

한국 최초의 개방형 수장고를 찾아서

청주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


청주관은 한국 최초로 개방형 수장고를 갖춘 미술관이다. 수장고는 미술관이 소장한 작품을 보관하는 장소를 말하는데, 일반적으로 관계자만이 출입할 수 있는 이 공간을 일반 관람객이 관람할 수 있도록 설계한 것이다.  덕분에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인 백남준, 이중섭, 니키 드 생팔, 서도호 등 손꼽히는 아티스트들의 작품을 청주에서 관람할 수 있다.

 

또한 '보이는 보존처리실'에서는 유화 보존처리 과정, 유기·무기 분석 과정 등 예술품을 보존하고 복구하는 과정을 직접 볼 수 있어 흥미롭다. 현재는 전시 <드로잉 수장품전>을 통해 이중섭, 유영국, 백남준 등 내로라하는 작가들이 손으로 그려낸 드로잉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예향의 도시, 그 뿌리를 만나보자
광양 전남도립미술관

 
 전남은 예술을 즐기는 사람이 많고 예술가를 많이 배출한 고을이라 ‘예향(藝鄕)’으로 불린다. 윤두서, 허련, 허형, 허백련 등을 배출한 수묵화의 본고장이자 김환기, 천경자, 오지호 등 한국화 거장들의 고향이기도 하다. 전남도립미술관은 이러한 예술 정신을 계승하는 전남 지역의 첫 공공미술관이다. 이곳에서는 전남 출신, 또는 전남을 기반으로 활동해온 작가들의 작품을 한 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다.
 

현재 진행 중인 개관 특별전시 <산을 등지고 물을 바라보다>는 3개의 전시로 구성된다. <의재와 남농: 거장의 길> <현대와 전통, 가로지르다> <로랑 그라소: 미래가 된 역사>는 각각 과거, 현재, 미래를 표상하는 전시로, 이밖에도 미술관 앞뜰과 테라스에서 다양한 조각과 설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고향으로 돌아온 이건희 컬렉션

대구 대구미술관

 

대구는 한국 근대미술이 뿌리내리기 시작한 1920년대에 경성(서울), 평양과 함께 주요한 한 축을 담당하는 도시였다. 이인성, 이쾌대 등의 작가가 대구를 기반으로 활동해왔다. 그 터전에 자리 잡은 대구미술관은 2011년 개관 이후 근대미술 500여 점 이상의 작품 수집을 추진하는 등 한국 근대미술의 메카로 자리 잡기 위한 노력을 거듭해왔다. 미술관 수장고는 최근 이건희 컬렉션 21점을 통해 더욱 풍성해졌다.

 

한국 근대미술을 대표하는 이인성(7점), 이쾌대(1점)의 작품은 물론, 대구의 초기 서양화단을 형성했던 서동진, 서진달의 작품, 한국적 추상화의 거장 유영국, 1세대 추상 작가 문학진 등 한국미술 전반을 망라하는 라인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는 전시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 웰컴 홈-향연(饗宴)>을 통해 만나볼 수 있다. 이건희 컬렉션 기증작품 21점과 대구미술관 소장품 20여 점을 포함해 총40 여 점을 공개한다. 코로나 감염 예방을 위해 전시 관람은 사전 예약자만 입장할 수 있다. 

 

 

게임으로 탐험하는 미래, 도시, 미술관
부산 부산현대미술관

 

어떤 미술관의 작품은 전시실 안에만 있지 않다. 건축물이 하나의 작품처럼 보이는 부산현대미술관이 바로 그런 경우다. 미술관 외벽에 프랑스의 식물학자 패트릭 블랑이 175개 종을 미술관 외벽에 심어 ‘수직정원’을 꾸며놓았기 때문이다. 이는 미술관이 자리한 을숙도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방법이기도 하다. 을숙도는 현재 철새도래지로 보호되고 있으나 과거에는 쓰레기매립장이었던 곳이다. 
 

현재 진행 중인 전시 <시간여행사 타임워커>를 찾으면 게임을 통해 을숙도의 역사를 흥미롭게 알 수 있다. 전시는 방탈출 게임을 활용한 게임형 인터미디어 전으로, 미래의 가상 여행사 ‘타임워커’가 개발한 타임머신이 잘못된 시공에 불시착한 사건을 발단으로, 승객(관람객)들이 각종 과제를 수행해 나가게 된다. 촘촘하고 짜임새 있는 구성을 위해 소설가 심너울이 을숙도의 비밀을 담은 미래 시점의 시나리오 ‘Timewalker Inc. (시간방랑자)’를 집필했고, 미술가와 건축가가 이를 바탕으로 관람객의 관람 동선을 각자의 작품세계와 연결해 제작했다.

김예람 기자 yrkim@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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