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뷰] Q&A로 알아보는 공포의 과학   

2023.10.10 10:30:00

Q1. 공포하면 빠질 수 없는 귀신! 과학자들은 흔히 ‘외계인은 믿어도 귀신은 안 믿는다’고 하는데 과연 귀신은 존재할까요?
우선 귀신의 가장 큰 특징부터 살펴봅시다. 귀신은 중력의 영향을 안 받고 떠다닙니다. 바꿔 말하면 질량이 없다는 뜻이겠죠? 우리가 서로 때리고 맞을 때 아픈 이유는 바로 원자 주변을 도는 전자들끼리 서로 밀어내는 반발력(척력) 때문입니다.

 

반발력의 힘으로 충격을 받은 신경세포들이 자극을 전달해서 아프다는 감각을 느끼거나 물리적인 상해를 받는 거죠. 그런데 귀신은 질량이 없다 보니, 귀신이 아무리 발로 차고 주먹으로 때려도 우리에게 절대로 아무런 영향을 끼칠 수 없습니다.  

 

사실 한밤에 야산을 헤매다가 누군가를 마주쳤을 때, 사람과 귀신 중 누가 더 무서울까요?라고 했을 때 ‘귀신 마주치는 것보다 사람 마주치는 게 더 무섭다’는 말처럼 저는 사실 사람이 더 무섭습니다. 

 

Q2. 영혼은 있을까요? 영혼의 존재를 증명하려는 시도는 없었나요? 
우리는 사람이 죽으면 신체는 없어지더라도 정신은 남아있다고 생각합니다. 즉 ‘영혼’이 있다고 믿는 거죠. 그리고 영혼의 개념은 더 나아가 유령이라는 공포의 대상을 만들어 냈죠!


그럼 정말 영혼이 있을까요? 일부 과학자들은 영혼의 존재를 과학적으로 규명하려는 작업을 시도했는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미국의 던컨 맥두걸(Ducan Macdougal) 박사의 일명 ‘21g의 실험’으로 유명한 ‘영혼의 무게’ 실험·연구입니다. 임종이 가까운 6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사람이 죽을 때 체중이 줄어든다는 것을 확인했는데, 그 양이 평균 21g 정도였다고 합니다.

 

그래서 ‘영혼의 무게는 21g다!’라고 주장하기도 했죠. 더 신기한 건, 강아지도 죽는 순간 무게 변화가 있는지 강아지 15마리를 대상으로 똑같이 실험했는데, 놀랍게도 강아지는 아무런 무게 변화가 없었습니다. 오직 사람에게서만 무게가 약 21g 줄어드는 걸 확인한 거죠! 


오직 인간에게만 영혼이 있는 걸까요? 사실 내막을 보자면, 사람이 죽는 순간 미세한 양의 땀이 배출되고, 증발한 땀의 양이 21g 정도 된다고 합니다. 그럼 왜 강아지는 무게 변화가 없었을까요? 아시다시피 강아지는 몸에 땀샘이 없습니다. 강아지가 무더운 여름에 혀를 엄청 내밀고 헉헉거리며 열을 배출하는 이유입니다. 

 

Q3. 공포영화를 보면 등골이 오싹해진다고 하잖아요. 이거 기분 탓일까요? 아니면 실제로 체온이 내려가는 겁니까?
으스스한 배경의 무서운 영상을 볼 때면 일시적으로 소름이 돋으면서 서늘함을 느끼죠! 그래서 오싹오싹 시원해지는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심리적인 이유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진짜 오싹해진다고 해요! 이것은 사실 신경계 반응에 따른 현상입니다.


공포에 관여하는 대표 뇌 부위는 바로 ‘편도체’입니다. 뇌 중앙의 변연계라는 곳에 해마라는 부위 양쪽 끝에 완두콩 크기로 두 개가 달려있는데 이 편도체가 공포를 느끼는 부위입니다. 우리가 무서운 상황과 마주하면 뇌(편도체)는 신호를 보냅니다. 이때 자극되는 곳이 바로 교감신경입니다. 교감신경이 활성화되면, 언제든 도망갈 수 있도록 몸이 준비를 시작하기 때문에 심장 박동이 빨라지거나 근육이 수축해서 소름이 돋고 가벼운 떨림이 생깁니다.

 

특히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솔이 분비되는데요. 이 교감신경이 땀샘을 자극합니다. 그래서 우리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식은땀이 나는데, 이 땀이 식으면서 갑자기 오싹함을 느끼는 거죠. 즉 실제로 더위를 식힌다는 사실!

 

Q4. 그러니까 뇌의 편도체가 공포라는 존재를 인식한다는 건데, 만약에 이 부분이 제대로 작동을 안 하게 되면 공포를 느낄 수 없는 건가요?
공포는 외부자극에 대한 뇌의 방어활동 결과로 나타나는 감정입니다. 공포를 담당하는 편도체가 얼마나 예민한지에 따라 공포를 잘 느끼는 ‘쫄보’와 공포를 느끼지 않는 ‘겁 없는 사람’으로 나눠집니다. 편도체가 외부자극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람은 쉽게 공포에 질리고, 예민하며, 무서운 게 많아집니다. 반대로 무딘 사람은 무감각해지는 것이죠.

