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가 쓴 최초의 손바닥 동시집
직접 쓴 시에 삽화까지 곁들여
지난 27일 출간 기념회도
지난 27일 전북 대덕초 강당에서 특별한 출간 기념회가 열렸다. 책을 지은 저자만 56명, 모두 초등학생이다. 전교생이 학교 선생님들과 함께 ‘손바닥 동시’를 쓰고 삽화까지 곁들였다. ‘손바닥 동시’라는 새로운 형식의 정형동시를 만든 유강희 시인이 직접 아이들의 작품을 엮었다. 그렇게 탄생한 <유강희 시인과 함께하는 어린이 동시>의 출간을 축하하는 자리였다. 어린이가 쓴 최초의 손바닥 동시집이다. 한 어린이 저자의 출간 소감이다.
“시를 쓰다 보니, 많은 걸 관찰하게 됐어요. 지나치지 않고 유심히 보려고 노력했어요. 그래서 이 시가 나왔어요.”
대덕초는 ‘아이들이 만들어 가는 신나는 학교’를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춘다. 박경숙 교장은 “어린 시절의 행복했던 경험은 인생을 풍요롭게 가꾸어 가는 자양분이 된다”면서 “아이들이 만들어 가는 신나는 학교가 되려면 아이들의 마음을 먼저 보듬어줘야 한다”고 했다. 인문학적 소양과 감수성을 키워주는 교육을 지향하는 이유다. 학교 곳곳에 시를 게시하고, 언제든 읽고 감상할 수 있게 한다. 대부분의 아이가 게시된 시를 외울 정도다.
점심시간이면 ‘북(book) 수다’가 펼쳐진다. 학교 도서관에 모여 앉아 자기가 읽은 책에 대해 교장 선생님과 수다를 떠는 아이가 적지 않다.
아이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마음껏 할 수 있도록 한 달에 한 번, ‘우리들이’ 시간도 마련한다. ‘우리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라는 의미다.
김주희 교감은 “우리들이 시간에는 꿈도 발표하고 시도 낭송하고 춤도 추고, 읽은 책에 대해 이야기하고, 현장 체험을 다녀온 소감을 말하기도 한다”면서 “어떤 주제든 자유롭게 표현하는 시간”이라고 귀띔했다.
‘손바닥 동시’와의 인연은 지난 6월 시작됐다. 손바닥 동시를 만든 유강희 시인을 초대해 작가와의 만남을 진행한 게 계기였다. 이후 손바닥 동시의 형식에 맞춰 시를 썼다. 손바닥 동시에 대해 유 시인은 이렇게 설명한다.
“글자 수가 시조의 앞 첫 구만으로 짜인 형식의 시다. 단, 3행의 이 시는 기본 자수에서 2~3자를 넘지 않아야 한다. 그 대신 글자 수를 줄이는 건 얼마든지 가능하다.”
처음 손바닥 동시를 쓸 때는 녹록하지 않았다. 시 쓰기가 어려운 마음을 시로 표현하기도 했다.
‘시를 쓰라는데/생각이 안 난다/왜일까?’< 5학년 안시하 학생의 ‘생각’>
김 교감은 “교사들이 아이들과 함께 시를 쓰고 초안을 시인님에게 보내 조언을 구한 후 더 나은 표현을 고민하는 과정을 거쳤다”며 “아이들이 충분히 느끼고 표현할 수 있게 기다리는 시간이 필요했는데, 작은 학교라 가능한 일이었다”고 설명했다.
아이들을 지도한 교사들은 “함께 배우는 시간이었다”고 입을 모은다. 김미정 교사는 “아이들과 함께 관찰하고 곱씹었더니 표현이 더 좋아지는 걸 보면서, 그리고 동시집을 들고 뿌듯해하는 모습을 보면서 교사로서 배운 게 많다”고 했다. 이어 “아이들에게 다양한 경험을 주고 선한 영향력을 끼친 ‘어른’이 된 것 같아 좋은 경험이었다”면서 “앞으로도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어른이 되고 싶다”고 덧붙였다.
박 교장도 “아이들의 마음에 심어진 책 출간이란 ‘황금 씨앗’이 자신의 꿈을 자신 있게 가꿔갈 수 있는 자양분이 되길 기대한다”고 바람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