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와 떠나는 별자리 여행] 안드로메다 공주를 구하는 백마 탄 왕자 페르세우스

2023.10.10 10:30:00

가을철 별자리에는 페가수스자리·안드로메다자리·페르세우스자리·도마뱀자리·삼각형자리·양자리·물고기자리·조랑말자리·남쪽물고기자리·물병자리·염소자리·고래자리가 있다.(<그림 1> 참조)

 

이번 호에서는 페르세우스 신화와 관련된 페가수스·안드로메다·카시오페이아 등의 별자리에 대해 살펴본다. 세상을 떠난 후 하늘의 별이 된 영웅 페르세우스는 아름다운 아내 안드로메다뿐만 아니라 장인 케페우스, 장모 카시오페이아 등 처갓집 식구 별들과 함께 하늘에 옹기종기 모여 살고 있다. 

 

가을철 밤하늘에 다정하게 모여 사는 한 가족 별자리들
가을은 다른 계절에 비해 밝은 별이 없어 별자리를 찾기 어렵다. 그러나 선선한 가을밤에는 하늘 한가운데 네 개의 밝은 별로 이루어진 커다란 ‘가을의 대사각형’ 별들을 볼 수 있다. 페가수스자리의 몸통 부분으로, 하늘 중심부에 위치해 있어 다른 별자리를 찾는 기준이 된다. 페가수스자리는 국제천문연맹이 정한 88개의 별자리 중 7번째로 큰 별자리다. 


페가수스자리의 대사각형은 알파별 마르카브(Markab)·베타별 쉐아트(Scheat)·감마별 알게니브(Algenib)와 안드로메다자리의 알파별 알페라츠(Alpheratz)로 이루어져 있다. 안드로메다자리는 카시오페이아자리와 페가수스자리 사이에 있다(<그림 2·3>    참조).

 

 

안드로메다자리는 9월의 밤하늘에서 육안으로도 볼 수 있는 안드로메다은하(M31)가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그림 4·5> 참조). 이 큰 나선은하는 우리은하와 가장 가까운 은하다. 태양에서 250만 광년 떨어져 있으므로, 우리가 지금 보고 있는 안드로메다은하의 별빛은 250만 년 전에 출발한 것이다. 


안드로메다 발끝에서 그리스문자 π모양의 페르세우스자리를 찾을 수 있다. 한 손으로 칼을 들고 다른 한 손으로 메두사의 머리를 들고 있는 형태다. ‘악마의 별’이란 뜻을 가지고 있는 알골(Algol)은 메두사의 눈 부분으로 페르세우스자리의 베타별이다(<그림 6> 참조).

 

페르세우스자리는 여름철 밤하늘에 장관을 보여주는 ‘페르세우스자리 유성우’로 유명하다(<그림 7> 참조). 한여름 밤에 내리는 이 별똥비는 혜성 ‘스위프트-터틀(Swift-Tuttle)’이 지나가면서 흘린 잔해가 지구 대기와 충돌하면서 일어나는 현상이다.

 

별똥비가 내리는 위치가 마치 페르세우스자리에서 출발해서 떨어지는 것같이 보여 ‘페르세우스 유성우’라고 불린다. 북반구에서만 매년 7월 중순부터 관측되기 시작하며, 8월 12일 밤부터 13일 새벽까지 이어지는 절정기에는 시간당 최대 100개가 넘는 유성우를 만날 수 있다. 단 불빛으로 오염된 도시를 벗어나 교외지역으로 나가야 한다. 

 

카시오페이아자리는 별자리에서 가장 밝은 다섯 개의 별이 모여 형성된 W자형 성군으로 유명하다(<그림 8> 참조). 사계절 내내 북반구에서 북쪽 하늘에 떠 있는 카시오페이아는 북두칠성과 함께 가장 찾기 쉬운 별자리다. 북극성을 중심으로 북두칠성의 반대편에 있다. 케페우스자리는 오각형의 형태로, 카시오페이아가 보일 무렵 그 위쪽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카시오페이아자리와 세페우스자리의 경계를 촬영한 <그림 9>는 아름다운 성운과 성단들이 모여있는 카시오페이아 OB2 성운복합체의 일부다. 왼쪽의 큰 턱을 가지고 있는 사슴벌레를 닮은 성운이 Sh2-157이고, 그 아래 산개성단 NGC7510이 있다. 오른쪽 위에는 산개성단 M52가 있고, M52 왼쪽에 있는 NGC7635는 가운데 보이는 거품방울 모양을 따서 거품성운이라고 부른다.

 

거품성운은 뜨거운 별의 항성풍에 의해 빠른 속도로 부풀어 오른 이온화 가스의 껍질로 알려져 있다. <그림 10>은 카시오페이아자리에 위치한 IC1805이다. 붉은색의 발광성운이 하트모양을 하고 있어 보통 하트성운(Heart Nebula)이라 불린다.  

 

백마 탄 왕자와 공주 동화의 원조
가을철 별자리의 주인공 페르세우스의 신화는 괴물 혹은 악인으로부터 아름다운 공주를 구하고, 그녀와 함께 오래오래 행복하게 산다는 용감한 왕자 이야기의 원조다. 페르세우스는 제우스와 아크리시오스 왕의 딸 다나에 사이에서 태어난 반신반인의 영웅이다.

 

아크리시오스 왕은 손자가 자신을 죽이고 왕위를 차지한다는 델포이 신탁을 믿고 딸을 청동탑에 가두었지만, 다나에는 황금비로 변신해 탑에 잠입한 제우스와 사랑을 나눈 후 페르세우스를 낳았다. 아크리시오스는 제우스의 보복을 두려워해 다나에와 아기를 죽이지는 못하고, 큰 궤짝에 넣어 바다로 띄워 보냈다. 궤짝은 흘러흘러 세리포스섬에 닿았고, 페리세우스는 거기서 성장했다.

