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는 경계성 지능을 가졌습니다. 일반고등학교에 다녔지만, 학교생활이 순탄할 리 없었습니다. 장애를 갖지 않는 일반 학생들은 우리 아이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지요. 친구도 없었고요. 하는 수 없이 고등학교 3학년 때 통합학급이 있는 경남 모 공업고등학교로 전학을 가야 했습니다. 어떻게든 일반고등학교에서 졸업할 수 있도록 하고 싶었지만, 학교 측과 상의한 결과 전학을 결정했습니다.
힘들었던 학교생활
물론 학교를 탓할 마음은 없습니다. 장애를 가진 학생이 보인 다양한 행동들이 선생님과 친구들을 힘들게 했을 테니까요. 수십, 수백 명의 아이들을 책임져야 하는 선생님에게 ‘우리 아이를 이해하고, 우리 아이를 위해 보살펴 달라’고 요구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입니다.
사실 우리 아이는 장애를 가진 학생들이 보이는 특수한 행동, 즉 ‘도전행동’을 자주 했습니다. ‘도전행동’이란 고의성은 없지만 본인과 상대방을 해칠 수 있는 행위 등을 말합니다. 대개 이런 행동들은 선생님이나 친구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선생님이 자신의 말을 들어 주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면 하는 행동이기도 합니다. 심지어 어느 날에는 진실을 말한다고 생각했는데 선생님이 믿어주지 않는다고 여겨 경찰에 신고한 적도 있었으니까요. 수업시간에 이런 상황을 맞닥뜨리면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서운함이 없었다면 거짓말일 것입니다. 장애를 가진 학생과 비장애인 학생의 행동 특성은 분명히 다릅니다. 고의성 없이, 본인도 의식하지 못한 채 드러나는 행동을 이해하기보다 지적하고 문제시할 때는 야속하기도 했습니다.
어느 학교이건 우리 아이와 같은 경계성 장애학생을 만날 수 있습니다. 장애학생은 장애학생대로, 선생님은 선생님대로, 친구들은 또 친구들대로 힘든 경우가 발생할 것입니다. 그럴 때면 학교에만 모든 것을 맡기지 말고 의료기관, 외부 상담기관, 교육행정당국이 서로 소통하고 협조하면서 장애학생이 학교생활을 원만히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셨으면 합니다.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이 경우 어떻게 지도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지, 그리고 이 학생이 건강한 시민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뒷받침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등 정책적 지원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아울러 이러한 도전행동을 보일 때 학교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가이드라인 같은 걸 만들어 공유하면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아직도 잊을 수 없는 선생님
어쨌든 우리 아이는 새로운 학교로 전학을 갔습니다. ‘이번엔 잘 적응해야 할 텐데’라는 걱정과 우리 아이를 이해해 주는 곳에서 제대로 교육받았으면 하는 기대가 함께 있었습니다. 아이는 일반교실과 통합교실을 오가며 수업을 받았습니다. 일반수업을 받기 힘든 상황이면 통합반에서 수업을 했지요.
저는 그때 만난 통합반 선생님을 지금도 잊을 수 없습니다. 그 선생님은 우리 아이가 잘하는 부분은 칭찬과 격려로 자존감을 높여 주셨고, 문제행동을 보일 때면 성심껏 달래며 지도해 주셨습니다. 수업을 듣던 아이의 주의가 산만해지면 선생님이 아이를 일반수업 대신 다른 수업을 하면서 문제행동을 많이 줄여 주셨지요. 모든 것을 우리 아이의 눈높이에서 바라보고 이해해 주신 분이었습니다.
이런 일도 기억에 남습니다. 언젠가 선생님께서 “학교에서 어머니에게 연락 자주 안 하도록 하겠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었습니다. 예전엔 학교에서 자주 직장으로 전화가 왔습니다. 하루에 다섯 번이나 전화를 받은 적도 있었고요. 우리 아이가 어떤 문제를 일으켰는지 알리는 전화였죠. 그중에는 실제 우리 아이가 하지 않은 일에 대해서도 주변에서 “○○이가 했다”며 뒤집어씌운 적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선생님께 “휴대폰에 학교 전화번호가 뜨면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다”고 솔직한 심정을 털어놨죠. 그랬더니 선생님은 “학교에서 어머니에게 자주 연락하지 않도록 하겠다. 너무 걱정하지 마시라. 담임인 제가 잘 커버하겠다”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그때 그 한마디 한마디가 얼마나 위로가 됐는지 모릅니다. 지금도 고마움을 잊을 수 없습니다.
최근 교권침해 등 선생님들을 힘들게 하는 뉴스를 접할 때마다 가슴이 아픕니다. 예전에는 선생님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고 했는데 어쩌다 선생님이 학생과 학부모 눈치를 봐야 하고 서비스 종사자처럼 대우받는지 한숨이 절로 나옵니다.
저는 이 같은 교권침해가 궁극적으로 학생들의 학습권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결국에는 학생들이 손해 보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여깁니다. 우리 자녀를 위해서라도 교권이 보호돼야 하는 것이지요. 학생과 학부모, 선생님이 서로 믿고 신뢰하는 교육현장을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일일 것입니다.
아울러 이 지면을 빌어 특수교육에 헌신하는 선생님들을 위해 한 말씀 더 드리고자 합니다. 일반학교 안에 적은 학생수의 통합반이 있어 특수교육선생님들의 교육이 한정되어 보였습니다. 장애학생을 세분화하여 통합반 특수교육선생님과 보조선생님을 배치하여 그 환경에 맞는 교육이 이루어진다면 장애학생의 학교생활 질이 더 높아질 것같습니다. 교육당국의 세심한 배려와 지원을 당부드리고 싶습니다.
지금 우리 아이는 달라졌습니다. 선생님의 헌신적인 희생 덕분이었습니다. 지금은 부산 모 특수학교에서 전공과 1학년 학생으로 바리스타 취업을 위한 교육을 받고 있습니다. 당시 선생님께서 바리스타 교육을 해 주신 덕분에 우리도 아이의 소질을 처음으로 발견하게 되었고, 이제는 아이 스스로 학원에 다니며 자격증을 따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선생님께서 보여 주셨던 마음과 행동이 아이와 제게 큰 힘이 됐습니다. 이제 우리 아이도 친구가 생겼고, 반대표를 맡을 정도로 씩씩하게 성장했습니다. 어떻게 보면 우리 아이는 특혜받은 존재일지 모릅니다. 훌륭한 선생님을 만날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큰 행운이지요. 덕분에 우리 아이는 이제 꿈이 생겼습니다. 선생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