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육신문 한병규 기자]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사업(이하 그린스마트 사업)’ 지정을 둘러싼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서울북가좌초·안산초·역촌초 학부모들은 이달 들어 서울서부교육지원청과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잇따라 그린스마트 철회 집회를 가졌다. 이들은 학교가 그린스마트 사업에 지정된 이후 등굣길 피켓시위, 국회에서 교육시민단체들과의 연합 집회 등 철회을 지속적으로 요구하는 중이다. 이들은 “학교와 교육당국이 학부모와 제대로 된 소통 없이 그린스마트 사업을 말어붙이고 있다”고 연일 호소하고 있다.
서울역촌초 학부모들은 학교 측이 제대로 된 숙의과정 없이, 그것도 찬반투표가 아닌 여론조사 형식으로 진행한 온라인투표를 문제삼고 있다. 이 학교 학부모 A씨는 “숙의과정이라면 찬반 토론 등을 거쳐야 하는데, 학부모들이 참석하기 힘든 오후 3시 정도에 발표회 몇 번하고 어플리케이션으로 여론조사 한 것이 전부”라며 “예비 1학년 학부모 의견도 참조해야 한다. 이들은 무슨 죄인가”라고 토로했다.
준공 53년된 서울북가좌초는 지난 3월 진행된 정기 안전 점검 결과 안전 상태가 양호하다는 의미인 B등급을 받고도 그린스마트 개축 대상으로 선정됐다. 너무 오래됐다는 이유다. 학부모들은 안전등급이 양호하게 나왔는데 무조건 개축은 말도 안 된다며 반발하고 있다.
서울안산초 학부모들은 공사 기간 3년 동안 학생들에 대한 구체적인 안전대책이 없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해당 지역 소속 구의원들도 지속적으로 철회 요구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경선 서대문구의원은 구의회에서 “학부모님들이 이 사업이 어떤 사업인지, 공사 소요기간 등 정보를 전달받지 못했다는 것에 분노하고 있다”고 발언했다. 신봉규 은평구의원은 “서울역촌초 e알리미 투표는 찬반투표가 아닌 여론조사 형식이라, 이 결과에 대한 법적 구속력을 행사하기는 매우 희박하다고 보여진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은 그린스마트 사업 공모를 위해 학교와 학부모 간 2개월 정도의 ‘숙의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했지만 현실에서 잘 지켜지지 않는다는 게 증명된 셈이다.
시교육청은 21일 ‘그린스마트 사업’의 대상으로 선정됐다가 철회한 19개교를 대상으로 해당 사업에 참가할 학교를 다시 공모한다면서 이 같이 밝힌 바 있다.
실제 시교육청이 배포한 자료에 “공모에 참여하려면 학교내 약 2개월간 숙의과정을 통해 전체 학부모 과반 이상 참여해 참여자의 과반 이상이 찬성이 있어야 한다. 그런 다음 학교운영위원회 심의를 거쳐 내년 1월 14일까지 신청서를 제출하면 된다”고 기술됐다.
그린스마트 사업은 40년 이상 된 학교 건물을 개축하거나 리모델링해 첨단 정보통신기술(ICT) 기반 지능형 교실을 설치하는 사업이다. 당초 시교육청은 2025년까지 총 231개교를 개축·리모델링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올해부터 35개교 개축 공사에 들어갈 예정이었으나 개축 대상 선정 학교 학부모들이 거세게 반발하자 ‘사업 철회를 희망한다면 보류할 수 있다’고 입장을 바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