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초등교사가 겪은 교권침해 경향을 보면, 학부모의 악성 민원과 정당한 생활지도 불응·반항 등이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 이처럼 교사들은 학부모의 악성 민원, 무력화된 생활지도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교육현장에서는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교사의 교육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대두되고 있다.
그렇다면 해외에서는 생활지도와 학부모와의 소통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구체적인 사례를 중심으로 살펴보도록 하겠다. 우리 교육현실에 적합한 사례는 교육현장에 접목해 적용하거나 이로부터 교육현실 개선을 위한 시사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교사에 신체적 위협 땐 학생 형사처벌
우선 미국에서는 교사의 생활지도가 가능하도록 효과적인 학생 징계 방안을 구축하는 등 제도적으로 이를 보장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학기 초에 학교는 행동강령 및 상세한 학교규칙을 포함한 학생의 권리와 의무 매뉴얼을 학생과 학부모에게 전달하고, 학생과 학부모는 확인했다는 서명을 반드시 제출해야 한다. 이와 같은 철저한 매뉴얼은 학생 생활지도의 명확한 근거가 돼 학교와 학생·학부모의 권리와 의무를 명확히 한다.
생활지도 측면에서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일반적으로 교사의 지시에 불응하거나 문제행동을 한 학생은 교장 또는 생활지도 교사를 통해 즉시 격리교실에 보내지게 된다. 사안에 따라 학부모 소환이 이루어지기도 하고, 혹 격리교실을 거부할 경우에는 학부모가 직접 가정에서 훈육할 수 있도록 정학 처분한다.
학생의 문제행동이 지속될 경우 교장은 학생을 퇴학시키거나, 심각한 경우에는 학부모를 방임으로 고발하기도 한다. 중대한 사안이 학교 내에 발생했을 경우에는 스쿨폴리스 제도가 있어 경찰이 해당 학생을 수갑 채워 연행하며, 학교폭력 또는 교사를 위협·폭행하였을 경우에는 학생이 징역형을 선고받고 수감되기도 한다.
또한 학부모와 소통하는 경우에도 교사를 보호하는 장치가 마련되어 있다. 교사의 개인 연락처를 공개하지 않고 학교 계정의 이메일을 통해 주로 학부모와 소통하는데 이는 미국뿐 아니라 영국·캐나다 등 선진국에서 나타나는 공통적인 특징이다. 학부모 민원에 대한 구체적인 대응방안이나 해결방안에 대한 지침 없이 교사 스스로 각자 민원을 처리하고 있어 어려움을 겪는 우리나라와는 다르다(조진숙, 2016).
미국에서는 학부모와의 상담과정에서 권리나 정서적 침해를 당하였다고 판단하는 경우에는 즉각 중단하고 교원노조 대표자 또는 학교관리자의 동석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가 교사에게 보장되어 있다.
특히 미국의 「교사보호법(Teacher Protection Act)」의 면책특권 조항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에 따르면 ①정규자격을 갖춘 교사가 ②정당한 교육활동을 ③적법하게 수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손해로 ④교사의 고의 또는 범죄행위·명백한 과실·중과실 등에 의해 발생하거나 안전에 대한 교사의 의식적·노골적인 무지나 무관심으로 야기된 것이 아닐 시에는 책임이 면제된다(한상희, 2019).
부적절한 소지품 압수 … 문제행동 땐 체벌도
최근 영국은 교장에게 학생 고발권을 주고, 교사가 휴대폰을 검사할 수 있게 하는 등 교사의 학생생활 지도권 강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부적절한 소지품을 학생이 가지고 있다면 이를 압수할 수 있고, 학생들을 통제하기 위해 강제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법률로 보장하고 있으며, 학생의 문제행동에 대해서는 체벌을 내릴 권한도 부여하고 있다.
학생 징계 과정을 구체적으로 설정하고 있으며, 단계별로 실시하는 조치를 명확하게 제시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일본 오사카에서도 학생 문제행동 대응을 5단계로 나눠 상세하게 제시하고 있다. 이처럼 학생의 문제행동 지도방안에 대해 단계별로 가이드라인을 명확히 제공하는 것은 참고할 만한 사항이다.
영국에서는 교실 안에서 교사 지도만으로 효과가 없을 시에는 행동 전담팀이 투입되어 문제행동을 한 학생에 대한 조치를 시행한다. 쉬는 시간과 점심시간의 기회를 박탈하기도 하고, 미국처럼 별도의 공간에서 격리하기도 한다(강호원, 2019). 영국 또한 생활지도와 문제학생에 대한 지도는 교장이 전담하고 있다.
교사에 대해 허위진술을 하는 학생에 대해 교장은 형사고발을 할 수 있고, 학생을 정학·퇴학시킬 권한도 지니고 있다. 또한 미국의 「교사보호법」의 면책특권 조항과 같은 맥락으로, 교사의 적절하지 않은 행위가 입증되기 전까지는 합당한 지도를 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악성 민원 학부모 학교 밖 퇴거 명령
캐나다에는 긍정적 학습환경 조성을 위한 지침이 있다. 학생이 학교생활 중 해서는 안 되는 금지사항을 명시한 것이다. 이는 교사가 학생활동에 대하여 관여할 수 있는 영역을 정한 것이기도 한데, 학생에 대한 생활지도의 범위와 내용이 지침에 의해 명확히 정해져 있다.
또한 학습·업무환경을 침해하는 학부모는 학교규칙과 지침을 적용하여 조속히 처리하되, 별도의 교육부 지침에 따른 대안적 분쟁 조정 절차를 이용하여 조치를 취하고 있다. ①행위가 반복적·만성적이거나 또는 괴롭힘의 성격이 강한 경우 ②지침 위반의 정도가 심각하고, 지속·반복되는 경우 ③대안적 분쟁 조정 절차가 원활하지 않은 경우에는 교육부 지침에 의한 공식적인 절차에 의하여 처리된다.
교장은 교육감에게 보고하고 경고문을 보내며 학교시설 출입을 금지할 수 있음을 알리고, 필요한 경우에는 학교에서 벗어날 것을 요구할 수 있다. 이를 거부하는 경우에는 건물침입죄 등을 적용하여 형사처벌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한상희, 2019).
이처럼 해외 각국에서는 학생의 생활지도와 정당한 교육권을 보장하기 위한 다양한 법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여 운영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생활지도 불응을 교사 개인의 문제로 여겨 인내하고 감내해왔던 우리나라와는 정반대다. 해외 각국에서는 강력한 법과 이에 기반한 사회적 제도를 통해 교권과 교육현장을 지지해 주고 있다.
학부모의 악성 민원은 교사의 의욕 상실 및 열정 고갈, 회피 및 외면, 심리적 위축을 비롯하여 심리적 소진을 야기한다. 또 아동학대 의심만으로 신고가 되고, 직위해제까지 되는 상황에서는 교사에게 적극적인 생활지도를 기대할 수 없다.
정당한 학교교육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질 수 없는 교육현실이 공교육 붕괴로 이어지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우리나라 교육이 처한 환경적·제도적·문화적 맥락을 충분히 고려하여 교사가 교육을 교육답게 할 수 있는 교육권을 보장하는 제도와 실효성 있는 대책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