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수업 첫 단추는 학습목표를 핵심질문으로 바꾸는 것

2024.05.07 10:00:00

 

질문이 있는 수업자료집을 만들면서 나는 학창시절 어떤 질문들을 받았고, 나는 학생들에게 어떤 질문을 얼마나 하느냐를 돌이켜 보았다. 학창시절 나는 수업시간 선생님들께 질문을 많이 받아보진 못했고, 한 번씩 지난 시간 배운 내용을 확인하거나, 지금 배우고 있는 내용을 알고 있는가를 확인하는 형태의 질문을 받았던 것 같다.

 

그리고 수학시간에는 오늘 날짜와 같은 번호를 가진 친구들이 호명되어 칠판에 나가 문제를 풀곤 했다. 졸업한 지 수십 년이 지났지만, 나 역시 그때의 선생님들처럼 지난 시간 배운 내용을 묻거나 내가 알려준 것들을 아이들이 잘 알고 있는지 늘 질문으로 확인하려고 하고 있었다. 


나는 과연 한 시간의 수업시간 동안 질문을 얼마나 할까? 평균 70회 정도의 질문을 하는데 모든 질문이 단순 배운 지식을 확인하는 형태의 질문이었다. 2022 개정 교육과정과 인공지능 시대에는 더 이상 단순한 지식을 확인하는 형태의 질문을 넘어 학생들끼리의 질문을 통해 배우고 익히고 깨치는 과정이 중요시되고 있다.

 

그래서 수업시간에 도달해야 하는 학습목표 또는 성취기준과 관련된 핵심질문으로 학생들의 사고를 확장하고 수업단계별, 즉 도입·전개·정리단계에서 학생들 수준에 맞는 질문을 통해 교사가 학생에게, 학생이 교사에게, 더 나아가 학생들끼리 서로 질문하는 문화를 수업에서 실현하는 것을 지향하고 있다. 


그러나 좋은 질문을 받아본 경험이 없고 질문을 잘하는 방법에 대한 연수나 실습을 해 본 경험이 없는 교사들에게 좋은 질문으로 학생들끼리의 배움이 일어나도록 만드는 일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여기저기 질문과 관련된 책을 보고 연수를 찾아 듣기도 하였지만, 막상 학생들과 수업을 하면 어떤 반응이 나올까 궁금한 채 새 학기 수업을 시작하였다. 학생들은 생각해야 하는 질문에 당황하기도 하고 의도와는 달리 질문의 반응이 긍정적일 때도 부정적일 때도 있었다. 또 교사의 기대를 넘어 좋은 질문을 만들 때도 있었다. 
 
질문이 있는 수업을 적용하면서
● 학습목표를 핵심질문으로 바꾸기
질문이 있는 수업의 첫 단추는 학습목표를 핵심질문으로 바꾸어 제시하는 것이다. 학생들에게 오늘 배운 내용을 바로 제시하지 않고 질문의 형태로 제시하는 것이다. 그러나 학습목표를 핵심질문으로 바로 바꾸는 일은 쉽지 않아 학습목표를 단순 질문으로 바꾼 후 핵심질문으로 바꾸어 보았다.


학생들에게 학습목표를 제시하지 않고 핵심질문으로 제시하여 오늘 학습에 대한 안내를 했는데, 이미 선행학습을 해온 학생들이 답을 미리 말하여서 수업 흐름을 끊는 경우가 허다하였다. 그래서 학생들에게 수업방법에 대한 안내를 했다.

 

그러자 ‘다 알고 있는 걸 왜 물어볼까?’라고 생각하는 학생들도 있고, ‘그냥 핵심만 말하면 좋겠다’라고 이야기하는 학생들도 있었다. 개념보다는 다양한 형태의 문제를 많이 풀어주기를 원하는 학생들도 있었다. 학교 수업은 더 이상 집어넣는 교육이 아니라 꺼내는 교육이 되어야 한다고 이론적으로는 알고 있지만, 이미 학습을 다 해온 학생들에게 적용하기란 쉽지 않았다. 

 

● 도입질문으로 흥미 유발하기
질문이 있는 수업은 핵심질문뿐 아니라 수업 전개 흐름에 맞는 단계별, 개인 수준 맞춤형 질문을 하도록 설계하였다. 예를 들면 도입질문은 다음과 같이 학생들의 흥미를 유발했다. 


● 전개질문으로 학생 수준에 맞게 단계별로 질문하기
이어 전개질문은 핵심질문에 도달하기 위해 하는 질문으로 다음의 예시와 같이 학생 수준에 맞게 단계별로 질문을 하는 것이다. 


도입질문은 평소에도 교사들이 학생들의 흥미를 유발하기 위해 많이 하고 있으나, 전개질문은 단순 사실 확인 위주의 닫힌 질문들로 수업을 해오고 있어서 질문을 만들기가 어렵고 특히나 단계별로 수준에 맞는 질문을 구상하기가 힘들었다.

