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불쑥 찾아왔다. 아무도 예상 못했기에 당황스러운 손님이었다. 그런 와중에 생전 보지 못한 온라인 등교라는 것을 하게 되었다.
선생님들 마음속에 짠한 마음이 있었다. 1학년 담임 선생님들은 더 그랬을 것이다. 아이들 얼굴도 못보고, 아이들은 담임 선생님이 누군지도 모르는데 컴퓨터나 핸드폰으로 개학이라니......,
짠한 마음은 ‘그래도 아이들에게 뭔가를 해 주어야 하지 않나?’ 라는 생각을 하게 했다. 한 술 더 떠서 코로나가 함께 가지고 온 이 무거움도 날려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말이 있는데, 코로나는 즐길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코로나에 눌려 ‘블루’가 될 수는 없었다.
유튜브 실시간으로 온라인 입학과 시업식을 준비했다. 그런데 해 본 적이 없다. 해 본 적은 없는 데 본 적은 있다. 그 지인을 불러서 도와 달라고 했다. 없는 장비는 빌리고, 학교에 있는 장비는 끌어 모아 간이로 스튜디오를 꾸몄다. 그리고 ‘사내TV’라는 이름도 붙였다. 요즘 유튜브에서 너도 나도 ‘○○TV’를 만들던데, 드디어 유튜브의 바다에 뛰어들게 된 것이다.
선생님들의 짠한 마음이 모여서 아이들을 위한 공연을 하기로 했다. 막상 공연할 사람을 모아보니 교직원 중에 음악적 재능이 있는 분들이 많았다. 드럼을 치는 분도 있고, 베이스, 일렉 기타를 치는 분, 키보드 연주가 가능하신 분, 믹서를 다루 실 수 있는 분까지. 심지어는 해금 연주, 피리 연주까지 하실 수 있는 분도 계셨다.
지금은 일상화 된 방역 수칙 3가지에 대한 안내가 필요할 것 같았다. 그런데 그냥 말로 전달하기보다는 그래도 아이들에게 시각적이면서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생각했다. 그래서 ‘사내 어벤저스’를 창설했다. 영화 어벤저스는 지난 번 엔드 게임으로 마무리를 지었지만, 코로나가 함께 가지고 온 ‘블루’를 물리칠 영웅의 소환이 필요했다. 아이언 맨, 캡틴 아메리카, 헐크 코스튬을 샀는데, 가격이 싼 편은 아니었다. 코로나도 필요해서 타노스를 ‘코로나19 타노스’라고 이름 붙여, 어설픈 가면을 씌웠다.
입학식과 시업식 날 기대감과 흥분이 있었다. 잘 준비한 수업연구를 하는 것처럼 아이들에게 뭔가 줄 수 있다는 것이 좋았고, 사내초에 찾아 온 코로나 블루를 날려버릴 ‘사내 어벤저스’가 있다는 것을 소개해 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 날은 대박이었다. 유튜브로 새로 오신 선생님들 소개를 했고, 교장 선생님 인사 말씀이 있었다. 교직원들의 밴드 공연, 해금과 피리가 함께 한 노래는 긴장될 것 같은 분위기를 부드럽게 했다.
드디어 ‘사내 어벤저스’의 등장! 헐크가 ‘거리두기 파워!’를 외쳤고, 캡틴 아메리카가 ‘마스크 파워!’를 외쳤다. 아이언 맨은 ‘손씻기 파워!’로 코로나19 타노스를 물리쳤다. 아이들의 손에 코로나를 이길 3가지 무기를 들려줬을 뿐 아니라, 코로나를 이길 멘탈까지 키워주었다.
사내 어벤저스는 등교 개학을 앞두고 한 번 더 출동했다. 아이들은 한 번도 안 해 본 것들을 해야 한다. 마스크도 써야 하고, 열체크도 해야 하고, 거리두기도 해야 하고, 손소독도 해야 한다. 오기 전에 안내를 해야 할 것 같은데, 우리 학교에는 어벤저스가 있었다. 어벤저스가 등교 시 필요한 수칙들을 영상으로 찍어 사내TV를 통해 보고 오게 했다. 이렇게 어벤저스의 두 번째 출동으로 코로나 중에도 우리는 행복했다.
우리 학교는 매년 소리누리 축제라는 음악제를 한다. 작년에는 지자체의 지원을 받아 운동장 대형 무대에 아이들이 올라 설 수 있었다. 군악대가 운동장 한 바퀴를 돌면서 개막을 알릴 때가 얼마나 멋있었는지 모른다. 아이들은 큰 무대 위에서 오케스트라, 바이올린, 리코더 합주, 합창 등 마음껏 자신을 표현할 수 있었다.
올해는 학부모님들을 오시라 할 수도 없고, 우리 학교 규모에는 온라인으로 해도 거리두기 때문에 아이들을 한 번에 무대에 세울 수가 없었다. 분위기로는 예산 반납하고 올해는 건너뛰면 딱 맞을 분위기다.
그런데 사내초에는 코로나를 물리치는 어벤저스가 있지 않은가? 어벤저스가 출동한다고 코로나를 종식시킬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사내 어벤저스는 코로나가 함께 가져 온 무거움과 우울함,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생각을 유쾌하게 날려버렸었다. 코로나 한 가운데 있었지만 코로나에 눌리지는 않았다.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니 이건 포기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사람이 병균에게 질 수는 없지 않나?’
