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과 비판적 사고와 질문
비판적 사고란 어떤 사태에 처했을 때 감정 또는 편견에 사로잡히거나 권위에 맹종하지 않고 합리적이고 논리적으로 분석·평가·분류하는 사고과정을 의미한다. 객관적 증거에 비추어 사태를 비교·검토하고, 인과관계를 명백히 밝혀 이를 통해 얻어진 판단에 따라 결론을 맺거나 행동하는 과정이다. 이러한 비판적 사고는 알차고 좋은 기획을 만드는데 중요한 동인(動因)이 된다.
비판적 사고는 사태나 문제가 발생한 것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제기할 때 가능하다. 어떤 문제나 사태가 발생한 것에 대하여 우선적으로 왜 문제가 발생하였는지 분석해 보아야 한다. 문제 발생의 다양한 원인을 나열하고, 사실을 검증하고, 다양한 원인 중에 진짜 원인을 추출해야 한다. 사실 검증할 수 있는 답변으로 심층 질문하는 과정에서 비판적 사고는 작동하게 된다. ‘왜?’라는 질문이 비판적 사고의 중요한 작동 원리라고 할 때, 질문이 얼마나 중요한지 이해할 수 있는 사례를 소개해 본다.
2013년 시리아 내전으로 인해 사망자 40만 명, 난민 180명, 화학무기로 민간인까지 희생당하는 상황이 전개되자 미국은 시리아 내전에 개입하기로 결정했다. 당시 미국 국무부장관 존 케리는 기자회견을 열었는데, 미국이 시리아를 공습하겠다고 발표하는 기자회견인 만큼, ‘공습은 언제 이루어지는지, 피해 규모는 얼마나 되는지, 시리아의 대응은 생각해 보았는지’ 등의 질문이 쏟아졌다. 이때 어떤 한 기자가 “조금 다른 관점에서 질문하겠는데, 만일 시리아가 공습을 피하려면 어떻게 해야 될까요?”라고 질문을 던졌다.
이 기자는 미국이 아닌 시리아 입장에서 공습을 막는 방법에 관해 질문을 제기한 것이다. 존 케리 장관은 “시리아가 다음 주까지 보유한 살상무기를 다 내놓으면 공습은 없겠죠. 하지만 시리아 대통령이 그렇게 할지는 모르겠네요”라고 답변하였다. 이 기자회견은 전 세계로 생중계되었고, 몇 시간 후 그동안 시리아 정권을 지지하던 러시아의 긴급 기자회견이 진행되었으며, 러시아 외무장관 세르게이 라브로프는 “시리아에 요청한다. 보유한 살상무기를 국제기구 감시하에 단계적으로 폐기하기 바란다”라고 발표하였다.
그리고 시리아의 외무장관인 왈리드 무알렘은 기자회견을 통해 “러시아 제안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겠다”라고 답변하였다. 이틀 후 미국의회는 시리아 군사공격에 대한 찬반표결을 연기하고, 시리아 공습을 취소하기로 하였다. 한 기자의 재치 있는 질문 하나로, 어쩌면 수백만 명의 생명을 앗아갈 뻔한 최악의 상황을 해결한 사례이다. 이 기자는 미국 CBS 방송앵커인 마거릿 브레넌이다. 긴박한 상황에서도 관점을 다르게 취한 질문을 던짐으로써 크게 번질 문제를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었다.
기획에서 관점의 힘
좋은 해결책은 관점으로부터 나온다. 문제는 어떠한 관점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서 어떻게 해결책을 만들 것인지를 결정한다. 좋은 해결책에는 ‘가능성(possibility)’과 ‘매력성’이란 두 가지 핵심요인이 내포되어 있어야 한다. 좋은 해결책에는 가능성의 희망이 담겨 있다. 실현 가능한 해결책을 통해 문제점이 없어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그로 인해 기획의 목표가 실현될 것이란 희망이 자연스럽게 보이게 된다.
좋은 해결책은 그 자체로 실현 가능함은 물론이고 문제점 해결과 목표달성에 대한 희망을 제시해야 한다. ‘가능성’은 해결책의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니다. 가능성은 높은데 반해 좋은 해결책으로 평가받지 못할 경우, 매력성(attraction)을 고려해야 한다. 무난하거나 진부한 해결책, 누구나 해당 문제에 대해 생각할 수 있을 법한 해결책, 흔히 뻔해 보이면서 익숙해 보이는 해결책은 그 가능성이 매우 높더라도 좋은 해결책으로 평가되지 못한다. 왜냐하면 매력적이지 못하여 공감대 형성 및 설득력 획득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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