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법률] 학교폭력 발생 초기대응 어떻게 해야 할까?

2024.05.07 13:04:27

 

학생들은 긴장감을 가지고 새 학년 첫 등교를 한다. 어떤 담임선생님을 만날지, 같은 반 학생들은 누가 있을지 설렘과 걱정이 교차할 것이다. 하지만 그런 마음도 잠시. 몇 개월이 지나면 금세 환경에 적응하고 새로운 친구들과 교우관계를 맺게 된다. 친분과 갈등이 생겨나고 긴장감도 풀어졌다. 그렇다. 이제 슬슬 학생들의 학교폭력이 자주 발생하는 성수기(?)가 왔다.


자녀의 피해에 격양된 피해학생 보호자는 학교로 찾아오고, 가해학생 보호자도 억울하다며 답답함을 표한다. 학생생활지도 담당선생님은 당혹감을 느끼며, 걱정스러운 마음에 <학교폭력 사안처리 가이드북>을 펴보지만, 단기간에 습득하기는 어려움이 크다. 그로 인해 관련 학생 보호자에게 자신 있게 설명하지 못하고, 학부모는 제대로 설명해 주지 못한다며 학교에 대한 신뢰를 잃는다. 이렇게 학교와 보호자의 갈등으로 나아가게 된다.


이런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학교폭력 초기대응이 가장 중요하다. 특히 초기대응 관련 부분 중 2024년 3월 1일부터 새롭게 시행된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이하 ‘학교폭력예방법’)」 개정 부분도 상당하다. 학교폭력 발생 초기에 학교에서 챙겨봐야 하는 내용들을 처리 순서에 맞추어 알아보도록 하자.

 

학교에서 일어난 신체적 폭력 _ 피해학생 부상 정도의 확인과 응급처치
학교에서 학생들 사이에 신체 폭력이 일어난 상황이라면 피해학생이 입은 부상에 대해 확인하고 그에 대한 응급처치가 가장 중요하다. 특히 외견상 커다란 부상이 확인되지 않더라도 곧장 수업에 복귀시키기보다는 보건실 등에서 일정 시간 상태를 확인하는 것을 권한다. 겉으로 보이지 않는 내상으로 인해 갑작스럽게 상태가 나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학교에서 진행한 처치에 대해서는 기록으로 남기는 것이 안전하다.


또한 피해학생 보호자에게 조속히 알리고, 가능하다면 학생 안전을 위해 보호자에게 인계하는 것이 좋다. 단순 타박상도 하루만 지나면 커다란 멍으로 번지게 되어 육안으로 보기에 심각한 피해로 느껴지게 할 수 있다. 그때 학교는 심각한 피해에 대해 제대로 조치하지 않았다는 오해를 받을 수도 있다. 이렇게 학교에서 벌어진 신체적 폭력 유형은 다른 무엇보다 먼저 학생 안전과 관련된 부분에 특히 신경 써야 한다.

 

피해학생 측 진술과 의사의 확인
피해학생 또는 피해학생 보호자에게 피해 내용을 확인하는 과정이다. 가해학생이 누구인지, 학교폭력 일시와 장소, 학교폭력 방법, 피해 정도에 대해 되도록 구체적인 내용이 확인되어야 하고, 이때 학생확인서나 보호자확인서를 작성하여 제출하도록 할 수도 있다.


학생확인서나 보호자확인서는 당장 제출받지 않아도 되지만, 학교는 피해학생의 피해 내용을 토대로 ‘학교폭력 신고접수 대장’ 기재와 교육지원청에 ‘학교폭력 사안접수 보고’를 해야 하므로, 조속히 받아 두는 것이 후속 업무 처리에 도움이 된다.


이렇게 피해학생 측에 대한 확인 과정에서 가해학생의 즉각적인 분리를 원하는지 의사를 묻고, 이에 대한 ‘가해자와 피해학생 분리 의사 확인서’를 제공해 서면으로 확인받도록 한다. 또한 학교장 자체해결에 관한 사전 의견을 물어보는 것이 좋다(물론 확정적인 의견이 아닌 사전 의견을 청취하는 것이어서 이후 다시 묻겠다고 안내한다).

