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원 청문회에서 대학생들의 ‘반유대주의 발언’에 모호한 태도를 보인 명문대학군 ‘아이비리그’ 총장들이 곤경에 빠졌다. 총장직에서 물러나는 이가 나오는가 하면, 박탈 위기는 면했어도 계속된 공세에 시달리고 있다.
최근 외신들에 따르면 5일(이하 현지시간) 미 하원 노동 교육위원회의 반유대주의 관련 청문회에서 나온 하버드대, 매사추세츠공과대(MIT), 펜실베이니아대(유펜) 총장들의 발언을 둘러싸고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앞서 지난 10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간의 전쟁이 발발한 이후 미 주요 대학에서는 친팔레스타인 학생들을 중심으로 성명 발표나 시위가 이어지면서 반유대주의 분위기가 퍼졌다. 이 과정에서 ‘유대인을 학살하자’는 주장까지 나와 대학 안팎에서 학교 측의 미온적 대응과 관련해 비판이 쏟아졌다. 친팔레스타인 학생 채용 취소나 대학에 대한 기부 철회 등 움직임이 나타났다.
이에 대학 총장들은 청문회에 출석을 요청받았다. 엘리즈 스테파닉 공화당 의원의 ‘유대인 제노사이드’(genocide·학살)를 부추기는 것이 대학의 윤리 규범 위반이 아니냐‘는 질문에 총장들은 모호한 답변을 보였다.
엘리자베스 매길 유펜 총장은 “그런 위협이 실제 행동으로 옮겨지면 괴롭힘이 될 수 있다”며 “상황에 따라 결정할 문제”라고 답했다. 클로딘 게이 하버드 총장은 같은 질문에 “개인적으로 끔찍한 발언”이라며 “하버드대는 폭넓은 표현의 자유를 인정하고 있다”고 말해 반발을 샀다. 샐리 콘블루스 MIT 총장도 대학 강령 위반 여부는 상황에 따라 다르다는 취지로 답했다.
청문회 이후 미 정치권은 물론 학교 구성원, 경제계로부터 집중포화가 쏟아지고 있다. 미 하원은 이들 대학에 대한 공식 조사에 착수했고 고액 기부자들은 대학에 대한 기부 철회 의사를 밝혔다. 특히 매길 유펜 총장의 발언에 분노했다는 후원자는 1억 달러(약 1300억원) 규모의 기부를 철회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결국 매길 총장은 9일 스콧 보크 이사회 의장과 함께 자진 사의를 표했다. ’케리 로스쿨‘ 종신 교수직은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문회에서 매길 전 총장과 함께 비슷한 발언으로 사임 압박을 받았던 클로딘 하버드대 총장과 샐리 콘블루스 MIT 총장은 소속 대학 이사회의 지지를 받아 유임이 결정됐다. 그러나 이들에 대한 비판은 여전하다.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이 같은 현상은 총장 개인의 도덕적 문제로 치부할 일이 아니라 대학과 사회 시스템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사회적 분위기상 그 누구도 쉽게 답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