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남기의 교단춘추] 자제력 속성 및 자제력 수준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2024.07.04 10:00:00

아동학대가 사라지지 않는 원인 재이해
서이초 사태 이후 만들어진 ‘교권보호 5법’과 후속 조치로 인해 아동학대 신고 사례가 크게 줄었다. 아동학대 혐의로 신고 돼서 수사를 받는 교사의 경우에도 시·도교육감이 ‘정당한 생활지도’라는 의견을 내면 86%가 불입건·불기소 등 ‘혐의없음’ 처분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홍다영, 2024).

 

그렇다고 해서 아동학대 건으로 형사처벌 받는 교사가 없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일례로 2024년 1월, ‘뺨 때리고 음식 고문까지’ 한 것으로 의혹받는 어린이집 교사가 경찰 수사를 받은 사건을 들 수 있다(박아름·진선우, 2024). 인간에 내재된 폭력성으로 인해 아무리 처벌을 강화해도 사회의 범죄나 학교폭력이 사라지지 않는 것과 같다. 


어린이집의 경우에는 CCTV도 설치되어 있어서 ‘분노폭발에 따른 아동학대’가 교사 자신에게도 엄청난 고통으로 다가올 것임을 알면서도 이러한 사건이 이어지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이번 호에서는 ‘자제력 고갈’과 자제력 수준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의 관점에서 원인을 분석해 보고자 한다. 

 

자제력은 소모성의 유한 자원
로이 바우마이스터와 동료들이 제시한 ‘자기조절 강도 모델’에 따르면 의지력(자제력)이란 한정된 양의 에너지에 의존하는 내면적 역량이다(Muraven, Tice, and Baumeister, 1998. Mischel, 2015: 259에서 재인용). 이들에 따르면 의지력은 근육과 같아서 의지력을 지속적으로 사용하게 되면 심리적 근육이 피로해지고, 그 결과 충동억제 의지력이 일시적으로 줄어들게 된다. 


히쓰와 히쓰(Heath & Heath, 2010: 25-27)도 인간이 가진 자제력은 고갈되기 쉬운 소모성 자원이라고 주장한다. 이를 입증하는 실험의 하나로 ‘음식 지각력 연구’를 들고 있다. 이 실험의 1단계에서는 배고픈 상태의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팀(쿠키 팀)은 초콜릿칩 쿠키를 먹도록 허용하였고, 다른 한 팀(무 팀)은 바라보고 냄새는 맡지만, 먹지는 못하게 하고 대신 무를 먹도록 하였다.

 

2단계에서는 ‘푸는 것이 불가능하도록 고안된 퍼즐’을 제공하여 이들이 얼마나 오랫동안 참고 수행하다가 포기하는지를 조사하였다. 그 결과 쿠키 팀은 평균 19분 동안 퍼즐 풀기에 임했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34번의 성의 있는 시도를 수행했다. 반면 무 팀은 쿠키 팀이 소비한 시간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8분 후에 포기했고, 가까스로 19번을 시도했을 뿐이었다. 히쓰와 히쓰는 무 팀이 그렇게 쉽게 포기한 이유를 근육 피로도의 원리로 설명한다.

 

“헬스클럽에서 벤치프레스(벤치에 누워 역기나 아령을 올리는 운동)를 할 때와 같은 원리이다. 첫 번째는 들어올리기가 쉽지만 횟수를 거듭할수록 근육은 지치게 되고, 마침내 더 이상 역기를 들어 올릴 수 없게 된다.” 

 

무 팀은 먹고 싶은 쿠키의 유혹에 저항하느라 이미 자제력을 다 써버린 상태였기에 난해한 문제 앞에서 오래 버티기가 힘들었던 것이다. 이와 유사한 다수의 연구를 통해 심리학자들은 자제력이 소모성 자원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Heath & Heath, 2010: 27). 


적응해야 하는 상황이 일상적인 상황과 다를수록 사람들의 자제력은 빨리 소모된다. 평소에 느리게 걷던 사람이 빨리 달려야 하는 상황에 처하면 속도가 높아질수록 포기 시간이 짧아지는 것과 같다. 결국 자제력이란 ‘충동을 억제하고 좌절과 실패 앞에서 인내를 잃지 않는 데 필요한 정신근육’이다.


언론에 보도된 보육교사들이 CCTV 앞에서도 아동학대에 해당하는 행동을 하는 것은 이미 자제력이 고갈되어 충동억제가 불가능한 상황에 부닥친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개인의 자제력이 고갈되기 쉬운 소모성 자원임을 깨달으면, 보육교사가 아니라 이들을 극한의 상황으로 몰아넣는 ‘정부의 지침이 아동학대의 주범’임을 알게 될 것이다(손가영, 2016.10.23.). 


학생의 자제력만이 아니라 교사의 자제력 또한 소모성의 유한 자원이다. 교사·경영자·학부모와 학생, 그리고 정책 당국자가 이 점을 깨달을 때 자제력 고갈로 인해 발생하는 우발적 사고를 줄일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이 나오게 될 것이다.