 

가해학생 측에 대한 통지
가해학생 측에 대한 통지와 의사 확인과정에서 담당선생님들의 가장 큰 고민은 피해학생 측의 신고내용을 가해학생에게 어느 정도까지 알려주어야 할지에 관한 부분에서 생긴다. 특히 「학교폭력예방법」은 비밀누설 금지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기에(「학교폭력예방법」 제21조), 가해학생 측에게 너무 많은 내용을 알려주게 된다면 이러한 비밀누설 금지에 위반되는 것이 아닌지 걱정하게 된다.


그러나 학교폭력 사안처리 업무과정에서 가해학생 측에게도 방어할 권리를 보장해 주어야 하고, 따라서 피해학생 측이 주장하는 피해 내용을 구체적으로 알려준다고 이것을 비밀누설이라고 할 수는 없다. 다만 피해학생 측이 작성한 학생확인서 등을 가해학생 측에게 직접적으로 제공하는 것은 안 된다는 점에는 주의하자.


이를 통하여 가해학생 측에게 학생확인서·보호자확인서를 제출할 수 있도록 한다. 물론 이 역시 당장 제출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후속 절차를 위해서 적어도 가해학생 측의 기본적인 입장은 들어볼 필요가 있다.

 

향후 사안처리를 위한 협의
이렇게 피해학생 측의 피해사실 요지를 듣고, 가해학생 측에게도 이를 통지하였다면, 학교폭력 신고접수 대장에 이를 기재한다. 이후 학교폭력 사안접수 보고를 해야 하는데, 그 이전에 결정해야 할 것들이 있다. 이에 대해 전담기구 구성원들이나 소속 교원, 관리자가 함께 논의할 필요가 있다.


가. 즉시분리 기간과 방법의 결정
먼저 피해학생 측에서 가해학생과 즉시분리를 원한다는 의견을 밝혔다면, 총 7일의 범위에서 즉시분리 기간은 어느 정도로 할지, 즉시분리의 구체적인 방법은 어떻게 할 것인지를 정해야 한다. 이는 학교폭력 초기대응에서 가장 어려운 결정 중 하나로, 학교에 가해학생을 분리할 장소가 부족해 가정에서 교육하게 하는 경우도 많다. 이때 가해학생 측에서는 사실상 징계로 출석을 정지하는 것으로 느낄 수 있어 이의가 제기될 가능성이 크다. 즉시분리는 징계가 아니며, 학교에 나오지 못하더라도 출석으로 인정되고, 학생들 사이에 냉각기를 두기 위한 제도임을 설명한다.


즉시분리에 관해서는 반이나 학년이 다른 경우에도 분리가 필요하냐는 문의가 가장 많은데, 수업은 각자의 교실에서 듣게 하되 점심시간이나 쉬는 시간 등에 마주치지 않도록 계획을 세워야 한다.

 

나. 학교폭력 전담조사관 배정 요청
<2024 학교폭력 사안처리 가이드북>에 따르면 학교폭력 전담조사관(이하 ‘조사관’)에 대해서 기술하고 있지만, 모든 학교폭력 사건에 조사관이 배정되는지, 기존처럼 조사관 없이 학교에서 사안조사를 할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해 명확한 언급은 없다.


다만 첨부된 서식 중 학교폭력 사안접수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관의 배정 여부를 학교에서 결정할 수 있다는 취지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고, 따라서 학교는 발생한 학교폭력 사안 조사과정에서 조사관 배정을 요청할 것인지, 혹은 학교에서 사안조사를 진행할 것인지를 결정할 수 있어 보인다(다만 시·도별로 운영방법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


피해학생의 부상 정도가 크거나 성(性) 관련 사안인 경우, 피해학생과 가해학생의 주장이 크게 차이가 있는 경우, 관련된 학생의 수가 많거나 다른 학교와 관련된 경우 등 학교에서 사안조사가 어렵다면 조사관 배정을 요청하는 편이 좋다.
반면 오히려 학교 외부의 조사관으로 인해 학생들의 화해가 어려워질 우려가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관련 학생들이 초등학교 저학년인 경우, 가해학생도 학교폭력 사실을 모두 인정하고 반성한다고 하는 경우 등이라면 기존과 같이 학교에서 자체적인 사안처리를 하는 것이 좋을 수 있다.

