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이슈 1] 유보통합은 차근차근, 단기성과 집착 말아야

2024.05.07 10:00:00

 

22대 총선이 끝났다. 여당의 총선 참패 이후, 여당의 국정과제 추진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국정과제 추진동력 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유보통합 정책은 어떨까? 작년 12월 「정부조직법」 국회 통과 이후, 논란 많은 유보통합 정책은 총선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언론에서 고요히 침잠해 왔다. 


교육정책이 실종되어 유감이었던 지난 총선 이슈에서 유보통합 정책은 거론되지 않았으며, 돌봄청·교사정치기본권 등 법안 신설이 여야 총선 공약 등에 가려졌다. 이후 정책의 우선순위는 인구소멸과 저출생·고령화 정책으로 변화되었고, ‘교육개혁’ 유보통합 정책은 ‘저출생 난제 해결’ 정책으로, 지자체는 이제 돌봄과 고령화 대책으로 태세를 전환하고 있다.


그간 정부는 모든 영유아가 차별 없이 질 높은 보육·교육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국정과제로 유보통합을 추진해 왔다. 유보통합 정책은 교육불평등을 해소하고 유아교육과 보육의 제도 정비를 통해 미래 유아교육과 돌봄의 기반을 마련하는 의미 있는 정책이다. 정책의 목표와 가치는 미래 영유아교육을 고려할 때 꼭 필요한 정책인 것이다. 그러나 추진현황에 대해서 필자는 유감이다. 이에 성공적인 유보통합을 위한 몇 가지 제언을 하고자 한다. 

 

유보통합 추진현황
지난 12월 8일 「정부조직법 일부개정법률안」(2023.12.26 공포된 법률 제19840호)의 본회의 통과로 2025년도로 예상되었던 관리체계 일원화는 빠르게 진행될 것처럼 보였다. 법률안은 강제성도 없는 부대의견 충족을 조건으로 국회를 통과했다.

 

3개월 이내 국회에 보고되어야 할 부대의견 4가지는 유보통합의 안정적 실현을 위한 국가재정투자계획, 지방자치단체 영유아보육 사무(조직·정원 포함), 예산의 이관 방안, 통합기관의 교원 자격기준·양성계획·처우개선 및 시설개선 방안 등을 포함한 통합모델 시안, 영유아 보육·교육에 대한 무상지원 확대 등 학부모 부담 경감 방안이다. 


이상의 4가지 부대의견에 대한 정부의 계획은 총선을 앞둔 3월 27일, 표지를 제외하면 다섯 쪽의 간략한 형태로, 국회에 보고되었다. 당위적 주장이 담긴 요약 보고자료에서 어느 누구도 유보통합의 구체방안을 해독해 낼 수 없었다. 통합모델 등을 담은 시안은 애초 2023년 12월에 발표될 것으로 예상되었는데, 총선이 지난 지금까지 무기한 연기되고 있다. 


그렇다면 정부조직과 법령 개정은 어떤가? 정부 중앙조직은 2024년 7월 복지부의 인력이 교육부로 이동하고 국고예산이 이관될 예정이고, 「지방교육자치법」과 「지방교육교부금법」 등은 2024년 하반기 개정추진 예정이다. 이를 위해 지방 추진단을 중심으로 이관 대상 업무 등을 협의하고, 사무이관 범위(안)를 포함한 가이드라인을 일선에 배포해야 한다. 올해 안에 지방조직에 관한 법률들이 통과되어도 시행까지의 시간을 고려한다면 적어도 2년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재정은 어떠한가? 악화된 지방교육재정 여건, 지자체 예산 5조원(국고 대응 3.1조원 및 자체 지원 1.9조원)이관 대책에 대한 해법은 보이지 않는다. 교육청은 지자체의 보육사무에 관련된 재원을 모두 이관할 것을 주장하고, 지자체는 대체적으로 자체사업은 물론 국고투자사업도 교육청으로 이관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유보통합 성공을 위한 필수 조건
그렇다면 어떻게 할까? 첫째, 우선 무엇보다도 유보통합에 대한 중앙정부의 방향과 유보통합 설계도가 제시되어야 하고, 이를 현장과 소통하여 합의점에 도달하는 정책숙의과정이 필요하다.

