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하는 학교장의 최고 덕목은

2022.03.05 21:10:41

필자는 경자년(1960) 3월생이다. 집 나이로는 이미 환갑을 지나서 원래는 올해 상반기 정년이지만 선친의 시대적인 예지력(?)으로 학교장으로 봉직할 1년의 시간을 벌었다. 그야말로 기사회생하여 학교장의 기회를 예약한 것이다.

 

한참이나 늦은 나이에 교감의 지위에 올랐기에 앞으로 주어질 학교장의 역할에 기대를 거는 마음은 각별하다. 따라서 즐거운 배움을 이끄는 행복한 학교를 만들기 위해서 학교의 최고 경영자(CEO)로서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할지 숙고하는 시간을 갖곤 한다. 특히나 새 학기를 맞이한 요즘은 익숙한 지인들이 학교장으로 신규 임용되거나 중임되면서 역지사지하는 마음으로 스스로 돌아보는 성찰의 시간을 통해서 말이다. 그동안 교직에서 경험한 숱한 상황을 되돌아보고, 또 5년간의 교감의 직위를 수행하면서 얻은 실무 경험 그리고 주변의 선배 교장들로부터 간접적인 타산지석의 교훈을 통해 예비 학교장으로서 일이관지(一以貫之)할 가치관을 얻었으니 그것은 바로 ‘겸손(謙遜)’이다.

 

겸손이란 무엇인가? ‘남을 존중하고 자신을 낮추는 태도’가 아닌가. 이는 일찍이 필자가 고전독서를 통해 평소에 가슴에 품고 실천궁행하려던 행동 지침으로 <노자>의 도덕경에서 전하는 ‘상선약수(上善若水)’와 같은 가치라 생각한다. 문자 그대로 물(水)은 가장 낮은 곳을 향해 흐르면서 세상에 이로움을 가져다주는 최상의 선(上善)과 같은(若)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미국의 명문 사학 스텐포드 대학에서 16년 동안 총장을 역임한 존 헤네시(John Henessy, 1953~)는 저서 'Leading Matters'에서 리더가 갖추어야 할 10가지 덕목을 제시했다. 그중에서 첫째로 꼽은 것이 바로 겸손(humility)이었다. 그는 “지도자는 고개를 숙일 때마다 성장한다”는 것이 제1의 조언이었다. 18세기 프랑스의 정치사상가인 장 자크 루소(Jean-Jacques Rousseau, 1712~1778)는 “이끄는 법을 배우려면 먼저 따르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말하며 팔로워십(Followership)의 중요성을 역설하였다. 팔로워십이 무엇인가? 바로 겸손의 덕으로 오늘날 리더십 중의 하나로 회자되는 ‘섬김의 리더십’이 아닌가.

 

필자는 초보 교감 시절에도 겸손의 중요성에 대해 깊은 깨달음을 얻었다. 소속 학교장은 일찍이 교단에서 학생들과의 15년의 수업을 마감하고 교육 전문직에 입문하여 오늘에 이른 베테랑 교육전문가였다. 하지만 ROTC 출신의 강직한 무관 기질 탓인지 강압적인 언행이 자주 있었다. 본인 또한 학생들과의 수업 시간에 자신의 강골 기질을 자랑삼아 각종 무용담을 자주 말하곤 했다. 그럴 때마다 필자는 속으로 교육자는 학생에게는 참고 기다리며 모르는 것을 친절하게 가르쳐주는 기본자세를 견지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고 약간의 비판의식을 품곤 했다.

 

또한 학교의 최고의 어른이자 가장 오랜 경험의 소유자로서 많은 것을 알면서도 기다리지 못하고 자신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고 판단하면 학생, 교사, 보직교사, 심지어 교감에게도 화를 내고 언성을 높이는 데에 반발 심리가 작동했다. 누구나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을 망각하기 쉽다. 학교장은 교실에서 학생을 교육하는 자세처럼 쉽게 화를 내기보다는 기다려주고 친절하게 설명하며 자상한 행동을 모범적으로 실천하는 ‘인(仁)’한 군자여야 한다. 이는 교육자의 기본행위이며 관리자로서는 성공하는 교육공동체를 만드는 최고의 덕목이다.

 

요즘 학교는 지역에 따라서는 20~30대의 MZ세대 교사들이 50~80%의 높은 비율을 구성한다. 그런데 2030 세대가 가장 싫어하는 것이 ‘잘난 체하는 꼰대’다. 꼰대라 불리는 대상은 사사건건 간섭하고 가르치려 하며 “나 때는 말이야~”를 외치는 어설픈 리더십의 전형(典型)이다. MZ세대 교사들을 춤추게 하는 학교장의 리더십은 같은 눈높이에서 바라보고 생각을 공유하며 존중하는 태도를 갖추어야 한다. 여기엔 조급함을 버리고 아직 익지 않은 땡감이 홍시가 될 때까지 기다리는 인내와 겸손의 덕이 함께 해야 한다. 일찍이 공자는 ‘식량, 무기, 신뢰’ 중에서 국가에 가장 중요한 것으로 “신뢰가 없으면 국가가 존재할 수 없다(無信不立)”고 했다. 이는 학교도 마찬가지라 믿는다.

 

강압적인 것은 무능한 것보다 더 위험하다. 요즘은 여기저기서 마음이 아프다고 외치는 교사들이 많다. 학교장은 그들의 내면 아이(Inner child)를 잘 살펴 역지사지하는 마음이 필요하다. 그러려면 보다 겸손한 교장이 되어야 한다. 이는 예비 교장으로서 필자에게 다짐하는 성찰의 메시지이기도 하다.

전재학 인천 세원고 교감 hak031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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