 

다. 즉시분리 외의 접촉금지 조치
피해학생 측에서 즉시분리를 요청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그와 별도로 가해학생에게 ‘피해학생 및 신고·고발 학생에 대한 접촉, 협박 및 보복행위(정보통신망을 이용한 행위를 포함한다)의 금지’ 조치를 취해야 한다. 「학교폭력예방법」의 개정으로 이제 학교는 학교폭력 사안을 인지하기만 하면 접촉금지 조치를 하도록 의무화되었다(「학교폭력예방법」 제17조 제4항).

 

이는 즉시분리 여부와 별개로 예외 없이 이루어져야 하며, 가해학생에게 ‘피해학생과 학교 외부에서도 접촉해서는 안 되며, 온라인을 통한 메시지를 보내서도 안 된다’는 사실을 지도했음을 기록으로 남길 필요가 있다.

 

학교폭력 사안접수 보고서의 작성과 교육지원청 보고
위와 같은 과정을 거쳐 결정된 사항들을 담은 학교폭력 사안접수 보고서를 작성하고, 이에 당시까지 제출된 학생확인서·보호자확인서가 있다면 이를 첨부하여 교육지원청에 보고하도록 한다.


학교폭력전담조사관제 도입 이후 지난 학년도보다 학교폭력 사안접수 보고서에 담아야 하는 내용이 많아졌다는 느낌이다. 과거에는 학교폭력 사안접수 보고서가 간략하게 나가더라도 이후 학교에서 연속적으로 사안조사를 진행하면 됐다. 그런데 이번 조사관 제도의 도입으로 학교의 외부인인 조사관이 방문하기 이전에 충분한 사안 파악을 위한 정보제공이 필요해졌다. 이런 이유로 학교에서 접수보고를 위한 사전 준비가 더 많아진 부분이 있다.

 

학교장의 긴급조치 결정
이러한 학교폭력 사안접수 보고 이후에도 학교장은 가해학생과 피해학생의 상황과 필요에 따라 이들에 대해 긴급조치를 할 수 있다. 3월부터 시행된 「학교폭력예방법」에서 과거와 가장 달라진 부분이 이러한 긴급조치 부분이다.


먼저 피해학생에 대한 긴급조치는 과거에 학내외 전문가의 의한 심리상담 및 조언(제1호), 일시보호(제2호), 그 밖에 피해학생의 보호를 위하여 필요한 조치(제6호)만 가능했다. 지금은 여기에 치료 및 치료를 위한 요양(제3호)이 추가되었다. 크게 다치거나 병원에 입원하게 된 피해학생에 대해서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학교폭력예방법」 제16조 제1항).

 

가해학생에 대한 긴급조치 부분은 변화가 더 크다. 기존에는 가해학생과 피해학생의 분리를 위해 가해학생이 학교를 나오지 못하게 하는 출석정지(제6호)를 주로 사용해 왔다. 그런데 지금은 긴급조치의 종류에 학급교체(제7호)가 추가되었다(「학교폭력예방법」 제17조 제5항).


출석정지(제6호)에 관한 부분도 변경이 있는데, 그 일수를 정함에 있어서 너무 적은 일수가 정해진다는 지적이 있어서인지, 아예 긴급조치의 기간을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의 조치결정 때까지 할 수 있다는 규정을 넣었다(「학교폭력예방법」 제17조 제7항).

또 매우 중요한 부분이 있는데, 이러한 가해학생 긴급조치 중 출석정지와 학급교체에 대해 피해학생 측이 학교로 요청할 수 있게 되었다. 이와 같은 피해학생 측의 요청이 있다면 학교는 전담기구 심의를 통해 이를 받아줄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학교폭력예방법」 제17조 제6항).

박종민 전 서울동부교육지원청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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