 

유보통합은 모든 영유아의 차별받지 않는 구조를 만들어주는 것에 목표를 두고, 모든 정책 영역을 물리적으로 완전 통합하겠다는 환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거의 완전 통합을 이룬 스웨덴도 재정통합을 완전히 이루지 못했다. 관할부처를 통합한 상태에서 영유아 지원을 중심으로 격차를 맞추며, 천천히 진행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일단 교육부-교육청 산하의 큰 우산 하에 유치원·어린이집·지원기관들이 함께 상생하며, 「지방교육자치법」 등이 개정되고 시행될 때까지 현행을 유지하며 천천히 변화를 추진해나가야 한다. 유보통합에 관한 합당한 법령과 방향을 제대로 세워놓을 수 있다면, 실행에서 10년이 걸리더라도 구성원들은 함께 동행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지자체-교육청 공동협력체계 마련으로 유보통합의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교육감과 지자체장의 합리적이고 지혜로운 정치가 필요한 시점이다. 현재 중앙 단위의 「정부조직법」은 통과되었지만, 「지방교육자치법」 등의 실질적 실행은 최소 2년 정도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기존의 보육사업들은 현행을 유지하고, 지속가능할 수 있다는 믿음을 주어야 현장의 혼란과 불안을 줄일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지자체가 보육 사무를 교육청에 넘기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유형의 협력방식으로 유아교육과 보육을 지원한다는 마인드로 정책 기조를 변화시켜야 한다. 


예컨대 육아종합지원센터의 경우, 지자체 국고대응 투자사업과 자체사업 등이 교육청으로 완전 이관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통합이라는 명분아래 무작정 교육청으로 옮겨놓으면 어떻게 될까? 교육청은 감당이 어려울 것이고, 지자체는 손을 놓을 것이다.

 

육아종합지원센터는 그동안 보육정보센터부터 지금까지 이루어온 자생력과 강점을 잃게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지자체와 교육청의 공동협력 구조로, 지자체와 교육청 협력방식의 유보모델을 교육청-지자체 수준에서 만들 수 있다면 새로운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 지자체-교육청 공동협력사업으로 지자체 소속, 교육청 어린이집 지원 기능 위탁 등 협력적 체제 마련은 충분히 가능하다.

 

셋째, 교육청-지자체의 조직·재정·인력 문제해결에 대한 중앙정부의 현실성 있는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 이를 위한 법령 개정과 재정지원 근거가 마련되어야, 지자체와 교육청은 실질적으로 정책을 실현할 수 있다. 지자체 이관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재정부담기관과 사업계획·실행 주체 간 불일치로 인해, 지속적인 재정부담 주체에 대한 논쟁이 발생하여 사업의 안정적 운영이 어려울 수 있다. 정부는 일정 기준을 마련해주고, 이를 조정해 지방교육을 둘러싼 갈등을 최소화해야 한다. 


지금과 같은 방식의 교육청-지자체 협력·연계를 장려하는 것만으로는 교육청-지자체의 실질적 성과 도출은 불가능하다. 이에 우선 중앙 단위에서 행안부-교육부 간 협의를 통해 이관사무에 대한 세부범위와 기준 마련, 유보통합을 위한 지방교육재정교부금 확보방안 마련(국비 재원 확보(교육비 특별회계 신설 등), 지방비 교육청 부담 전제 교부금 (내국세 교부율 인상), 국·공립어린이집 공유재산 이관 기준 마련, 국고대응사업의 국가사업 전환, 국고대응 및 자체사업에 대한 공통기준 마련 등을 신속하게 처리해 주어야 한다.


넷째, 시안 없는 유보통합과 직접적 관련성이 부족한 모델학교 등의 정책들은 지양하고, 유보통합 본질에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현재 교육발전특구를 중심으로 한 모델학교가 유보통합으로 논의되며, 현장에 혼란을 주는 양상이다. 유보통합은 애초 단기간 성과가 나와서 주목받을 수 있는 정책이 아니다.

 

유보통합 정책을 중장기적으로 바라보고 제도를 정비해서 영유아 최선의 이익에 부합할 수 있도록 체제 기반을 마련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것이다. 단기성과에 집착하여 유보통합의 가치와 비전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생략된 상태로 체제 통합과 직접적 관계없는 모델학교 등을 추진하게 될 때, 결국 재원만 투자하고 기관별 격차를 벌리는 정책으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 

 

다섯째, 유보통합 정책의 가치와 비전 제시는 영유아 중심으로 다시 재구조화되어야 한다. 유보통합의 가치와 비전은 영유아를 어떻게 이롭게 하는지가 정부의 정책계획과 방향 속에 드러나야 국민의 호응을 받을 수 있다. 영유아를 바라보면서 교육철학을 바탕으로 지혜롭게 천천히 호흡하는 정책결정과정을 대한민국에서는 과연 실현할 수 없는 것일까?

 

정부의 국정과제, ‘국가교육책임제 강화로, 모든 아이가 행복하게 성장할 수 있게 교육과 돌봄의 국가책임을 강화한다’는 문장의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김할 때이다. 유보통합에 대한 정부의 정책계획에 정치논리가 아닌 영유아의 삶·발달·학습에 대한 대한민국 정부의 사랑이 듬뿍 담기기를 기대해 본다.

박창현 육아정책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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