 

실제로 2011년 미국 아이오와대 연구팀이 선천적으로 편도체에 병변을 갖고 태어난 한 환자를 연구했는데, 이 사람은 거미·뱀·공포영화 등 공포를 느낄만한 상황에서 아무런 반응을 나타내지 않았습니다. 또한 세계 최초로 900m가 넘는 암벽을 로프 하나 없이 맨몸으로 오른 알렉스 호놀드라는 암벽등반가를 검사한 결과, 편도체가 활성화되지 않는 것을 확인했어요. 전혀 반응이 없었던 것이죠!

 

즉 우리가 그냥 커피를 마실 때 느끼는 편안한 감정을, 호놀드는 몇백m의 암벽에 매달릴 때 비슷한 감정을 느낀다고 해요. 흥분을 안 한다는 거죠. 그래서 호놀드는 그냥 단 한번만 발을 잘못 딛거나, 손이 미끄러지면 떨어져 죽을 수도 있는 암벽을 끊임없이 맨몸으로 등반에 도전하는 것이죠. 

 

Q5. 희한하게도 우리는 공포영화를 무서워하면서도 여름만 되면 찾게 됩니다. 이것도 혹시 과학적인 이유가 있습니까?
즐거움을 쫓고 고통을 피하는 게 인간의 기본 욕구입니다. 그런데 왜 인간은 무서운 공포영화를 보면서 소름 끼치거나 혐오감 같은 부정적인 기분을 맛보려고 하는 걸까요?
사람들이 공포물을 좋아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이론은 두 가지가 존재해요. 하나는 ‘두려워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영화를 통해 흥분을 느끼기 위해서’이며, 다른 하나는 ‘공포영화가 끝남과 동시에 찾아오는 안정감과 행복감을 맛보기 위해서’라는 해석입니다.

 

미국 피츠버그대 마기 커 연구팀은 귀신의 집 티켓을 산 사람 262명을 대상으로 흥미로운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귀신의 집에 들어가기 전과 후 그들의 감정을 조사하고, 이들 중 100명을 대상으로는 뇌파를 측정한 결과, 귀신의 집에 들어가기 전에 피곤하고 지루하다는 사람들의 수가 가장 많이 줄어든 것을 확인했습니다. 다시 말해 공포반응을 통해 부정적인 감정이 긍정적으로 바뀌었다는 뜻인 거죠!

 

공포가 일으킨 여러 가지 생리반응을 상쇄하기 위해 교감신경에서는 도파민이나 아드레날린 같은 흥분성 신경전달물질을 분비하는데, 이로 인해 오싹하는 신체적 변화와 함께 정신적으로 짜릿한 쾌감이 느껴지는 것이라고 합니다.
 

Q6. 공포영화가 무서워서 못 보는 분들을 위해 담력을 키울 수 있는 과학적인 팁을 알려준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논문으로 증명된 가장 확실한 방법 하나만 알려 드리자면, 무서울 때는 양쪽 눈을 좌우로 계속 굴려서 계속해서 새로운 시야 자극을 주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면 공포를 느끼는 편도체의 활성도가 확연하게 줄어들게 됩니다. 실제로 연구팀은 공포를 담당하는 편도체를 억제하는 새로운 신경회로를 발견했는데, 눈을 좌우로 굴려서 새로운 자극을 계속 줄 때만 이 회로가 활성화되어서 편도체가 억제된다고 합니다.

 

즉 귀신을 만나면 열심히 눈알을 좌우로 굴려라! 그러면 귀신입장에서도 ‘어라, 얘 정상이 아니네’ 하면서 도망갈 확률도 높으니, 1석2조라고 볼 수 있죠. 

네이처에 게재된 정재승 박사 연구팀 논문 내용
기저측 편도체(basolateral complex of the amygdala)에서 공포반응을 억제하는 새로운 신경회로를 발견해냈다. 양측성 시각자극이 편도체 내 공포반응을 담당하는 부분을 억제한다고 보고했다. 다른 자극 하에서보다 양측성 시각자극이 주어졌을 때 해당 부분이 가장 낮은 활성 정도를 보였기 때문이다.

Q7. 마지막으로 귀신이 자주 나타는 곳이 바로 잠잘 때 꿈속입니다. 흔히 ‘가위눌린다’고 말하는데, 가위는 왜 눌리는 건가요?
가위에 눌리는 것은 쉽게 말해 몸을 움직이는 데 쓰이는 근육을 관장하는 뇌 부위는 아직 수면상태인데, 뇌의 실수로 의식을 관장하는 부위만 깨버린 경우입니다. 즉 정신은 깼지만, 몸을 움직이는 뇌 부위는 아직 자고 있으니, 몸을 움직일 수 없게 되고, 이걸 가위에 눌렸다고 표현하는 거죠.

 

Q8. 그럼 반대로 몽유병은 어떤 증상인 거죠?
몽유병은 가위눌림과 정반대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즉 의식부위는 잠들어 있지만, 근육을 조절하는 부위가 깨 버린 것이죠. 그래서 몽유병의 가장 대표적인 특징·증상은 우리 몸이 익숙한 또는 습관화된 장소를 가는 것, 우리가 새벽에 잠에서 깼을 때 하는 많은 행동입니다. 냉장고를 열고 서 있는 다거나, 화장실에 가서 서 있다가 다시 와서 잠이 드는 것처럼 말입니다. 이런 것을 보면 ‘뇌가 정말 정교한 일들을 수행하다 보니까 가끔은 실수를 하는구나’라며 인간미를 느끼기도 합니다.

이선호 과학커뮤니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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