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육신문 김예람 기자] 학생들이 피스트(piste) 위에서 훈련에 한창인 전북제일고 펜싱장. 10일 펜싱 사브르(sabre) 종목에서 꿈나무로 주목받고 있는 신찬양 군과 박인 군(3학년)을 만났다. 최근 나란히 국가대표 상비군으로 선발된 이들은 둘도 없는 친구이자 서로에게 자극이 돼 주는 라이벌이기도 하다.
사브르는 몸통과 전신이 공격 유효면인 플뢰레, 에페와는 달리 팔과 머리를 포함한 상체 전부가 공격의 대상이 된다. 상대를 찌르는 것뿐만 아니라 베는 것도 가능해 다른 종목보다 진행 속도가 빠르고 공격적인 것이 특징이다. 이들은 “보통 10분 정도 걸리는 경기 시간이 눈 깜짝할 사이 순식간에 지나버릴 정도로 짧게 느껴진다”며 “칼이 살짝만 닿아도 불이 들어오고 공격권과 수비권이 있어서 더욱 박진감 넘치는 경기가 펼쳐지는 게 사브르 종목의 매력”이라고 설명했다.
박 군과 신 군은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전북 이리중에서 펜싱을 시작했다. 같은 학교에서 매일 같이 훈련하고 대회도 함께 출전하는 만큼 이들은 서로에게 속 깊은 이야기를 털어놓을 수 있는 가장 좋은 친구이자 서로에게 좋은 연습 파트너가 돼 주고 있다. 신 군은 “장난치고 놀다가도 연습게임을 뛸 때는 어느 때보다 진지하게 한다”며 “둘 다 승부욕이 강한데 저희끼리만큼은 이기고 지는 게 상관없을 만큼 자주 연습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두 친구가 똘똘 뭉쳐 열심히 노력하는 만큼 기량도 눈에 띄게 발전하고 있다. 두 선수는 최근 2개 대회 연속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땄고 박인 군은 두 대회 연속 개인전 1위에 오르며 한국체육대학교 입학을 확정 지었다. 신찬양 군은 아직까지 개인전 금메달을 얻지는 못했지만 단체전에서는 항상 마지막 주자로 나설 정도로 출중한 기량을 자랑하고 있는 만큼 올해 남은 대회에서의 활약이 기대된다고.
이종록 코치(전북펜싱협회 전무이사)는 “이 학교에서 10년째 코치 생활을 하고 있는데 이렇게 단체전에서 연달아 우승한 것은 처음”이라며 “지금까지 만난 학생 중 가장 좋은 멤버”라고 자랑했다. 그는 “아이들이 서로를 너무 잘 아는 만큼 때로는 성질을 내기도 하고 때로는 독려하면서 경쟁자이자 친구로서 발전하는 것이 보인다”며 “앞으로 국가대표가 돼 국제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내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금의 활약이 있기까지 두 선수를 뒷받침한 건 다양한 경험에서 쌓은 강인한 정신력이었다. 신 군은 기억에 남는 경험으로 중2 때 시합을 떠올렸다. 그는 “3학년 형과 맞붙어 8대 2로 지다가 결국 교체돼 바닥에 주저앉아 울고 있었는데 코치님이 다가와 ‘할 수 있으니 서두르지 말자’고 해 주셨다”며 “그 말에 마음을 가다듬고 일어나 다시 뛰었고 결국 잃었던 점수의 배를 득점해 15대 14로 승리했다”고 말했다.
힘든 순간도 묵묵히 견뎌냈다. 발목이 꺾이거나 칼에 맞아 손이나 다리에 멍이 드는 일은 수도 없이 많았지만, 보호대를 차고 쉬지 않고 연습에 임했다. 박 군은 중학교 때까지 이렇다 할 성적이 나오지 않아 펜싱을 그만둬야 하나 고민했었고, 신 군 또한 올해 초 허리 부상으로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얻지 못한 적도 있었다. 두 선수는 “슬럼프가 올 때도 있었지만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던 건 옆에 있는 친구와 코치님 등 주변의 좋은 사람들 덕분이었다”며 “서로에게 서로가 없었으면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 것 같다”고 밝혔다.
그러나 세 명의 동생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는 박 군과 남동생도 펜싱 선수를 꿈꾸고 있는 신군 모두 넉넉지 않은 가정형편으로 펜싱 신발과 칼, 마스크와 운동복 등 잦은 교체가 필요한 각종 장비와 대회 참가비 등은 부담으로 다가왔다. 다행히 두 선수는 나란히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인재양성사업 아이리더에 선발돼 장학금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덜고 운동에 매진할 수 있게 됐다.
이들은 올해 전국체전 등 남은 대회에서 모두 단체전 우승을 목표로 훈련에 매진하고 있다. 박 군은 “개인전보다 다 같이 이뤄낸 단체전에서 따낸 금메달의 기쁨이 훨씬 큰 것 같다”며 “7월에는 국가대표 상비군 훈련 등에 열심히 참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두 선수의 장기적인 꿈은 둘이 함께 국가대표가 돼 태극마크를 달고 세계 무대의 가장 높은 곳에 서서 애국가를 울려 퍼지게 하는 것이다. 이들은 “국가대표로서 올림픽 등 큰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이후에는 지도자로서 저희처럼 어려운 환경에서 펜싱을 하는 학생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며 “초록우산어린이재단 홍보대사인 박상영 선수처럼 저희도 같은 길을 걷는 것이 꿈”이라고 입을 모아 말했다.
※한국교육신문이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의 인재양성사업 ‘아이리더’의 지원을 받는 아동들을 소개합니다. 지금까지 학업·예체능 등 다양한 분야에 잠재력 있는 저소득층 아동 556명에게 약 123억 원이 지원됐습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후원과 응원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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