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학교에서는 학생들의 노작(勞作) 활동이 사라져 가고 있다. 단적인 사례로 학생들의 청소 시간이 없어진다. 이는 우리 교육의 체계상 공부하기도 힘든 아이들에게 무슨 신체적 에너지를 허투루 낭비하는가에 대한 학부모의 열렬한 비난과 학생 인권 강화 측면에서 시작된 결과라 볼 수 있다. 그로 인해 실습 체험이 이론으로 대체되고 교무실은 교사들이 청소하거나 청소 용역을 두어 관리를 한다.
이는 학생과 학부모 입장에서는 당연한 것으로 여길 수 있다. 따라서 전례적으로 학생들에게 노작 활동의 의미를 부여하거나 봉사 시간을 부여하는 부차적인 활동도 점차 폐지되어 가는 추세다. 이는 불합리한 관행에 대해 교사들의 교육적 성찰을 요구하고 나아가 학생 지도의 금기사항으로까지 지적되고 있다. 그 결과 요즘은 교무실에서 학생들을 만나기 힘든 상황이다. 그렇다면 학생의 노작(勞作) 활동이 사라진 학교는 과연 그에 합당한 교육적 성과를 얻는가?
세계적인 교육학자이자 러시아의 교육사상가인 바실리 수호믈린스키는 <선생님에게 드리는 100가지 제안>에서 “나는 오랫동안 교육을 하면서 노동이 지적 교육에서 아주 중요하게 작용하는 것을 확인했다. 아이들의 지혜는 그의 손가락 끝에 있다. 이 교육학적 신념은 관찰에서 나왔다. 손재주가 좋고 노동을 즐기는 아이에게는 예민하고 탐구심이 강한 지혜가 만들어졌다. 이런 노동은 사고력과 고도의 기술과 숙련이 필요하다. 해마다 쌓이는 사례들은 이것과 직접 관련이 있다는 것을 실증했다. 이런 노동이 손에 익고 숙련될수록 아이, 소년, 청년들은 더욱 총명해지며, 사실, 현상, 인과관계와 합법칙성을 꼼꼼히 생각하고 분석하는 능력이 더욱 뚜렷해졌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학교 현장에서 학생의 노동은 청소와 실습만으로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그 밖의 다양한 활동으로 지혜를 발전시키고 사리에 맞게 생각하게 하고 직접 관찰할 수 있는 개별적인 사실과 현상들 사이에 존재하는 인과성에 깊이 관련을 맺고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계기를 제공하는 일체의 교육활동이라 할 수 있다. 만약 어떤 학생이 공부하다가 어려움에 부딪혔다면 이 어려움을 유발하는 가장 큰 원인은 사물 사이의 관계를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를 가장 쉽게 알아낼 수 있는 경우는 그것들이 직관적 형태 즉, 노작 활동을 하면서 나타날 때이다.
이러한 노작 활동은 다양한 교육활동과 연계하여 이루어지게 마련이다. 여러 가지 설비와 기구의 모형을 설계하고 장치하는 활동, 에너지와 운동을 전달하고 변형시키는 방법을 익히는 활동, 교육 자료를 가공하는 방법을 선택하고 가공용 도구와 기계, 기술적인 가공을 실행하는 활동, 식물과 동물의 생명 활동에서 정상적인 발전에 없어서는 안 되는 환경을 만들며 관리하는 활동 등등으로 폭넓게 분류할 수 있다.
어느 학교든 일과 후에 텃밭 가꾸기에 참여한 학생들의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었다. ‘뿌린 만큼 거둔다’ ‘농작물은 농부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자란다’는 말을 직접 행동으로 체험하는 학생들은 노동의 시간을 통해 소중한 삶의 교훈을 얻고 성실함과 부지런함이 농부의 생명이며 이는 곧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의 속성이란 것을 깨닫게 된다.
노작 활동의 교육적 특성은 크다. 그것은 학생들이 사고력을 발달시키는 것에 있다. 변화한 상황에서 오랫동안 벌어지는 과정을 통제하도록 하는 동시에, 이 조건에 자각적으로 영향을 끼치며 더욱 진일보하게 만들고 있다. 노동은 전통적으로 인류의 지혜를 가장 잘 생성시키는 활동 가운데 하나라 할 것이다. 우리 교육에서 학습의 어려움을 느끼는 학생들을 모둠에 참여시키고 그들이 지식을 습득하는 과정에서 극복할 수 없을 듯한 장애의 순간에 부딪혀도 결국 노동의 체험은 그들을 성숙하게 생각하도록 훈련 시키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일하지 않으면 먹지도 말라’는 유럽의 수도원의 문화처럼 이제 우리 교육도 학생들의 신체적 노작 활동을 회피하게 하거나 무조건 금기로 삼는 것은 재고할 필요가 있다. 이는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단견에 지나지 않는다. 즉, 득(得)보다 실(失)이 크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서두에서 언급한 청소 활동도 마찬가지다. 또한 교사와 학생 간의 텃밭 가꾸기도 생산 활동 못지않게 그 나름의 교육적 기대 효과가 분명히 존재한다. 이를 통해 학교 현장에서 학생들의 노작 활동을 보는 시야를 건설적이고 긍정적으로 넓혀 나가야 한다. 교사와 학생 간의 관계가 소원해진 요즘은 특히 교사들이 학생들과 직접 참여하는 사제동행에서 그 해법을 찾아야 한다. 바람직한 교육활동의 구현은 학생과 교사가 공유할 수 있는 노작 활동에 대한 의식의 전환에서 시작함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