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문화] 극장 안에서, 또 밖에서 공연을 두 배로 즐기는 법

2023.01.16 09:30:04

무대 위에서 단 한 번만 펼쳐지는 공연, 뮤지컬. 라이브의 여운을 이어가는 방법이 있다. 바로 극장가로 향하거나 넷플릭스를 켜는 것. 극장 안팎에서 즐길 수 있는 뮤지컬 두 편을 소개한다.

 

 

뮤지컬 <영웅> 

 

1909년 10월, 하얼빈역에 한 발의 총성이 울려퍼진다.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하기 위해 안중근 의사가 쏘아올린 총탄이다. 뮤지컬 <영웅>은 의사가 거사를 준비하던 때부터 일본 법정의 사형 판결을 받고 숨을 거두기까지의 1년을 그려낸다. 러시아 연해주의 자작나무 숲에서 독립군 동지들과 단지(斷指) 동맹으로 결의를 다지고, 법정에서 그를 살인범으로 몰아가는 일본 재판부에 맞서 진짜 죄인은 누구인지 일갈하는 등의 장면은 장중한 음악이 더해져 더욱 드라마틱하게 살아난다. 

 

뮤지컬 안중근 의거 100주년을 기념해 제작되어 2009년 처음 관객을 만났다. 영웅적인 면모와 운명 앞에서 고뇌하는 인간적인 모습까지, 인간 안중근의 모습을 깊이 있게 담아낸 덕분에 초연부터 뜨거운 찬사를 받으며 여덟 시즌의 공연을 이어왔다. 

 

13년간 한국 창작뮤지컬 역사에도 굵직한 족적을 남겼다. 초연 당시에는 한국뮤지컬대상을 비롯한 뮤지컬 시상식 총 18개 부문의 상을 휩쓸며 창작뮤지컬 사상 최다 수상이라는 기록을 썼다. 또 미국 브로드웨이와 중국 하얼빈 공연을 통해 한국 공연의 저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작품은 시즌을 거듭하는 동안 수정과 보완을 거치며 완성도를 높여왔다. 특히 공연 10주년을 맞은 지난 2019년 공연에서는 새로운 넘버를 추가해 설득력을 높이고, 조역 캐릭터를 강화해 관객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공연에서 가장 기대감을 모으는 부분은 역시 안중근 역의 캐스팅이다. 2009년 초연부터 2019년 10주년 기념공연까지 총 일곱 번의 시즌에 참여하며 ‘안중근 그 자체’라는 극찬을 받은 배우 정성화가 이번에도 무대에 오른다. 작품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가지고 있는 만큼 이번 시즌에서도 깊이 있는 해석으로 감동을 전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2010년부터 꾸준히 안중근 역을 맡은 배우 양준모 역시 이번 공연에 함께한다. 그는 특유의 섬세한 캐릭터 해석과 뛰어난 가창력으로 <영웅>을 이야기 할 때 빠지지 않는 배우다. TV, 무대를 넘나들며 활약하고 있는 배우 민우혁은 이번 공연을 통해 처음 ‘안중근’ 역에 도전한다.

 

2022년 12월 21일~2023년 2월 28일
LG아트센터 서울 LG SIGNATURE 홀

 

뮤지컬 in 시네마 

윤제균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 <영웅>은 뮤지컬을 스크린으로 옮긴 작품. 안중근 의사의 마지막 1년을 좇는 여정과 음악은 뮤지컬과 같으나 등장인물의 설정 등에 변화를 주었다. <영웅>의 대표 배우로 꼽히는 정성화가 영화에서도 안중근 역을 맡았다. 이밖에도 안중근의 어머니 조마리아 역에 나문희, 독립군의 정보원 설희 역에 김고은 등 화려한 캐스팅을 자랑한다. 개봉 18일 만에 200만 관객을 돌파하며 관객들에게도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다.

 

 

뮤지컬 <마틸다>

 

뮤지컬 <마틸다>의 주인공 마틸다는 책 읽기를 좋아하고 남다른 상상력을 가진 소녀다. 자신을 학대하는 부모에도 굴하지 않고 꿋꿋하게 살아가던 마틸다는 학교에서 그를 이해하고 따뜻하게 대해주는 허니 선생님과 새로운 친구들을 만난다. 그러나 그들 앞에 엄격한 규율로 학생들을 억압하는 교장 선생님이 등장한다. 어린이는 물론이고 허니 선생님마저 두려움에 떨지만, 마틸다는 용기를 발휘해 기발한 방법으로 못된 어른들에게 잊지 못할 교훈을 새겨준다. 

 

작품은 ‘20세기 가장 위대한 아동문학가’라는 별칭을 가진 작가 로알드 달의 소설을 뮤지컬화 한 작품이다. 영국의 대표적인 극단 로열 셰익스피어 컴퍼니(RSC)와 연출가 매튜 와처스, 안무가 피터 달링, 작곡가 팀 민친 등 웨스트엔드에서 내로라하는 창작진이 의기투합했다. 그 결과 2011년 초연과 동시에 영국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올리비에상에서 베스트 뮤지컬상을 포함한 7개 부문을 수상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번 공연에서 가장 공을 들인 부분은 마틸다와 그의 학교 친구들을 찾아내는 것. 특히 마틸다 역은 A4 1페이지가 넘는 긴 독백을 소화하면서도 또렷한 발성과 빼어난 음감을 갖춰야 한다. 창작진은 3차에 걸친 까다로운 오디션을 통해 900여 명의 아역 지원자 중 20명의 아역배우를 찾아냈다. 임하윤, 진연우, 최은영, 하신비 등 네 명의 소녀가 몸집은 작지만, 누구보다 용감한 마틸다를 연기한다.

 

2022년 10월 10일 ~ 2023년 2월 26일 
대성 디큐브아트센터 

 

뮤지컬 in OTT
대니 드비토가 메가폰을 잡은 영화 <마틸다>는 넷플릭스에서 감상할 수 있다. 작품을 즐기는 또 하나의 방법이 있다면 더빙 버전으로 감상하는 것이다. 2018년 한국 공연에서 마틸다 역을 훌륭하게 소화한 배우 설가은이 더빙에 참여해 생생한 연기를 선보인다.뮤지

김은아 공연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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