교직원들도 마음을 함께 해 주었다. 누구 하나 이런 시기에 이런 행사 한다고 하시는 분이 없었다. 입학식 때부터 어벤저스였던 사내 교육가족 전체가 한마음으로 준비를 했다.
유튜브 실시간으로 한다고 해도, 공연 자체를 실시간으로 보낼 수는 없었다. 모이는 것 자체가 거리두기가 안 되기 때문이다. 영상을 촬영하고 편집을 해서 실시간으로 송출하는 방법을 쓰기로 했다.
작년과 같이 음악 시간에 교과 예술 강사 선생님들이 오셔서 4,5학년은 바이올린, 6학년은 소프라노, 알토, 테너, 베이스 4부 리코더 합주, 5,6학년은 합창을 했다. 올해는 1,2학년은 오카리나를 하고, 3학년은 댄스를 하기로 했다. 유치원에서도 하기를 원해서 3종목이 배정되었다.
접경지인 이 마을은 신기하게도 지역 예술 동아리들이 많다. 하지만 올해는 코로나 때문에 모이지를 못해서 연습이 안 되었다는 답변들이 있었다. 그 와중에 알아보니 오카리나 앙상블이 있었고, 성악을 하시는 분이 섭외가 되었다. 이제 구색이 맞춰진 것 같았다.
문제는 연습이었다. 거리두기하고 마스크 쓰고 하는 합창......, 모여서 해 봤더니 제대로 소리가 안 난다. 전문가도 그렇게는 자신감이 떨어져서 못한다고 한다. 촬영과 녹음을 따로 하기로 했다. 치열한 연습의 과정들이 있었다. 유튜브에 mr과 목소리를 담은 영상을 올리고, 아이들은 그 음원을 들으면서 녹음을 해서 카톡과 밴드에 올려줬다. 정말 지겹게 성실한 아이들이 있었다. 하루도 안 빼고 한 아이들이 있었다. 음악시간에 연습한 것보다 더 제대로 된 연습이 녹음해서 올리는 것이었다.
리코더 연습은 설상가상이었다. 학교에서 마스크를 벗는 것에 대한 불안감이 있는 학생들이 있어서, 운동장에서도 벗을 수가 없었다. 학교에서는 운지법만 할 수 밖에 없고, 악기 종류는 4가지나 되는데 2학기 시작을 맞았다. 교육청에서 지원해 준 예산이 있어서 강사 선생님과 함께 줌으로 하는 교과보충 온라인 강좌를 열었다. 아이들이 그나마 가장 잘 모일 수 있는 저녁 8시에 줌을 개설해서 연습을 했다. 역시 녹음해서 아이들이 카톡에 올렸다. 날마다 녹음해서 올리니 자라가는 것이 보였다.
무대에 올라서면 잘하든 못하든 한 번이면 끝나지만, 촬영은 기본 소스가 필요하기에 여러 번 해야 한다. 합창은 소프라노 따로, 알토 따로 녹음을 했다. 그런데 잘하는 아이들을 뽑아서 하는 합창단이 아니다 보니, 변성기 남자 아이들의 묵직한 소리와 음정 잡는 것이 어설픈 아이들의 튀어나오는 소리가 들렸다. 그럼에도 그런 목소리까지 다 담았다. 부모에게 자기 자녀가 나오는 공연이 의미가 있듯이, 교사에게도 잘하는 유명한 합창단의 목소리가 감동이 아니라, 우리 아이들이 직접 노래한 노래가 의미가 있고 감동이 있기 때문이다.
2020년 11월 5일 목요일 10시. 잊을 수 없는 온라인 소리 누리 축제 개막을 알렸다. 역시 사내 어벤저스가 함께 했다. 공연 영상을 중간 중간에 보여주면서, 삼행시, 응모권, ‘헐크를 이겨라.’게임을 진행했다.
아이들의 반응은 대박을 넘어서 말로 할 수 없는 정도였다. 좋은 영상 업체를 만나서 정말 최고급 영상 퀄리티를 선 보였다. 그동안의 연습과 촬영과 녹음의 순간 순간들이 언제 지나갔나 싶은 보람 있는 시간이었다. 아이들은 뿌듯함과 보람을 소감에 담았다.
진정한 사내 어벤저스가 누군지를 찾게 되는 시간이었다. 그동안 아이언 맨, 캡틴 아메리카, 헐크가 사내초를 코로나로부터 지키는 어벤저스인 줄 알았더니, 그 와중에 연습하고 녹음해서 올리고, 촬영하면서 코로나 중에도 우리는 자라가고 있다고 보여준 우리 아이들이 부모님과 선생님들에게 진정한 어벤저스였다.
올 한 해 아이들이 배운 가장 큰 가르침은 ‘코로나가 뭘? 코로나가 어쨌다고?’라는 어벤저스 멘탈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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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교단수기 공모 - 은상 수상 소감
사내 교육 가족 모두의 이야기
이 수기를 쓸 수 있도록 늘 함께하셔서 지혜와 힘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리고 영광 돌려드립니다.
이 수기는 제 개인의 이야기가 아닌 교장 선생님을 비롯한 사내 교육 가족 모두의 이야기입니다.
코로나에도 굴하지 않고 아이들을 끝까지 사랑으로 지도하신 선생님들, 아이들을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수고를 아끼지 않았던 사내 교육 가족들, ‘마스크 파워’, ‘거리 두기 파워’, ‘손 씻기 파워’로 코로나를 날려준 사내 어벤져스, 그리고 코로나 중에도 배움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우리 아이들과 수상의 기쁨을 나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