 

학생들은 평소 선생님들이 수업 도입 시에는 뭔가 궁금하고 굉장한 것이 있을 줄 알았는데 막상 도입만 흥미 있지 갈수록 수업이 지루해졌다고 했다. 하지만 질문하는 수업을 하면 오히려 선생님께서 단순 지식을 묻는 것이 아니라 생각해야 하는 질문을 계속하는 바람에 긴장하고 집중하면서 수업에 참여할 수 있었다는 반응을 보였다. 

 

● 정리질문으로 수업 전반적 내용 점검하기
정리질문은 수업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을 점검하는 형태였는데 소인수가 뭔지는 모르는데 소인수분해는 완벽하게 하는 학생들을 보면서 질문의 방법과 형태를 조금 바꾸어 보았다. 본인이 수업 후 궁금한 점을 직접 적어보고, 검색을 통해 알아보거나 실생활과 관련하여 질문을 하여 학생들의 참여를 높이고자 하였다. 


모둠별로 ‘보석맵’을 활용하여 자신이 궁금한 것을 적고 모둠이 협업하여 뤼튼 등을 활용하여 직접 검색을 통해 답을 찾아 나가도록 하였다. 이 활동을 통해 학생들은 소인수분해를 왜 하는지, 실생활에 어떻게 쓰이는지를 알게 되었다고 신기해하였고 참여도도 높았다. 


또한 서·논술평가가 강조되고 있어 학생들이 배운 지식을 토대로 자신의 생각을 쓸 수 있도록 평가의 방법에도 변화를 주었다. 


질문이 있는 수업의 과제
질문이 있는 수업은 학생들의 사고를 촉진시키고 참여를 이끌어 학생들 스스로 배움을 익히고 깨우칠 수 있는 좋은 수업방법 중 하나임에는 틀림없다. 좋은 질문을 교사가 학생에게 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학생들끼리 할 수 있는 모둠활동·프로젝트활동, 멘토·멘티활동 등을 한다면 더더욱 좋은 수업이 될 것이다. 학생이 배운 내용을 잘 이해했을 경우는 이해한 내용을 토대로 심화된 내용을 질문하고, 배운 내용을 잘 이해하지 못한 경우는 모르는 내용을 질문할 수 있는 교실문화가 정착된다면 이를 통해 학생들의 배움은 살아날 것이다. 


인공지능시대에 학생들에게 단순 지식을 집어넣는 교육에서 질문을 통해 꺼내는 교육을 실현하는데 질문이 있는 수업은 꼭 필요하다. 아울러 질문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답이 달라지는 생성형 AI를 경험하며 미래를 대비하기에 좋은 수업방법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다만 매시간 매 단원을 질문 활용 수업으로 하기에는 수업연구를 위한 교사의 엄청난 노력과 시간 투자를 필요로 한다. 또한 나날이 늘어나는 각종 업무와 학생들의 생활지도 등으로 교사들의 수업 준비시간이 줄어드는 만큼 이를 위한 최소한의 시간이 확보되어야 할 것이다. 


실제로 교사가 학생들에게 질문을 하는 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다. 단순 지식 확인 여부를 확인하는 닫힌 질문만 해오던 교사들에게 다양한 질문을 구상하는 일은 상당히 어렵다. 정해진 진도를 고려하면 질문하는 수업을 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대답하는 학생이 소수라는 점, 굳이 질문을 하지 않아도 수업하는데 지장이 없어 질문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교사가 많다는 점도 해결해야 할 과제 중 하나이다.

 

교사뿐 아니라 학생들에게도 질문하는 수업에 어려움은 존재한다. 선행학습을 해 온 학생들에게는 너무 잘 아는 내용을 질문해서, 기초학력이 부족한 학생들은 몰라서 문제다. ‘너무 나선다’ 혹은 ‘저 아이는 저것도 몰라’, ‘잘난 척하는 거 아니냐’ 등의 주변 시선에 대한 부담감으로, 질문을 하거나 답을 했을 때 교사의 반응에 대한 두려움, 질문을 어떻게 하는지 잘 몰라서 등 요인이 다양하다. 


이러한 과제들 외에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는 학생들의 문해력 부족과 집중력 부족이다. 중요한 전달사항이나 지시사항을 집중력 있게 듣지 않아 같은 질문을 무의미하게 반복하게 하거나, 짧은 영상과 자극적인 영상에 길들여진 학생들에게 생각하게 만드는 것 자체가 힘들고 다양한 사고를 유발하기도 힘들었다.


최근 서·논술평가 확대와 다양한 평가방법 개선 등은 질문이 있는 수업을 위한 좋은 기반이 되고 있다. 학생들이 다양한 사고를 확장하도록 좋은 질문을 만들고 이를 수업과 평가에 적용하도록 많은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김문선 부산 대천중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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