 

한편 어여쁜 다나에에게 눈독을 들이던 세리포스 왕 폴리덱테스는 그녀를 차지하기 위해 사악한 음모를 꾸몄다. 페르세우스에게 세상의 끝에 사는 메두사의 머리를 잘라오라는 위험한 사명을 주어 그를 없애려고 했던 것이다. 
길을 떠난 페르세우스는 아테네의 방패 아이기스, 잘린 머리를 담을 자루, 몸을 안 보이게 하는 하데스의 투구 퀴네에, 헤르메스의 날개 달린 신발을 얻어 마침내 메두사를 처치한다.

 

투구를 써서 자신의 모습을 숨긴 페르세우스는 방패의 청동면을 거울로 삼아 메두사를 비춰보면서 하르페라는 명검으로 그녀의 목을 잘랐다. 메두사의 목에서 흘러나온 피에서는 날개 달린 명마 페가수스가 태어났다. 그는 페가수스를 타고 고향으로 돌아가던 중, 괴물 고래 케토스에게 잡아먹히기 직전의 에티오피아 공주 안드로메다를 구해준다. 

 

교만한 에티오피아 왕비 카시오페이아는 자신과 그녀의 딸 안드로메다가 바다의 님프 네레이데스보다 아름답다고 자랑하고 다녔다. 님프들로부터 이를 전해 들은 바다의 신 포세이돈은 격노하여 케토스를 보내 에티오피아 왕국을 파괴하기 시작한다. 케페우스 왕은 이 재난을 막기 위해서 안드로메다 공주를 제물로 바쳐야 된다는 신탁을 듣고, 그녀를 해변의 바위에 쇠사슬로 묶어놓았던 것이다.

 

이후 아름다운 안드로메다와 결혼한 페르세우스는 도시국가 미케네를 세우고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다. 죽은 후에는 부부가 모두 하늘의 별자리가 되었다. 가을밤 하늘에서는 이 환상적인 신화의 주인공들을 모두 볼 수 있다. 잠시 세상사로부터 벗어나 동화같은 이야기를 떠올리며 밤하늘에서 이들 별자리를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메두사와 바다 괴물 케토스를 물리치는 페르세우스
페르세우스의 영웅적 모험담과 로맨스는 많은 예술가의 작품 속에서 재현되었다. 16세기 이탈리아 예술가 벤베누토 첼리니(Benvenuto Cellini)는 금은세공사·조각가·화가다. 메디치가의 주문으로 ‘메두사의 머리를 들고 있는 페르세우스’ 조각상을 제작한다. 높이 320cm의 이 조각상은 미켈란젤로의 ‘다비드’, 도나텔로의 ‘유디트와 홀로페르네스’와 함께 피렌체가 자랑하는 3대 걸작이다.


‘메두사의 머리를 들고 있는 페르세우스’는 오른손에 보검을, 왼손에는 방금 잘린 메두사의 머리를 위로 번쩍 쳐든, 승리의 순간을 묘사한 청동상이다. 그의 발아래에는 목 잘린 메두사의 몸뚱이가 날것의 피비린내 나는 모습으로 뒹굴고 있다. 원래 아테나 신전의 아름다운 여사제였던 메두사는 불경하게도 포세이돈과 신전에서 사랑을 나눠 아테나 여신의 분노를 산다.

 

여신은 그녀의 아름다운 머리칼을 끔찍한 뱀들로 변하게 했으며, 몸통에는 황금 날개가 달리고 용의 비늘로 덮이게 했다. 메두사의 얼굴을 보는 자는 모조리 돌로 변하게 되는 저주까지 받게 되자, 메두사는 악의 화신이 되어 닥치는 대로 사람들을 해치다가 결국 영웅 페르세우스에게 죽임을 당한다.

 

섬세한 근육 묘사와 현란한 기교로 표현된 페르세우스의 육체와 그의 발에 짓밟힌 채 두 팔을 늘어뜨리고 있는 메두사의 몸을 표현한 테크닉은 드라마틱한 장면의 연출 속에서 더욱 빛이 난다.

 

번 존스(Sir Edward Burne-Jones)는 19세기 영국 화가로, 신화와 중세의 문학에서 소재를 빌려와 낭만적이고 신비로운 분위기의 세계를 그렸다. 그의 작품들은 당시 산업화로 인한 물질문명으로부터 도피하여 꿈과 환상의 세계에 천착했다. 번 존스는 페르세우스와 안드로메다 시리즈를 여러 점 그렸다.

 

<그림 12>에서 안드로메다는 손이 사슬에 묶인 채 포세이돈이 보낸 바다 괴물과 사투를 벌이는 페르세우스를 지그시 바라보고 있다. 미녀를 구하는 용감하고 늠름한 왕자 혹은 영웅의 이야기는 이후 동화와 민간설화에 차용되어 어린이들, 심지어 어른들까지 달콤한 공상에 젖게 한다.

김선지 미술평론가
ⓒ 한국교육신문 www.hangyo.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 문의 : 02) 570-5341~2 광고 문의: sigmund@tobeunicorn.kr ,TEL 042-824-9139, FAX : 042-824-9140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 등록번호 : 서울 아04243 | 등록일(발행일) : 2016. 11. 29 | 발행인 : 문태혁 | 편집인 : 문태혁 | 주소 : 서울 서초구 태봉로 114 | 창간일 : 1961년 5월 15일 | 전화번호 : 02-570-5500 | 사업자등록번호 : 229-82-00096 | 통신판매번호 : 2006-08876 한국교육신문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