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문화] 죽음을 둘러싼 세 가지 동상이몽

2022.12.05 13:51:59

 현실에서는 절대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지만, 무대 위에서는 종종 끔찍한 범죄가 일어나곤 한다. 그러나 관객이 주목해야 하는 것은 범죄 그 자체보다 사건에 연루된 사람들이 건네는 메시지여야 할 것이다. 살인 사건이 소재로 등장하는 다음 세 작품은 각각 어떤 이야기를 건네고 있을까. 

 

죽이는 마음

 

 

뮤지컬 <종의 기원>은 일반 사람들은 도통 이해할 수 없는 살인자의 마음 속으로 들어간다. 작품은 작가 정유정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작가는 <7년의 밤> <28> 에서 범죄스릴러 장르를 통해 인간 심리를 파헤쳤던 바 있다. 앞선 작품과 함께 ‘악의 3부작’으로 묶이는 <종의 기원>은 유일한 1인칭 시점의 살인 이야기다. 소위 ‘사이코패스’로 불리는 인간 유형을 통해 작가는 인간 본성의 어둠을 포착하고 거침없이 묘사해 나간다. 뮤지컬로 재탄생한 작품 역시 ‘한유진’이라는 인물이 주인공으로 극을 이끌어나간다. 
 

수영 유망주로 활약 중인 그는 가족 여행에서 사고로 아버지와 형을 잃은 후 정신과에서 처방받은 약을 복용하고 있다. 어느 날 경기 중 발작을 일으키게 되고, 자신을 한없이 무기력하게 만드는 약을 끊는다. 그러던 어느 날 새벽, 집에서 피범벅이 된 채 끔찍하게 살해된 어머니의 시신을 발견하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극은 잔인한 범죄를 저지른 사이코패스의 심리를 집요하게 파고든다. 그런데 정말로 사이코패스의 속내를 제대로 읽어내는 일이 가능할까? 그 작동 원리를 읽는 것은 우리에게 어떤 교훈을 남겨줄까? 공연을 통해 확인해 볼 일이다. 
 

사이코패스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포식자인 ‘프레데터’ 한유진 역은 박규원·유승현·기세중·니엘·백동현·박상혁 6명의 배우가 연기한다.

 

12월 18일~2023년 3월 5일 | 대학로 드림아트센터 1관 | 1577-3363

 

죽일 수밖에 없는 마음

 

 

뮤지컬 <스위니토드>는 피가 튀는 복수극을 펼칠 수밖에 없었던 한 남자의 불행한 여정을 따라간다. 배경은 19세기 영국. 벤자민 바커는 사랑하는 아내와 딸과 함께 살아가는 건실한 이발사다. 그러나 막강한 권력을 지닌 터핀 판사가 그의 아내에게 어두운 욕망을 품으면서 한 가정은 되돌릴 수 없는 나락으로 떨어진다. 가족을 잃은 벤자민 바커는 입장하는 손님은 있지만 나가는 손님은 없는 기묘한 이발소를 차려 세상을 향한 잔혹한 복수에 나선다.
 

<스위니토드>는 지난해 작고한 브로드웨이의 거장 스티븐 손드하임의 작품이다. ‘브로드웨이 사상 가장 혁신적인 작곡가’로 꼽히는 그는 철저히 계산된 불협화음으로 관객들을 그로테스크하고 기괴한 분위기로 몰아넣는다. 그의 작품을 19편 연출해 ‘손드하임 전문가’로 불리는 연출가 에릭 셰퍼, 작품마다 독창적인 무대로 주목받는 폴 드푸 무대 디자이너의 협업으로 그로테스크한 매력을 더욱 배가시킨다. 
 

아내와 딸을 빼앗기고 억울한 옥살이 끝에 15년 만에 돌아온 비운의 이발사 ‘스위니토드’ 역에는 강필석, 신성록, 이규형이 무대에 올라 기대를 더한다.

 

12월 1일~2023년 3월 5일 | 샤롯데씨어터 | 02-6467-2200

 

죽음을 숨기는 마음

 

 

뮤지컬 <용의자 X의 헌신>에서는 한 사람의 죽음을 둘러싼 첨예한 두뇌 싸움이 펼쳐진다. <백야행>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등 한국 관객에게도 친숙한 일본 추리 소설계의 거목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을 뮤지컬로 탄생시킨 작품. 한국과 일본, 중국에서 영화화될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은 소설이기도 하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천재적인 두뇌를 가진 고등학교 수학교사 이시가미. 그는 옆집에 사는 도시락 가게 점원 야스코를 마음에 품고 있다. 어느 날 야스코가 집에 불쑥 찾아온 불청객을 살인하게 되자, 이시가미는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 천재적인 두뇌를 활용해 촘촘한 알리바이를 만들어 낸다. 그러나 형사를 통해 사건을 접한 천재 물리학자 유카와가 등장하고 만다. 이시가미와 대학 동기인 유카와는 그가 사건에 깊게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을 눈치채고 그가 만든 복잡한 공식을 하나씩 풀어나간다. 
 

최재웅·김종구·조성윤(이시가미), 이지훈·박민성·오종혁(유카와) 등 대학로의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총출동한다.

 

11월 26일~ 2023년 1월 29일 | 한전아트센터 | 02-3672-3371

김은아 공연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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