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이기는 부모 vs. 져주는 부모

2021.09.02 16:35:22

‘자식 이기는 부모는 없다’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이는 자식 일이 부모 뜻대로 되지 않으며, 자식이 부모의 뜻과 반하는 결정이나 행동을 하더라도 부모가 결국 수용하게 된다는 뜻일 것이다. 가정마다 상황이 조금씩 다르지만, 카리스마 넘치는 부모가 있는가 하면, 자녀의 눈치를 살피면서 자녀에게 맞추려고 애쓰는 부모도 분명히 있다. 

 

사춘기 이후 바뀌는 부모의 태도

 

자식 앞에서 권위적이고 엄격했던 부모도 자녀의 사춘기 이후에는 조금씩 태도를 바꿔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아무리 야단쳐도 소용이 없고 오히려 아이가 더욱 반항하거나 어긋나게 행동하는 모습을 보이면, 부모는 자식에 대해 취했던 강경 노선을 조금씩 완화하게 된다. 그러다 보니, 아이 사춘기 이후 자식과의 관계에서 언제나 을이 되는 부모가 많다. 그러나 자식에게 을인 부모도 마음이 편치는 않다. 자식이 부모를 걱정시키고 속을 썩여도 부모는 자식에게 제대로 말도 못 하고 항상 져주고 받아 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 과연 자녀 교육에 도움이 될까 걱정되기 때문이다.
 

눈에 거슬리는 행동을 하는 사춘기 자녀에 대해 단호하고 강경한 입장에 서는 부모들은 자식에게 맞춰주려고 쩔쩔매는 부모들을 보고, 이러한 양육 태도가 자식을 응석받이로 기르거나 버릇을 나쁘게 만든다, 혹은 자식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저해한다고 우려한다. 그래서 엄격한 부모는 심성이 곱고 순종적이었다가 사춘기 때 돌변한 자녀를 어떻게든 예전의 모습으로 돌려놓으려고 꾸중과 훈계를 계속하지만, 갈등만 심화시키는 경우도 많다.
 

다른 시각에서 보면, 사춘기 자녀와 사이좋게 지내려고 부정적인 말은 삼가고 최대한 맞춰주는 부모는 위기의 자식에게 어느 정도의 탈출구 또는 스트레스 해소처가 되어 준 것일 수도 있다. 공부도 하기 싫은데 학교에 가야 하고 학원도 가야 하는 따분한 생활, 친구들과의 살벌한 경쟁을 벌이면서 느끼는 피로감, 교우 관계나 학업에서 받는 스트레스 등 사춘기 우리 자녀들은 각종 고민과 스트레스를 안고 산다. 이렇게 안팎에서 상처 입고 예민한 사춘기 자녀에게 우리 부모가 좀 져주고 알면서도 넘어가 주고 짜증도 받아 줘야 하지 않을까? 적어도 자녀의 사춘기 이후부터는 부모의 이러한 너그러운 수용의 태도가 과잉보호로 치부돼서는 안 된다. 가정에서 부모가 사춘기 자녀의 이런 짜증을 받아 주지 않는다면, 우리 아이들은 어디에서 이런 스트레스를 풀어야 할까? 그렇다고 밖에서 선생님이나 친구들에게 짜증을 내게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차라리 집에서 너그럽게 받아 주는 엄마와 아빠에게 짜증을 내게 하는 것이 차라리 나을 것이다.

 

너그럽게 수용하는 자세 필요

 

사춘기 자녀를 엄격하게 대하고 잘잘못을 가려서 강단 있게 훈육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공부에 싫증을 내고 부모와 교사로 대표되는 기성세대에게 불만과 회의를 느끼는 사춘기 자녀에게 사사건건 야무지게 따지면서 이겨 먹는 부모가 되는 것보다, 알면서도 속아주고 져주는 부모가 돼야 한다. 부모로서 품위는 지키되, 권위 의식은 내려놓고 자식의 짜증을 받아 주고 아낌없이 지지해 주는 부모가 되는 것이 어떨까? ‘매를 아끼면 자식의 버릇을 망칠지도 모른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서, 과도기에 있는 사춘기 자녀들을 더 적극적으로 수용해 주고 너그럽게 대해 줘야 한다. 자식을 이기는 부모는 없기 때문이다.

박원주 교육 칼럼니스트·전 포항제철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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