 

자제력에 대한 개인 신념의 차이
자제력(의지력)에 대한 개인 신념의 차이가 자제력 발휘 수준에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이 있다. 스탠퍼드대학교의 캐럴 드웩 연구팀에 따르면 의지력이 한계가 없는 자원이라고 생각하는 학생들이 한정된 자원이라고 생각하는 학생들보다 스트레스가 높은 시험기간에 훨씬 더 바람직한 생활태도를 보였다.

 

이처럼 힘든 정신활동 후에 기력이 저절로 다시 채워진다고 믿는 사람들은 피로한 경험 후에도 의지력이 줄어들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반면 힘든 경험을 하면 에너지가 고갈된다고 믿는 사람들은 의지력 저하를 나타냈고, 에너지를 충전하기 위해 휴식을 취해야 했다(Job, Dewck, and Walton, 2010. Mischel, 2015: 262-263에서 재인용). 이를 바탕으로 그들은 우리가 자신의 통제능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중요하다는 점을 확인시켜 준다고 결론짓고 있다.


하지만 이 결론은 문제가 있다. 왜냐하면 이러한 결론을 내리려면 한 그룹에게는 의지력이 한계가 없는 자원이라고 생각하게 하고, 다른 그룹에게는 한계가 있는 자원이라고 생각하도록 한 후 이들을 대상으로 비교 실험을 해야 했다. 더 밝혀야 할 것은 왜 어떤 사람들은 자제력이 한계가 없는 자원이라고 생각하고, 다른 사람들은 한계가 있는 자원이라고 생각하는가의 문제이다.

 

유전적 차이는 그러한 신념의 차이에 어느 정도나 영향을 미치는지, 의지력이 한계가 있는 자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교육과 경험 기회 제공을 통해 한계가 없는 자원이라는 신념을 심어줄 수 있는 가능성은 얼마나 되는지 등에 대한 연구도 필요하다. 개인 신념의 차이라고 생각할 경우에는 자칫 의지력이라는 것이 한계가 있는 자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의 책임으로 돌리게 될 수 있다.

 

나아가서는 그렇게 교육시킨 부모와 학교의 탓으로 돌리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책임론은 현실의 문제해결에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한다. 유전적 차이가 미치는 영향과 환경과 교육의 차이가 미치는 영향에 대한 분석이 이루어질 때 문제해결이나 개인 이해 가능성이 더 높아질 것이다.


드웩 연구팀의 연구결과를 통해 우리가 배울 수 있는 것은 의지력 수준에는 개인차가 있다는 점이다. 만일 자신의 의지력 수준이 낮다면 분노를 조절하기 위해서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아울러 의지력이 낮은 사람을 개인의 탓으로 비난하기보다는 그들의 특성을 파악하여 조직과 개인이 도울 수 있는 길을 함께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들에게는 자신의 부정적인 사고 패턴을 인식하고 재구성하여 감정조절력을 높이고, 자신에 적합한 대처방법을 개발하도록 지원하는 인지행동치료(CBT)와 심호흡 운동, 순차적 근육 이완 등과 같은 이완 훈련 기회를 제공하는 것도 분노폭발을 예방하는 좋은 접근이 될 것이다. 

 

자제력 수준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개인의 자제력 정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는 앞서 이야기한 교사들의 노동 수준과 강도, 특정 행동이 가져올 보상과 벌의 수준 외에도 개인 자제력 절대 수준, 특정 상황 친화 수준 등 여러 가지가 있다. 같은 여건 속에서도 자제력을 상실한 교사와 그렇지 않은 교사가 있는 이유는 자제력 절대 수준의 차이에 기인한다. 쉽게 화를 내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는 것처럼, 자제력 정도에서도 개인차가 크다. 이러한 개인차는 타고난 성품과 학습의 결과로 생긴다. 


개인의 자제력 차이에 영향을 미치는 또 다른 요인인 ‘특정 상황 친화 수준’, 즉 자기가 하는 일을 좋아하는 정도를 의미한다. 가령 아이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어쩔 수 없이 생계를 위해 보육교사를 하고 있을 경우, 유치원이나 학교에 근무하기 싫지만 상황 때문에 떠나지 못하고 남아 있는 경우에는 자신의 성향과 불일치 정도가 크기 때문에 자제력이 빨리 고갈된다.

 

어린이집이나 학교에서는 자제력 고갈을 쉽게 경험하더라도 자기 적성에 맞는 다른 직업에서는 더 오랫동안 자제력을 발휘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따라서 교직 적·인성검사를 강화하고, 교사 스스로 교직이 자신의 적성에 맞는지를 되돌아볼 기회를 주며, 나아가 적성에 부합하지 않을 경우에는 이직을 돕는 프로그램도 운영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박남기 광주교육대학교 교수
ⓒ 한국교육신문 www.hangyo.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 문의 : 02) 570-5341~2 광고 문의: sigmund@tobeunicorn.kr ,TEL 042-824-9139, FAX : 042-824-9140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 등록번호 : 서울 아04243 | 등록일(발행일) : 2016. 11. 29 | 발행인 : 문태혁 | 편집인 : 문태혁 | 주소 : 서울 서초구 태봉로 114 | 창간일 : 1961년 5월 15일 | 전화번호 : 02-570-5500 | 사업자등록번호 : 229-82-00096 | 통신판매번호 : 2006-08876 한국교육신문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