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벌이를 하면서 일선 학교에 근무하는 A 교사는 자녀를 돌보는 시간이 부족한 듯해 돌봄휴직을 하기로 했다. 최근 개정된 교육공무원법이 개정돼 부모, 조부모, 자녀나 손녀를 돌보기 위해서 휴직할 수 있는 근거가 생겼기 때문이다.
기존에 가족의 병간호를 위해 신청할 수 있었던 가사휴직에서 부양이나 돌봄의 이유가 추가되면서 명칭까지 변경된 제도다. 서류도 신청서에 돌봄과 휴직이 필요한 사유, 돌봄 계획 등을 기재하고, 가족관계증명서나 주민등록등본, 기타 돌봄이 필요한 사유를 증빙할 수 있는 자료만 제출하면 돼 기존에 진단서가 필요했던 가사휴직에 비해 간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서류를 알아보기 위해 지역교육청에 문의했다가 분통이 터지고 말았다. 교육청에서는 돌봄과 업무를 병행할 수 없는 객관적인 서류를 제출하라고 하는데 정확히 어떤 서류인지는 말해주지 않는데다 맞벌이 재직증명서는 안 된다고 퇴짜를 놓았기 때문이다. 담당자의 설명은 장애가 있던지, 아프다던지 그런 이유가 필요하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기존의 가사휴직과 차이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이 같은 논란이 빚어진 것은 일과 가정의 양립과 교육공무원의 다양한 휴직 보장이라는 법 개정 목적에도 불구하고 실무적 운용을 위한 지침이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가족돌봄휴직이 가사휴직의 확대 개념으로 해석되다 보니 실무적으로 가사휴직에서 요구하던 진단서와 같은 이른바 객관적 증빙을 요구하는 관행이 남아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실무 경험자들의 설명이다.
서울의 한 지역교육청에서 인사업무를 담당했던 한 교장은 "아무래도 담당자 입장에서는 규정이나 규칙, 방침이 모호한 상황에서는 보수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다"며 "실무적인 혼선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조치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법이 보장하고 있는 취지나 시대적 흐름에 부합하는 제도 활성화를 위해서는 요구하는 서류를 좀 더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윤문영 교총 교권강화국 부장은 "일과 가정의 양립은 국가적으로도 필요한 사회적 트렌드라는 점에서 법개정 취지에 맞게 실무적으로도 좀 더 유연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자녀나 부모 돌봄을 위해 신청하는 교원이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명확한 지침과 후속 제도 보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